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장관 앉힌다고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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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사과'를 하는 그 대통령에 그 정부 부처라고 해야 할까.
지난 6일 여성가족부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범정부 티에프(TF)' 대책 발표 뒤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추가 브리핑을 했다.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 정부 발표를 확인한 기자들은 '여가부가 성폭력 대응 정책 주무 부처로서 이번 대책 마련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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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의 질문
“정부가 지금 디지털 성범죄를 ‘젠더 기반 폭력’으로 보고 있는 게 맞습니까?”(기자)
“디지털 성폭력도 성폭력의 하나라면 젠더 기반 폭력이지만, 남성 피해자도 상당히 있기도 합니다. 어쨌든 젠더 기반 폭력이 맞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여성가족부 관계자)
‘어쨌든 사과’를 하는 그 대통령에 그 정부 부처라고 해야 할까. 지난 6일 여성가족부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범정부 티에프(TF)’ 대책 발표 뒤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추가 브리핑을 했다. 앞서 기자들이 “범부처 종합 대책이라 내용이 많을 테니 여가부 내용만이라도 미리 설명해달라”고 사전 브리핑을 요구했는데, 이를 거절하면서 ‘사후’ 브리핑을 연 것이다.
최근엔 윤석열 대통령을 사과에 나서게 한 각종 정치 뉴스보다 후순위로 밀렸지만, 지난 8월에는 초·중·고 교실, 대학가 등 10대와 청년층에 널리 퍼진 딥페이크 성범죄 보도가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다. 윤 대통령은 8월27일 국무회의에서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를 통해 (딥페이크 성범죄를) 뿌리 뽑고, 건전한 디지털 문화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교육도 강구해줄 것”을 말했고, 사흘 뒤 국무조정실 산하 범정부 티에프가 구성됐다.
티에프에서 두달여 만에 내놓은 종합 대책의 뚜껑을 열어보니, 거칠게 요약해 ‘대응책인 걸 알면서도 집행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실행해보겠다’는 선언 수준이었다. 각 방안을 아우르는 큰 방향성과 로드맵을 갖춘 ‘정책’이기보다는 각 부처 ‘사업 모음집’에 가까웠다는 뜻이다.
‘엔(n)번방’ 사건으로 꾸준히 입길에 오른 텔레그램 대응 방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국내법을 활용해 국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에 나선다며, 텔레그램에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알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2021년부터 수차례 텔레그램에 국내 대리인 지정 관련 공문을 보냈지만 응답받지 못했다. 티에프 단장인 김종문 국무조정실 1차장은 방안의 실효성을 묻자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그동안) 할 수 있는 일인데 하지 않았던 일을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함으로써 업체에 압박도 되고 다른 협조를 이끌어낼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답했다.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 정부 발표를 확인한 기자들은 ‘여가부가 성폭력 대응 정책 주무 부처로서 이번 대책 마련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여가부 쪽은 “다른 부처들이 (디지털 성범죄에) 관심을 덜 갖고 있었는데 우리가 그동안 나온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과제를 발굴, (대응안에) 포함되도록 주장했다”고 하지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듯하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여성을 주요 대상으로 하기에 성적 대상화와 여성혐오 대응이 필수라는 점을 인지하지 않은 결과물로 여겨져서다.
국가 성평등 정책을 총괄·조율해야 하는 여가부가 제구실을 못 하는 이유가 ‘장관 공백 상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은 지난달 31일 국회 여가부 국정감사 논평에서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여성 시민의 힘으로 진전시켜온 성평등 제도·정책, 여가부를 무력화하고 사회 전반의 성평등 의식을 퇴행시키고 있다. 정부는 반여성·반인권적 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효실 젠더팀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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