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은 실패지만 진화를 낳아... 인류는 찬란한 멸종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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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은 실패다. 모든 종은 멸종한다. 멸종하지 않으면 진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도 다음 세대 생명에게 지구의 생태계를 물려줄 수 있도록 찬란한 멸종을 해야 한다."
이정모 펭귄각종과학관장(전 국립과천과학과장)은 8일 오후 카이스트에서 진행된 '실패의 과학: 다른 시각으로의 초대' 세미나에서 '찬란한 멸종-가장 아름다운 실패'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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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은 실패다. 모든 종은 멸종한다. 멸종하지 않으면 진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도 다음 세대 생명에게 지구의 생태계를 물려줄 수 있도록 찬란한 멸종을 해야 한다."
이정모 펭귄각종과학관장(전 국립과천과학과장)은 8일 오후 카이스트에서 진행된 '실패의 과학: 다른 시각으로의 초대' 세미나에서 '찬란한 멸종-가장 아름다운 실패'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구상에서 벌어진 다섯 차례의 멸종을 중심으로 한 자연사를 소개하며 "현재까지 존재했던 모든 생물종 대부분은 4억4,300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점진적인 멸종 현상(background extinction)'을 통해 서서히 사라졌지만, 인류는 급격한 멸종을 자초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과학자들은 다가올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짧으면 500년, 길면 1만 년이라고 하는데, 최근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걸 보면 150년일 수도 있다"며 "문제는 자연사를 보면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하는데, 현재 최상위 포식자가 바로 인간이라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인간이 멸종 위기 현실을 직시하고 변할 것을 주문했다. 이 관장은 "우리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며 멸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층에선 방사선이 엄청나게 검출되고 모든 땅에서 플라스틱과 콘크리트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의 멸종은 다음 생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는 것이지만, 인류가 만든 기후변화로 인한 여섯 번째 멸종은 다른 생명까지 다 사라질 수 있다"며 "우린 이 멸종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못에 있는 개구리밥의 급격한 증가를 들며 지구 멸종을 야기할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했다. "연못에 매일 2배씩 느는 개구리밥이 있는데, 절반의 공간이 남아 있다고 여유 있게 있으면 다음 날 꽉 차요. 아파본 적 없던 지구가 지금 살려달라고 하죠? 우리가 찬란하게 멸종하면서 다음 세대 생명들에게 지구 생태계를 물려줄 건지, 생명체(인간)의 실수로 처음으로 모든 종이 사라지게 할 것인지 꼭 생각해 보세요."
함께 무대에 선 권정태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우리의 뇌가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살펴봤다. 이날 세미나는 카이스트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한 '실패학회' 메인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올해는 '거절과 실패'를 주제로 구성원들이 퇴짜 맞고 불합격했던 경험의 인증사진을 공유하며 실패의 가치를 조명한다.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망한 과제 자랑대회'도 13일 열린다. 참여 학생들이 팀을 이뤄 실패와 관련된 아이템,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부스를 꾸미고 사례를 공유한다.
카이스트 본원 1층 로비에는 '거절'을 주제로 'We regret to inform you(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입니다'라는 제목의 상시전시도 열린다. 카이스트 실패연구소 설립 3주년을 맞아 1,500명에게 진행해 세대별 인식차이를 살펴볼 수 있는 '도전과 실패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설문조사 결과도 행사 기간 공개한다.
조성호 카이스트 실패연구소장은 "행사를 통해 구성원들이 경험했던 실패와 거절을 공유하며, 단순한 위로를 넘어 실패의 과학적 가치를 발견하고 도전의 동력을 얻는 계기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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