나비 박사 ‘석주명 동백나무’ 싹둑…“벌레 민원 때문에”
[KBS 제주] [앵커]
'나비박사'로 유명한 세계적인 과학자 석주명 선생은 '제주학 개척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80여 년 전, 석주명 선생이 정성 들여 제주에 심은 동백나무가 하루아침에 싹둑 잘려 나갔습니다.
알고 보니 벌레 민원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민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귀포시 한 도롯가, 커다란 나무가 있던 자리에 어른 몸통보다도 큰 밑동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주변에는 내다 버린 폐기물이 가득합니다.
1940년대 심은 일명 '석주명 동백나무' 한 그루가 80년 넘게 서 있던 자리입니다.
지난달 중순, 행정복지센터가 이곳에 재활용 도움센터를 설치하며 2m 넘는 나무를 벌목했습니다.
이 일대는 일제 강점기인 1940년대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 시험장이 있던 자리로, 국가 등록문화재로도 지정돼 있습니다.
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부임한 고 석주명 선생은 1944년 봄, 7만 제곱미터가 넘는 연구소 바깥에 동백나무 천여 그루를 심었습니다.
현재 동백나무는 겨우 10그루 정도 남아있습니다.
나무를 벤 이유에 대해 행정복지센터는 태풍 때 안전사고 우려가 있고, 재활용 도움센터가 들어서면서 벌레가 사람 위로 떨어지며 피해가 발생하기도 해, 주민 협의를 거쳐 벌목했다고 말했습니다.
벌목된 나무는 도롯가에 있지만 가로수에도 해당하지 않아, 방제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병충해 방제 작업 등의 노력도 없이 귀중한 문화재와 같은 나무를 한 번에 베어버린 행정에 깊은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정세호/(사)제주도박물관협의회장 : "이렇게 세계 석학이 제주도에 있고, 또한 제주학의 창시자라고 하는 석주명 선생에 대한, 우리가 존경하는 마음이 하나도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 너무 안타까울 뿐이죠."]
제주도는 2020년 지역발전 공헌자의 숭고한 뜻을 계승 발전시키도록 지원 조례도 만들었지만, 정작 행정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KBS 뉴스 민소영입니다.
촬영기자:강재윤/그래픽:서경환
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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