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사퇴 안한다" 일축···美 연준 이번엔 '베이비컷' 밟았다
9월 빅컷과 달리 만장일치 결정
경제 강세···고용·물가 진전 판단
내달도 정책완화 기조 지속 전망
트럼프, 파월 임기 내 해고 없이
보수적 위원 활용 정책 유도할듯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사퇴 압박 가능성과 관련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연준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9월 0.5%포인트의 빅컷에 이어 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한 셈이다.
7일(현지 시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현행 4.75~5.0%에서 4.5~4.75%로 낮췄다. 9월 빅컷 당시 미셸 보먼 연준 이사가 반대했던 것과 달리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파월 의장은 “경제는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2년 동안 우리의 목표를 향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이번 정책 기조의 추가 재조정은 경제와 노동시장의 강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인플레이션 진전을 계속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 및 선거와 관련된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정권 교체에 따른 경제 영향에 대해 “단기적으로 우리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공약의 추진 여부와 영향을 가늠할 수 없어서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정부 정책의 변화가 연준의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이목이 몰렸던 12월 금리의 향방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원칙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이날 기자회견 전 공개된 정책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추가 자신감을 얻었다”는 문구가 삭제되면서 월가 전문가들 중 일부는 12월 금리 인하를 일시 정지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에 파월 의장은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물가에 대한) 추가적 자신감은 우리가 첫 번째 금리 인하를 하기 위한 관문이었고 9월에 이를 충족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문구를 삭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 금리가 오를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확실히 우리의 계획이 아니다”라며 “외부적 이벤트가 없는 한 당분간 현재의 예측을 유지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금융시장은 당초 예상했던 수준의 금리에 눈에 띄는 변화 없이 마감됐다. 이날 뉴욕증시는 다우존스가 4만 3729.34로 변동률 0.00%의 보합을 기록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0.74%, 1.51%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9%포인트 내린 4.34%를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12월 FOMC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갈 확률은 전날 69.9%에서 파월 기자회견 이후 74.7%로 소폭 상승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시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추가적인 노동시장의 약화가 필요 없다고 한 점을 고려할 때 12월 0.25%포인트 인하가 여전히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고 짚었다.
이날 기자회견의 하이라이트는 금리나 경제 전망보다 파월 의장이 트럼프 당선인의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고 밝힌 대목이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사임을 요구할 때 응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고하거나 강등시킬 권한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법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연준의 결정에 불만을 표한 바 있다. 그는 8월 금리 결정과 관련해 “최소한 대통령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캐피털알파파트너스의 디렉터인 이안 캐츠는 “파월 의장은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다”며 “대통령의 비판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행위는 연준이 독립적이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는 행위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이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파월 의장을 임기 내 해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6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도 “옳은 일을 한다면 임기를 마치도록 내버려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보수 성향의 FOMC 위원들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원하는 금리 방향을 유도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토시마앤어소시에이츠의 대표인 도시마 이쓰오는 니혼게이자이신문 칼럼에서 “보먼 이사와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은연중에 백악관의 의향을 FOMC에 알릴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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