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 눈에 띄지 마" 청각장애 아내 굶겨 20.5㎏…결국 사망

청각장애인 아내를 방에 가둬 숨지게 한 50대에게 법원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8일 뉴스1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어재원)는 장애를 가진 아내를 감금하고 굶겨 죽인 혐의(감금, 유기치사)로 재판에 넘겨진 A씨(59)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11월~2023년 1월 대구 서구의 한 주택에서 아내 B씨(54)를 작은방에 감금하기 위해 방문을 장롱으로 막고 창문틀에 못을 박아 열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피해자를 감금한 뒤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 등 유기해 숨지게 한 혐의도 있다.

장기간 영양을 섭취하지 못했던 B씨는 발견 당시 키 145㎝에 몸무게가 20.5㎏밖에 안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청각장애가 있어 대화가 잘되지 않고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평소 B씨에 대한 불만을 품었고, 동네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이 싫다며 피해자를 감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피해자를 감금과 유기한 사실이 없다"며 배심원에게 제대로 판단 받고 싶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재판에 참석한 배심원 7명은 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반면 유기 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5명이 무죄를, 2명은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에 재판부는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서 "피고인의 유기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평결한 다수의 배심원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며 "피고인의 지적장애 정도 등을 토대로 유기치사를 유기 혐의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고도의 기아 상태에서 합병증으로 숨졌다"며 "피해자는 매우 말라 있었고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 있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고 스스로 거동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는데도 피고인은 보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계성 지적장애가 있어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점, 자녀가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도움이 필요한 피고인과 피해자에 대해 사회적 무관심이 더해져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 가정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