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200만원 절도’ 노숙인, 알고 보니 12년간 사망자 신세… 檢 기소유예
노숙인 “다시는 과오 저지르지 않는 게 보답
애써준 사람 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드리고파”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지난 8년 동안 서울대학교에 침입해 2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다 구속된 노숙인 A(67)씨를 취업교육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2년간 사망자로 등록돼 있었다고 한다.
야간 건조물 침입 절도 및 절도 미수 혐의로 구속된 A씨는 2016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서울대 건물 외벽 배관을 타고 창문을 통해 연구실, 교수실, 사무실 등에 총 9차례 침입해 219만원 상당의 금품을 절취한 혐의로 지난달 23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사업 실패 이후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일용직 노동조차 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관악산에서 수년간 노숙 생활을 하다가 굶주린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A씨는 노숙 기간 중 법원에서 실종선고를 받아 약 12년간 사망한 사람으로 등록됐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터전에서 열심히 한 번 살아보겠다. 보답하는 길은 다시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라며 실종선고를 취소하고 사회로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A씨는 수사팀에 손편지를 보내 “재활을 위해 힘써주신 검사님과 수사관님들께 ‘우리가 애써준 사람이 바르게 살고 있다’는 그런 자부심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서울대학교 교수와 임직원 등 피해자 10명은 검찰에게 A씨 사연을 전해 듣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A씨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법원에 실종선고 취소를 청구하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과 협의해 취업 지원 등 갱생보호프로그램을 연결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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