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사제 2’, ‘이명우PD의 유산’은 건재할까[스경X현장]
흔히 영화를 ‘감독의 예술’, 드라마의 ‘작가의 예술’이라고 한다. 촬영현장에서 충분히 대본을 두고 숙고할 시간이 많은 영화의 경우 현장의 지휘하는 감독에게 권한이 더 걸리고, 촬영 때 빠른 작업이 필요한 드라마는 작가로 인해 건실하게 만들어진 대본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에서 연출자의 역량을 빼놓을 수 없다. 이명우 감독의 경우 나름의 감각과 주제의식으로 ‘작가주의 감독’으로 이름이 높던 인물이었다. ‘패션왕’을 시작으로 ‘펀치’ ‘귓속말’ ‘편의점 샛별이’ 등을 통해 이 감독은 힘의 속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코믹과 액션을 오가는 작법을 만들었다.
특히 2019년 방송된 SBS ‘열혈사제’는 이러한 그의 성향이 극대화된 작품이었다. 힘을 가진 김해일 신부, 권력을 가진 박경선 검사, 공권력을 낭비하는 구대영 형사 등 힘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주제의식에 코믹터치를 곁들여 활극을 만들어냈다.
‘열혈사제’ 시리즈는 이후 나오는 ‘모범택시’ 그리고 ‘낭만닥터 김사부’ 등과 함께 SBS의 드라마 정체성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드라마 IP(지식재산권)가 됐다. 매번 1편 제작 후 시즌제에 대한 요구가 쇄도했지만, 시즌 2의 제작의 여의치 않았다.
중간에 코로나19 이슈가 있었고, 결국 ‘원조 연출’ 이명우PD는 SBS를 떠났다. 결국 IP만을 남겨놓은 그는 2021년 ‘어느 날’을 시작으로 지난해 ‘소년시대’까지 주로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되는 OTT 오리지널 시리즈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열혈사제’에는 1편 당시 공동연출을 담당했던 박보람PD와 주역들이 남았다. 주연 김남길이 자신의 제작사를 통해 제작에도 참여하면서 애정을 보였던 시리즈는 결국 2편으로 부활했다. ‘열혈사제 2’는 당장 8일부터 시청자를 찾아간다.
1편에서 대한민국 가상의 지역 ‘구담구’를 배경으로 이영준 신부의 죽음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다뤘다면, 2편에서는 세계관을 더욱 확장한다. 구담구를 때 묻히는 마약의 근원을 찾기 위해 부산으로 향하는 3인방은 마약왕으로 거듭나고 있던 ‘빌런’ 김홍식 그리고 그의 뒷배를 봐주는 ‘비리검사’ 남우헌을 격파하러 나선다.
김해일 신부(김남길), 박경선 검사(이하늬), 구대영 형사(김성균)로 이뤄진 이른바 ‘구담즈’가 건재하고 여기에 부산 형사 구자영(김형서)가 합류한다. 악당 라인 역시 2년 전 김남길과 ‘아일랜드’에서 맞대결한 성준과 최근 디즈니플러스 ‘강매강’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서현우가 합류했다.
김남길은 8일 오후 서울 목동 SBS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열혈사제’ 하면 이명우 감독님을 떠올리시는 분이 많다. 하지만 박재범 작가님이나 배우들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다고 본다”며 “박보람 감독님의 경우는 1편을 함께 연출하시면서 그 DNA를 가지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함께 하면서 드라마적인 표현을 만드시는 부분을 보고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보람PD 역시 “저만의 색을 보여주겠다는 생각보다도 IP를 그대로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미 이명우PD와 박재범 작가의 사이에서 구축된 세계관을 잘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여기에 “제가 웃음에 좀 인색한 편이라, 제가 웃는다면 시청자들께서도 재미있으실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엄격하게 높은 기준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하늬 역시 “촬영장에 재미있는 장면에 웃으실 수도 있는데 웃음기 없이 말씀하시기에 재미없으신 줄 알았다”며 “그게 바로 재미있다는 표현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명우PD는 ‘소년시대’를 연출한 후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고 제가 1편에서 보일 수 있는 건 다 보였다”며 “좋은 IP를 놓고 후배들이 이어받아 시즌 2, 3이 롱런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미 속편으로 성공의 맛을 본 ‘낭만닥터 김사부’와 ‘모범택시’는 SBS의 간판 드라마가 됐다. 오랜 시간 가장 시즌제의 열망을 크게 받은 ‘열혈사제’ 시리즈가 출동한다. 이 작품의 성공, 이명우의 유산을 잘 계승하는 일은 향후 SBS 드라마의 몇 년 먹거리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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