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선고'로 사망 상태…"굶주림에 범행" 편지에 "따스한 손길, 앞으로의 삶에 등불될 것"
검찰이 사업 실패로 산에서 12년의 노숙 생활을 하다 서울대에서 절도를 벌인 A씨에 대해 조건부 기소 유예 처분을 했다.〈사진=연합뉴스〉
사업 실패로 노숙 생활을 하다 8년 동안 대학 연구실 등에서 현금과 상품권 등을 훔쳐 온 60대 남성이 결국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67살 A씨에 대해 취업 교육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전거 대리점 사업을 하던 A씨는 50대 중반 사업에 실패한 뒤 교통사고까지 당했습니다. 가족과 연락을 끊은 뒤 서울 관악산에서 10년 넘게 노숙 생활을 했습니다.
2016년부터 8년여 동안 인근에 있는 서울대학교 건물 외벽을 넘나들며 연구실 등에서 200만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을 훔친 혐의 등으로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A씨가 법원에서 실종이 선고돼 사망 간주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생사가 5년 동안 분명하지 않은 경우 이해관계인 등의 청구로 법원은 실종 선고를 할 수 있고, 실종선고가 내려지면 실종자는
생사가 불분명한 5년의 기간이 끝나는 시기에 사망한 것으로 봅니다.
이 때문에 A씨는 기초수급생활자 지원 등을 받을 수 없었고 현금 등을 훔친 겁니다. A씨도 조사 과정에서 "실종선고를 취소하고 과거를 반성해 새 터전에서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검찰을 통해 사연을 접한 서울대학교 교수 등 피해자 10명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고, 피의자 A씨도 '갱생보호 프로그램 이수'에 동의했습니다. 검찰은 실종선고 취소를 청구해 인용 받았습니다. A씨는 취업 교육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됐습니다.
A씨가 쓴 편지.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한 인간이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보여주는 따스한 손길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인지 앞으로 삶에 크고 밝은 등불될 것"이라고 적었다.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A씨는 편지를 썼습니다.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한 인간이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보여주시는 그 따스한 손길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는 제 앞으로 삶에 크고 밝은 등불이 될 것"이라며 "세상엔 따뜻하고 약자를 보듬어주는 그런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검사님과 수사관님들이었다"고 적었습니다.
검찰은 "사안의 구체적 사정을 세심히 살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적정한 처분을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사건관계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따뜻한 검찰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