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회, 대통령님에 진정한 국가원수 존경 안 보여"
국회에 제출된 2025년도 본예산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가 8일 이틀째 열린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대국민담화·기자회견 내용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한 총리는 이날 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어제 대통령께서 '야당에서 박수는 안 치고 피켓시위해서 안 왔다' 이런 얘기를 하셨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대통령님에 대해 진정한 국가원수에 대한 존경이랄까 상호 존중에 대한 분위기·의사가 잘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이 기가 찬 듯 "대통령께서는 '개인 윤석열'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야당이 박수를 치든 안 치든, 피켓시위를 하든 안 하든 대통령으로서 야당을 끌어안고 국정을 리드해 가셔야 되는 것 아니냐"며 "그럼 국가원수는 야당 의원들도 항상 차렷하고 인사하고 악수해야 되느냐"고 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그게 바로 또 가짜뉴스를 말씀하시는 것"이라며 "아니, 언제 부동자세를 취하라고 하셨느냐"고 했다. 야당 의원 지적의 본질은 외면하고 '그럼 차렷하고 인사하라는 거냐'는 표현에만 집작한 답변이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민주당 허성무 의원도 정 의원과 같은 취지로 "대통령은 박수받기 위한 자리가 아니며 대접받기 위한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국회가 박수치기를 바랐다면 박수받을 만큼 국정을 잘 운영했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野 "국정지지도 17% 이히로 더 떨어지지 않겠나?"…한덕수 "예측하지 않겠다"
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이른바 국정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국민의 분노와 불신이 느껴지는 낮은 지지율"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오늘 갤럽 조사를 보면 17%가 나왔고 이것은 어제 윤 대통령 대국민담화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총리님, 혹시 17% 이하로 더 떨어질 거라고 생각은 하시나"라고 했다.
한 총리는 이에 "저는 여론조사에 대해서 예측을 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김 의원은 "더 이상 안 떨어지기를 저는 개인적으로 희망하지만, 윤 대통령(국정지지도)은 20%대 이하로 고착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며 "이 부분에 관련돼서 책임감 느끼시는 거 없느냐"고 한 총리에게 추궁했다.
한 총리는 "(여론조사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여론조사 하나만을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韓총리 "대통령, 소탈·솔직·진솔하게 사과…유력 언론지도 '진솔하게 했다' 평가"
한 총리는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째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을 방어하는 데 진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총리는 "대통령께서 정말 소탈하고 솔직하게 국민들께서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서 (설명)하셨고, 불찰을 진솔하게 사과하셨다"며 "그렇게 하셨으면 조금은 야당도 인정을 좀…(해달라)"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으로부터 전날 회견에 대해 "참담했다", "구체적으로 누구한테 사과하느냐 했더니 구체적으로는 모른다니 말이 되느냐", "진심어린 사과가 없었다"는 등의 질타가 나오자, 한 총리는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챙겨보고 또 살피겠다', 이것이 진심어린 사과가 아니고 뭡니까?"라고 전날 윤 대통령 담화 내용을 즉각 인용해 반박했다.
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이날자 조간신문 기사·사설 제목을 줄줄이 읽으며 전날 대통령 회견을 비판하자, 한 총리는 "바로 그게 또 국민들을 갈라치는 것"아라며 "모든 언론들이 다 그렇게 보도했나? 유력 언론지도 충분히 대통령께서 진솔하게 하셨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이날자 조간신문 보도를 보면, 진보·보수 등 보도 성향을 막론하고 9개 조간 중앙종합일간지 중 6개 신문의 1면 머리기사와 사설은 비판 일색이었다. 부분적이나마 긍정적 평가를 한 신문은 <조선일보> 한 곳, 중립적으로 다룬 곳은 <서울신문>, <국민일보> 두 곳이었고, 보수지인 <중앙일보>, <동아일보>도 1면 머리기사와 사설은 비판적 제목과 내용을 실었다. (☞관련 기사 : 尹 담화에 갈라진 보수언론…'조중동' 아닌 조/중동?) 이를 놓고 보면 한 총리가 언급한 '유력 언론지'란 사실상 <조선일보> 하나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태선 의원이 "대부분의 뉴스를 보시라. 오늘 아침신문들 대부분이 그런 뉘앙스였다"며 "여론조사도 안 믿고, 방송도 안 믿고, 민심도 안 믿고, 도대체 누구를 보고 국정운영을 하는 것이냐"고 한 총리를 질타하자, 한 총리는 "안 믿는 게 아니고 대통령님께서 진실하게 진솔하게 사과를 하셨다는 '팩트'를 말씀드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이 "다시 한 번 또 답답함이 느껴진다"고 탄식하자, 한 총리는 물러서지 않고 "저는 의원님이 좀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응수했다. 김 의원과 공방을 벌이던 한 총리의 말 가운데 "진실하고 진솔하게 사과를 했다는 팩트"라는 표현이 있는데, '진실하다', '진솔하다'는 묘사는 굳이 말하자면 팩트(사실관계)라기보다는 그에 대한 '평가'에 해당된다.
한 총리는 전날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도 당일 있었던 대통령 회견에 대해 "상당 부분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의지와 죄송한 마음을 전달했다", "미흡하고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있고 고쳐야 할 부분은 고치겠다고 말씀하셨고,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적극 방어했다.
윤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윤 대통령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대신 답장을 보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부부 사이는 그 정도는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정치인들 선거 과정에 시간없고 급한데 누가 좀 대신해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 소수야당 의원이 "대통령 임기가 조기 종료되는 방법은 스스로 하야하는 방법, 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 임기 단축 개헌이 있는데 어느 방법이 가장 명예로운 퇴진 방법이냐"고 하자, 한 총리는 발끈하며 "국민 투표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을 하야하라 말아라 그렇게 할 수 있나. 의원이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는 그런 것이냐"고 꾸짖거나 "의원님께서 오버를 해도 한참 하는 것 같다"고 원색적 비난을 하기도 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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