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서 8년간 200만원 훔친 노숙인, 검찰 선처로 풀려나

대학교 건물 외벽을 타고 내부로 들어가 8년간 200여만원을 훔쳐 구속된 60대 노숙인이 검찰의 선처로 풀려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2016년 4월부터 최근까지 서울대 일원에서 9차례에 걸쳐 총 219만4000원 상당의 현금·상품권을 훔치거나 훔치려 한 혐의(야간 건조물 침입 절도 및 미수)로 구속 송치된 김모(67)씨의 구속을 취소하고, 취업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8일 밝혔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범행 동기와 결과 등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하는 절차로, 향후 범죄 등을 다시 저지르거나 사정 변경이 생길 경우 다시 기소할 수 있다.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했던 김씨는 사업에 실패한 후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면서 관악산에서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게다가 실종 선고가 나면서 약 12년간 사망자로 간주돼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 혜택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활고에 시달렸던 김씨는 대학교 외벽 배관을 타고 창문을 통해 연구실이나 사무실에 침입해 금품을 훔쳐왔다. 다만 고가의 물품을 훔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씨가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다만 사연을 접한 대학 교수와 직원 등 피해자들이 모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실종선고 취소를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았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과 연계해 취업 지원 등의 갱생 보호 프로그램도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과거를 반성하고 마련해주신 새로운 터전에서 열심히 한번 살아보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검사실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