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강남역 연인 살인’ 대학생에 사형 구형… “사형수로 평생 참회해야”
“삶에 대한 원동력이 없기 때문에 남은 제 삶은 무의미하다. 저는 (범행일인) 5월 6일부터 지금까지 줄곧 제가 원하는 건 사형 외엔 없다고 사법 기관에 누차 말해왔다.” (피해자 아버지 진술 중 일부)
검찰이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대학생 최모(25)씨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 측 아버지도 발언권을 얻어 “납득할 만한 판결이 선고될 것이라 믿는다”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8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씨에 대한 검찰 구형 의견과 피고인 최후 진술 등을 듣는 결심(結審) 공판을 진행했다. 최씨는 녹색 수의를 입은 채 출석했다.
검사는 이날 이례적으로 길게 구형 사유를 밝혔다. 검사는 “최씨는 마지막까지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도 보이지 않았다. (최씨가) 앞으로 잃을게 아니라 피해자를 이미 잃었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피해자는 본인 이름 석자 대신 영원히 ‘피해자’로 남게 됐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존엄한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최씨는) 영원히 격리가 불가피하다”면서 “사형이 집행되지 않더라도 사형수로 평생 참회하는 시간을 갖게 해야 한다”며 재판부에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최씨도 준비해 온 종이를 읽으며 최후 진술을 했다. 그는 “제 마지막 진술은 사죄”라며 “피해자와 가족분들, 그리고 피해자가 사랑하신 모든 분들께 무릎 꿇고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 정말 잘못했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의 가장 고귀한 권리를 뺏은 것은 남은 인생 동안 제가 짊어져야 할 죄”라며 “한때나마 타인을 돕고 치료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리라 기대했던 저는 기대 부응은커녕 슬픔과 충격만 안겼다”고 했다.
최씨는 “부모님은 평생 제게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쳤다”면서도 “전 그렇게 살지 못했고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질렀다”고도 했다.
이날 법정을 찾은 피해자의 아버지도 재판 말미에 “제 딸이 악마한테 비참하게 전전긍긍하다 왜 살해됐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며 “흘릴 수 있는 눈물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눈물 없이 단 한 시간도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울먹였다.
아버지는 재판장도 거론하며 “재판장님 제발 저 자리에 앉은 살인마에게 사형을 선고해주시길 무릎 꿇고 간청한다”며 “살인자들이 법을 우습게 여기고 범죄를 자행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 측 변호인은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용서받기 어려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도 “형사 처벌 전력이 없고 누구보다 성실히 살아온 학생이었던 점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최씨는 지난 5월 6일 오후 5시 넘어 서울 강남역 9번 출구 인근 건물 옥상에서 흉기를 수차례 휘둘러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최씨는 범행 두 시간 전 집 근처인 경기 화성의 한 대형 마트에서 흉기를 산 뒤 피해자를 범행 장소로 불러냈다. 최씨는 서울의 한 명문대에 재학 중인 의대생인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최씨는 여자친구와 올해 4월 혼인신고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고 피해자 부모가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뒤 혼인 무효 소송을 추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두 사람은 결별 문제 등으로 다퉜고,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최씨가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최씨 측 주장에 따라 정신감정도 받았는데 감정 결과 최씨는 범행 당시 심신 장애는 있지 않았던 것으로 나왔다.
최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12월 2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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