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뉴스] "오이시쿠나레~" 젠지세대가 추천한 데이트 가다

김채호 기자 2024. 11. 8. 18: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느 날 배가 불룩 나왔다.

이번에는 젠지세대(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인 인턴 K가 추천한 데이트 코스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결단코 거부하는 나에게 "Z세대 데이트를 경험하기로 했다"는 말에 따랐다.

아재가 굳이 젠지세대 트렌드를 따라하기보단 각 세대에 맞는 데이트 코스를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어느 날 배가 불룩 나왔다. 지나가던 아내가 “아저씨 배가 임신 8개월”이라고 한마디 툭 던졌다. 아저씨로 변하는 과정이 이토록 자연스럽게 시작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경상도에서는 아저씨를 ‘아재’라 부르는데, 장난스럽게 “아재요”라고 듣던 말들도 이제는 반박불가. 청년기본법에도 19세 이상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정의하지 않나. 쳇바퀴 돌듯 살아가다 이렇게 됐으니 ‘뭐라도 해야 달라지지 않을까’ 고민했다. 카메라를 들고, 나와 같은 아재들의 공감을 기대하며 평소에 생각조차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나가는 ‘아재 도전기’를 써보려 한다.

이번에는 젠지세대(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인 인턴 K가 추천한 데이트 코스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데이트라 하면 설렘, 기대, 로맨스 같은 단어들이 떠오르지만, 인턴 K가 고른 장소들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솔직히 데이트라고 하면 카페나 식당에서 식사하고, 영화 한 편을 보며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로맨틱하게 보내는 걸 떠올렸지만, Z세대의 데이트 코스는 신선하다못해 신박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게임으로

지난달 23일 오전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위치한 체험형 심리전시공간을 방문했다. 서울에 이어 지난 7월 부산에 오픈한 이곳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체험이 2인 단위로 진행되기에 인턴 K와 함께 입장했다. 노란색과 파란색 팔찌를 차고, 서로의 ‘취향 차이’를 11개의 체험 공간으로 확인했다. 팔찌가 일종의 오락실 동전 역할을 해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김채호PD와 송은빈 인턴이 전시를 체험하고 있다. 김진철PD


직장 후배라기에는 멀고 모르는 사람이라기에는 가까운 어디쯤의 관계인 인턴 K와 함께하는 심리체험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게임형 체험 공간이라 53분이라는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특히 ‘닮음과 다름’이라는 코너에서 서로의 취향을 비교하며 소소하게 웃을 수 있어 유쾌한 시간이었다. 체험을 마치고 인턴 K는 “다음에는 꼭 연인하고 같이 오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나도”라고 덧붙였다.

▮오이시쿠나레~(맛있어져라) 메이드 카페

같은 날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메이드(Maid) 카페를 방문했다. 오전과는 극과 극의 분위기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분홍빛 조명 아래 테이블에 앉은 남성 4명이 눈에 들어왔다. 곧이어 그중 1명이 하얀 레이스 달린 검은 메이드복을 주섬주섬 입었다. 벌칙으로 보였다. 갑작스럽게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곧 마주칠 나의 모습에.

역시나 인턴 K는 메이드복 드레스룸에 다가가며 옷을 골라주기 시작했다. 결단코 거부하는 나에게 “Z세대 데이트를 경험하기로 했다”는 말에 따랐다. 그나마 무난했던(?) 기다란 메이드복을 입었다. 단지 여기에 토끼 귀 머리띠까지 뒤집어써야 할진 몰랐다.

김채호PD와 송은빈 인턴이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고 있다. 김진철PD


이곳 직원은 메이드(하녀)다. 음료를 주문하려면 자리의 종을 흔든 뒤 ‘냥냥’으로 외쳐야 한단다. “그냥 주문하면 안 되냐”는 말에 인턴 K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했다. 어렵게 ‘냥냥’을 외치며 음료를 주문했다.

주문한 메론소다를 가져온 메이드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더 맛있어지게 주문을 외워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주문한 음료를 먹기 전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오이시쿠나레(맛있어져라)’, ‘모에모에'를 따라하란다. 하는 수 없었다.

일본식 콘셉트 카페인 ‘메이드 카페’는 서울에 이어 올해 초 부산에 생겨났다. 예전엔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 문화가 마니아층에게만 인기라 생각했는데, 인턴 K는 “즐길 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장소”라며 “메이드 카페 외에도 집사 카페 등 독특한 공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재가 굳이 젠지세대 트렌드를 따라하기보단 각 세대에 맞는 데이트 코스를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