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현대인에 있어 은퇴란?
‘은퇴(Retirement)’란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을 뜻한다. 즉 생산 활동은 중지했지만 소비활동은 지속하는 삶의 형태로, 단순히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의미하는 ‘퇴직’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은퇴에 대한 개념이 단순히 직장을 그만둔다는 의미에서 즐겁게 자신의 가치관을 부각시키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기간으로 그 의미가 변화되고 있다.
문제는 인구구조의 고령화로 인해 이제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있다. ‘고령화현상’은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충격과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노후생활비 마련을 위한 독립적 경제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거나 소유 자산규모에 대한 내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이는 들고 신체의 노화에 따른 다양한 질병이라는 고통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이나 퇴행성 질환 등은 죽을 때까지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단절을 경험한다. 어떤 단절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만 특정한 단절에 대해서는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들도 많다. 매일 습관적으로 하던 직장생활에서 갑자기 단절되고, 은퇴라는 낮선 요구조건에 직면했을 때 사회적인 고립과 우정의 박탈이 일어나는데 보통은 남성의 경우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더 이상 사회에서 의미 있는 장소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는 박탈감에 위축되기도 한다. 하지만 은퇴 후에도 높은 수준으로 활동을 유지하고 중년에 경험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사회 참여를 지속하면 은퇴를 비롯한 노년생활에 잘 적응할 가능성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누구나 은퇴를 맞이하지만 은퇴준비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원인으로는 우선 재정적인 이유다. 당장의 삶을 살아가는데 급급해서 미래를 준비할 여유가 없다고들 한다. 그리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원하는 은퇴생활을 위해 필요한 은퇴자금이 엄청날 것이라고 지레짐작 겁먹기도 한다. 예정 은퇴시기를 너무 짧게 잡는다든지, 공적연금의 수령액에 대한 기대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계산한다든지, 은퇴 후에는 전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가정하는 것 등이 은퇴에 대한 재정적 준비에 부담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다.
사람들이 은퇴준비를 피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 중심적 사고’다. 많은 직장인들에게 ‘일’은 자존감과 친화감의 뿌리라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배우자나 자식 등의 가족들로부터 자신의 필요를 충족하지 못한 사람들일수록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이들에게 일은 가족의 대리인이요, 정서적인 돌봄의 근원지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은퇴’라 하면 ‘죽음과 노화’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은퇴자는 곧 ‘노인’이고 노인은 사회의 주도세력에서 물러나는 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은퇴에 대한 생각 자체를 회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은퇴에 직면한 사람들이나 은퇴를 한 사람들이 은퇴자금 마련에 대해 허겁지겁 나섰지만 이제는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후준비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점차 젊은 층에서부터 노후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은퇴에 대해 생각하는 나이인 4050세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은퇴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꼭 명심해야 할 기본자세를 언급하고자 한다.
4050세대는 경제적으로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시기이며,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가장 높은 시기다. 반면 주택확장, 자녀 대학교육, 자녀독립 등으로 인해 지출 또한 가장 많은 시기다. 특히 우리나라 4050세대의 경우 과도한 교육비 지출이 노후대비를 저해하는 주요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후준비의 필요성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노후생활자금을 준비하지 못하는 이유로 40대의 경우에는 소득이 적어서 라고 답변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자녀교육비, 마지막으로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심각해 보이는 부분은 부채상환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설계는 보통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장기계획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4050세대는 본격적으로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수입이 가장 많기도 하지만 지출 역시 가장 많은 시기가 40대 50대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나 사회에서모두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 결과 중 하나로 나타나는 것이 자녀교육에 대한 투자다. 하지만 부모의 노후자금에 대한 대비 없이 자녀교육에 올 인(All-in)하게 되면 자녀와 부모가 모두 불행해질 가능성이 있다.
자녀교육에 모두 투자하느라 자신의 노후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부모를 자식이 부양한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나라 청장년층의 자녀교육비에 대한 과도한 지출은 향후 노후대비를 위한 저축을 제약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4050세대는 자녀교육에 대한 투자와 자신들의 노후준비에 대한 투자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의 자산구조는 실물자산에 대비해 금융자산의 비중이 낮은 편이다. 은퇴가 임박할수록 실물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생활비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대부분의 금융자산이 수익률이 낮은 단기성 예금이나 적금위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수정할 부분이다.
부채가 과도한 상황에서 실직이나 은퇴로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중단되면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은퇴 이전에 꼭 이루어져야 할 작업 중의 하나가 부채청산이다. 만약 부동산과 같은 투자자산을 매수함으로 인해 생긴 부채라면 가격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예상수익과 부담하는 이자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과감하게 처분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는 것이 좋다.
4050세대는 자아실현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장계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각자의 인생가치관을 재점검해야 한다. 인생전반기에 성공과 부, 좋은 직업을 추구하고 살았다면 인생후반기에는 인간관계와 의미, 보람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을 더욱 중시하고 자신의 요구와 존재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즉 4050세대의 은퇴설계는 재무적인 준비도 중요하지만, 건강, 관계, 여가 등을 중심으로 한 비재무적인 요소와의 균형 잡힌 삶을 설계할 것을 권한다.
나이가 들수록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건강문제’가 주요한 이슈(Issue)로 등장한다. 은퇴 후의 생활비는 ‘의료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료비 지출이 많다. 건강할 때에는 질병에 대한 대비를 간과하기 쉽다. 우리나라 민영보험회사들의 건강보험 상품 약관에 따르면 60세를 넘으면 가입에 제약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 살이라도 더 젊고 건강할 때 의료비에 대한 대비를 위해 가입 중인 보험들의 보장금액과 보장기간을 검토해 보고 부족한 부분을 추가로 설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60대에 접어들어서는 비재무적 측면이 강조된 은퇴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거주생활에 관련된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은퇴 후 생활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거주할 주택이 있는지의 여부와 어디에 거주할 것인가에 있다. 은퇴설계 있어 주거계획을 현 거주지역과 관련지어 미리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간병기에 농촌지역으로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면 주거환경에 대한 파악이 필수로 떠오른다. 주거환경 뿐 아니라 간병기의 특성상 추가되는 의료비 부분도 별도로 계산하여 은퇴 예비자금에 추가해야 된다.
대부분 은퇴자들이 총 부채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자산의 대부분이 거주주택 자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은퇴기간동안 부채전액을 상환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고, 은퇴자들의 이자부담 또한 지속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주택연금제도를 통한 이자상환 부담 감소와 함께 주택규모를 축소하거나 임대주택을 활용하는 등의 거주주택에 대한 의식전환이 요구된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증가시키는 등 포트폴리오(Portfolio)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월 배당 펀드(Fund)나 즉시 납 연금 상품에 가입하거나 퇴직금을 연금화하고, 주택연금의 활용 등을 통하여 은퇴자금을 연금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은퇴를 하였음에도 자녀가 여전히 교육 중이거나 미혼인 경우에는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을 별도로 분리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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