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면 ‘콜드게임’”…‘비호감 대통령’ 尹, 반등은 가능할까
쇄신 밝힌 ‘대국민담화‧기자회견’으로 승부수 던졌으나
與일각서도 “위기 계속” 비판에…용산, 거듭 ‘쇄신’ 각오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이 같은 질문에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고개를 저었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된 '민심'이다. '별의 순간'을 잡으며 대권을 쥐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년 만에 '비호감 대통령'으로 전락한 셈이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앞에 고개 숙였으나, 야권뿐 아니라 여권 일각에서도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여사를 보호하는 듯한 답변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되레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용산 대통령실에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향후 윤 대통령이 발표할 인사 및 국정 쇄신 방향에 따라 대통령을 향한 민심의 급락, 반등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한파주의보'…탄핵 전 박근혜 때와 추세 유사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받아든 윤 대통령의 성적표는 낙제점 수준이다. 국정 운영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의 4배를 웃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17%, 부정 평가는 74%로 각각 집계됐다.
직전 조사(지난달 29~31일)에서 집권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인 19%를 기록한 이후 일주일 만에 2%포인트(p)가 하락, 갤럽 여론조사 기준 2주 연속으로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2%p 올라 현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6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9%였다. NBS 조사 기준으로 국정 지지율이 20% 아래로 내려앉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비선 실세' 의혹을 사실상 시인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던 시기와 유사한 지지율이다. 당시 2016년 10월 4주 차 한국갤럽의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17%였다. 11월부터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계속해서 수면 위로 드러나며 지지율이 5%로 하락한 뒤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대통령은 탄핵됐다.
김영삼 정부 이후 임기 반환점을 돌지 않은 상황에서 10%대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은 없었다. 한국갤럽 기준 집권 2년 차 2분기를 기준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4%, 이명박 전 대통령 49%, 문재인 전 대통령 45%였다.
'국정 운영 동력' 마비 우려에…대통령실 "달라질 것"
대통령 지지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보수 집토끼' 유권자마저 이탈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이 대권에서 승리할 당시 득표율(48.56%)을 고려하면, 그를 택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등을 돌린 셈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조기 누수 현상)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대통령 긍정 지지율이 25% 미만으로 내려가면 국정 동력은 상실되고 마비된다"며 "낮은 지지율로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순탄하게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지율을 더 끌어올려야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리고 대통령선거 후보 당시의 공약을 이행할 정치적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당정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여권에서도 위기감이 감돈다. 윤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담화‧기자회견'을 통해 인적쇄신‧국정 운영 기조 변화를 약속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당 지도부 일각에서 제기된다. 취재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를 생방송으로 시청한 뒤 측근들에게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지금 대통령 지지율은 야구로 따지면 '콜드게임'(7회 이후 10점 이상의 점수 차가 벌어질 때 승패를 결정하는 게임) 수준"이라며 "전광판을 보면서 1점씩 따라가고 모자른 상황이다. 여기서 대통령실이 추가 실점하는 순간 보수는 궤멸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용산의 모습이야말로 진짜 위기"라며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에서 근본적인 국정 쇄신책을 내놓지 않은 윤 대통령의 모습은 민심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고 안이하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대로 간다면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도 더 일찍 레임덕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여권을 둘러싼 위기론에 대통령실에도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향후 인적 쇄신 등을 통해 '변화된 윤석열', '나아진 정부'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언급하며 "이번 담화는 대통령과 대통령실 입장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기본적 인식을 갖고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변화를 통해 우리가 국민의 신뢰와 신임을 얻도록 치열하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한국갤럽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1.8%다.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17.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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