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사려면 22㎞ 가야 되는데 "걷기도 힘들어"…'식품 사막'의 현실
[앵커]
우유나 고기 같은 신선 식품은 농촌에서 도심으로 공급돼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정작 농촌에선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왕복 3시간 거리 마트까지 가야만 이런 걸 먹을 수 있는 이른바 '식품 사막' 현상을 겪고 있는 겁니다.
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가로등도 없는 산길을 한참 들어가야 나옵니다.
어르신 30여 명이 모여 사는 충북 옥천의 한 마을입니다.
경로당에서 매일 점심을 함께 차려 먹습니다.
[김일순/마을 주민 : 가지 집에서 따고, 깻잎. 깻잎도 따다가 한 거고. 호박도 집에서 따 오고.]
절인 채소 반찬에 고기가 조금 들어간 김치찌개, 단백질이 부족합니다.
[김일순/마을 주민 : 잡채도 해드리고 그런 것 해드리면 잘 잡수세요. 가까이 (마트가) 있으면 바로바로 사다가 하는데 멀어서…]
가장 기본적인 식품, 고기와 우유 등을 사려면 22km를 나가야 합니다.
차로 30분, 버스로 1시간 30분 걸리는데, 정류장까지 가는 길만 1km입니다.
시내 아니라 정류장까지 가는 것부터 도전입니다.
[민상규/마을 주민 : 시내에 약도 타러 가고. 버스 타려면, 올라타려면 힘들어.]
4km 거리에 작은 가게가 있지만 라면과 음료 정도만 팝니다.
가게 주인도 역시 80대 노인입니다.
[가게 주인 : 물건을 못 떼요. 나가야 떼지. 걸음도 못 걸어요 나.]
이렇게 집 근처에서 신선한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현상을 '식품 사막'이라고 부릅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빠른 지역에서 가파르게 늘고 있는데 전국 읍·면 단위 마을 가운데 식품 소매점이 없는 곳이 73.5%에 이릅니다.
지자체가 저렴한 요금 택시를 지원해 이동을 돕고 있지만 횟수 제한이 있습니다.
[김일순/마을 주민 : 혼자 타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타니까 부족하지. 횟수를 더 늘려 줬으면 좋겠어요.]
먹거리도 문제고, 가고 싶은 곳에 쉽게 갈 수 없는 상황이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직접 기른 채소를 오일장에 내다 파는 재미도
[조경남/마을 주민 : 파 가져가고 해서 한 4만원. 돈 하는 재미로 그냥. {용돈 벌이하는 게 재미있으신가 봐요?} 그럼.]
물건 사고, 사람 만나는 당연한 일도 자주 체념해야 합니다.
[박범석/마을 주민 :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그런데, 그게 어려워. 버스가 통해야 해.]
이제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 도시도 외곽부터 식품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김미란 / 영상편집 김지훈 / 영상디자인 신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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