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환율, 가계부채… 美 11월 금리 인하에 숨은 이슈들
미, 연준 금리 추가 인하
한미 금리차 1.5%포인트
11월 금리결정 앞둔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나설까
치솟은 환율에 고민 깊어져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했다. 연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의 4.75~5.0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낮췄다고 밝혔다. 지난 9월 기준금리를 4년 6개월 만에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또다시 금리인하에 나선 셈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는 예상된 결과였다. 지난 6일 시카고파생상품그룹(CME)의 페드워치는 11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98.1%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추가 인하는 따져볼 점이 적지 않다. 하나씩 살펴보자.
■ 변수❶ 인플레와 트럼프 =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하하긴 했지만, 시장은 이를 '매파적 결정'이라고 분석한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높아진 게 아니냐는 거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연준의 성명서다.
연준은 9월 금리 인하 당시 "인플레이션이 더 수그러들었다는 데 확신을 얻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11월 성명서에선 이 문구가 사라졌다. 대신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2기 트럼프노믹스의 경제 정책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관세인상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그러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로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서 돈을 뜯어내고 있다"며 "모든 나라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10∼20% 관세를, 중국에는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략을 발표했다.
물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미 대선 결과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FOMC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단기적으로 볼 때 선거가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우리는 향후 정책 변화의 시기와 내용을 알지 못하고, 경제에 미칠 영향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변수❷ 원‧달러 환율 = 문제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미국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선 만큼 한국은행도 보조를 맞춰 경기침체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은이 10월에 이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첫째 이유는 원‧달러 환율의 위험성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웃도는 등 극심한 불확실성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면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0월 25일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원‧달러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굉장히 높게 올랐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며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선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변수(고려 요인)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둘째 이유는 한미 금리차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확률이 커진다. 현재 한미 금리차는 1.50%포인트(한국 3.25%‧미국 상단 4.75%)다. 만약 1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 한미 금리차는 다시 1.75%포인트로 벌어진다.
여기에 집값‧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하는 변수다. 김정식 연세대(경제학) 명예교수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원‧달러 환율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도 여전히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에 환율 상승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까지 발생한 셈"이라며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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