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장발장'의 눈물… 사망자로 살아온 12년 세월과 검찰의 선처

최동순 2024. 11. 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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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서울대 건물 외벽을 타고 연구실 등에 침입해 금품을 훔쳐 구속 송치됐던 노숙인이 검찰의 선처로 풀려났다.

검찰은 A씨가 실종선고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등을 전혀 받지 못한 점, 그의 사연을 들은 서울대 교수 등 피해자 모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가족과의 전화 면담 등을 거쳐 법원으로부터 실종선고 취소를 받아냈고, A씨에게 주거지원‧취업지원 등 갱생보호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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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실패·교통사고에 가족 떠나 관악산行
법원의 실종선고로 12년간 법적 사망자
"너무 배고파서" 서울대 야간 침입해 절도
검찰 기소유예 및 실종선고 취소 등 지원
게티이미지뱅크

야간에 서울대 건물 외벽을 타고 연구실 등에 침입해 금품을 훔쳐 구속 송치됐던 노숙인이 검찰의 선처로 풀려났다. 법원의 실종선고로 10년 넘게 '사망자'로 살아오는 등 복지 사각지대에서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범행에 이른 점 등을 참작한 처분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야간건조물침입절도 등 혐의로 구속 송치된 60대 남성 A씨의 구속을 취소하고 '취업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달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4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서울 관악구 서울대 건물 외벽 배관을 타고 창문을 통해 연구실, 교수실, 사무실 등으로 침입한 뒤 현금 및 상품권을 절취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았다. 이런 수법으로 그가 훔친 돈은 8년간 9차례, 219만 원이다. A씨는 도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추적한 끝에 체포됐다.

서울대 정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수사해 보니 가슴 아픈 사연이 드러났다. A씨는 2012년부터 약 12년간 '사망자'로 살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 실패에 교통사고까지 겹치며 일용직 노동조차 할 수 없는 몸이 되자,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2001년 관악산으로 숨어든 것이다. 가족들은 A씨가 갑자기 사라지자 실종신고를 했지만 찾지 못했다. 결국 법원은 2012년 A씨에 대해 실종선고를 내렸고, 그는 법적으로는 '사망'한 것으로 간주됐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너무 배가 고파 돈을 훔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씨가 실종선고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등을 전혀 받지 못한 점, 그의 사연을 들은 서울대 교수 등 피해자 모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가족과의 전화 면담 등을 거쳐 법원으로부터 실종선고 취소를 받아냈고, A씨에게 주거지원‧취업지원 등 갱생보호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안의 구체적 사정을 세심히 살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적정한 처분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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