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비연애·비섹스·비출산”…한국 ‘4비 운동’ 배우는 반트럼프 여성들

박병수 기자 2024. 11. 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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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많은 미국 젊은 층이 한국 여성주의의 '4비' 운동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 여성운동은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에 맞섰다는 점에서 평가받지만 다른 한편에선 너무 극단적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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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5일(현지시각) 미시간 그랜드래피즈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많은 미국 젊은 층이 한국 여성주의의 ‘4비’ 운동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런 현상은 트럼프 당선자가 아무렇지 않게 성적인 모욕을 하고 대법원의 임신중지권 불인정 판결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떠들어대면서도 대선에서 우위가 확실해지면서 분명해져 왔다. 특히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뒤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에는 4비와 관련된 검색어가 넘쳐나고 있다.

신문은 4비(非) 운동이 혼인과 연애, 섹스, 출산 등 네 가지를 안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비’(非)는 영어로 No를 의미한다며, Bi-hone(비혼)은 no marriage 또는 willingly unmarried라고 예를 든다.

이들 4비 운동은 한국에서 2010년대 중·후반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생겨난 온라인 페미니즘 운동이다.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무엇보다 2016년 20대 여성의 강남역 살해사건을 계기로 목소리를 키웠고, 2018년 미국의 미투(MeToo) 운동도 전국적으로 번지며 큰 영향을 끼쳤다.

워싱턴포스트 누리집 갈무리

당시 한국의 온라인에선 젊은 여성들에게 남성 우위의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반항의 표시로 머리를 짧게 깎고 중성적 옷차림을 하고 화장품 세트를 집어던지라고 촉구하는 탈 코르셋 운동도 일어났다. 이들 여성운동은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에 맞섰다는 점에서 평가받지만 다른 한편에선 너무 극단적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이자, 세계에서 합계출산율(0.72명)이 가장 낮은 나라인 한국에선 4비 운동과 페미니즘이 양극화가 심한 주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윤석열 대통령은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표심에 힘입어 선거 유세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는 등 성별 격차를 부추겼고, 여성단체들이 비판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미국 해안경비대 경비정이 7일(현지시각) 플로리다 팜비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마러라고 집 주변 수역을 순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에 사는 미카엘라 토마스(21·여)는 “4비는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순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 인사들의 임신중지 반대 입장을 가리키며 “남자들은 섹스를 원하지만 우리가 임신중지권에 접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는 그들이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남캘리포니아 대학의 박선영 교수는 한국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4비 운동을 추동했다면 미국에선 젠더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 분열이 4비 운동에 추진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의 55%는 트럼프에게 투표했고, 여성의 53%는 카멀라 해리스를 찍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브린 파스 교수는 “젊은 여성들이 출산을 스스로 통제할 권리가 안전하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주체성을 분명히 하고 몸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회복을 주장할 새로운 방법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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