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업 강화 나선 日 대형 은행이 현대카드 선택한 이유는?
젊은 층 중심으로 세력 확대
맞춤형 서비스 시급한 가운데
AI 활용해 고객 타켓팅 하는
현대카드 플랫폼에 ‘러브콜’
입구에 ‘올리브 라운지’라고 쓰여진 점포를 들어서면 스타벅스 커피숍이 나온다. 커피숍 한쪽 공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은행 창구 모습은 잘 눈에 띄지 않고 ATM 기계만 즐비하다.
재밌는 곳은 지하 1층이다. 과거 은행 금고가 있던 자리에 고객들이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이곳은 일본 ‘빅3’ 은행 중 하나로 꼽히는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이 컬쳐컨비니언스클럽(CCC)과 손잡고 지난 5월 문을 연 공간이다. CCC는 일본 서점계에 새로운 트렌드가 된 츠타야 운영사로 유명한 곳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해당 공간이 전통적 은행 점포로 운영됐을 때는 하루 손님이 약 50여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올리브 라운지 형태로 탈바꿈한 뒤에는 하루 손님이 175명으로 3.5배나 늘었다. 스타벅스가 1층에, 2층에는 공용 오피스 공간인 쉐어라운지가 있어 이를 포함한 하루 방문객 수는 1450명에 달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문을 여는 은행과 달리 스타벅스 등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한다. 고객들이 스타벅스에 들렀다가 은행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올리브의 신규 계좌 개설자 80% 이상이 40대 이하가 될 정도로 SMBC는 젊은 은행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SMBC는 올해 중에만 약 40개의 올리브 라운지를 열겠다는 각오다.
인터넷뱅킹이 발달한 한국과 달리 스마트폰을 사용한 은행 업무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일본의 정서다. 하지만 올리브는 지난 7월 300만 가입자를 돌파했고 2028년까지 1200만명의 고객을 모을 계획이다.
이러한 올리브 서비스의 수익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곳이 미쓰이스미토모카드(SMCC)다. SMCC는 최근 자동 가계부와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핀테크 스타트업인 머니포워드와 제휴를 맺고 카드 이용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캐나다의 대형여행사와 제휴해 내년에는 여행 예약 사이트를 만들 예정이다. 올리브가 비금융 사업과 제휴하는 것은 처음이다.
오니시 유키히코 SMCC 사장은 닛케이에 “올리브 서비스의 핵심 키워드는 열린 경제권을 의미하는 ‘오픈’이다”며 “편리성이 높은 서비스와 올리브를 연결해 저변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해외 제품에 대해 깐깐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뚫기 어려운 것이 보수적인 금융시장이다. 소비자들도 자국 상품을 선호해 어지간해서는 외국 기업에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여기에 품질우선주의도 강해 서비스와 제품의 안정성과 성능이 보장되지 않으면 진출 시도조차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SMCC가 주목한 것은 현대카드 유니버스가 가진 데이터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태그’로 개인의 행동·성향·상태 등을 예측해 고객에게 직접 타켓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업종에 상관없이 비즈니스의 전 영역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이 큰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오니시 사장은 “카드 사업을 개별적으로 보면 가맹점 관리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가운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제휴처 개척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며 “올리브를 종합 금융 서비스로 진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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