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도 우주의학 R&D 추진…"우주청이 컨트롤타워 돼야"
우주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인 우주항공청 개청 이후에도 우주 연구가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우주의학 관련 국가 R&D 사업으로 우주의학 혁신 의료기술개발 과제를 착수한다고 나서면서다.
8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공고한 한국형 ARPA-H 신규 프로젝트 모집에는 우주의학 혁신 의료기술 개발이 포함됐다. 복지부는 사업 내용에 대해 "기존 의료기술로 풀지 못한 난제 중 우주환경 활용이 적합한 난제를 설정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한다"고 설명하며 우주 환경에서의 생체신호 부적응, 면역노화 가속, 방사선 노출, 혁신적 치료공정 개발 등을 세부 목표로 제시했다.
10월 31일 우주청이 발표한 2024년도 신규프로젝트 탐색연구사업에는 우주수송, 위성, 우주탐사, 항공, 정책 등 분야에서 25개 과제가 선정됐다. 우주바이오 관련 소규모 과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주청이 개청한 이후에도 우주의학 관련 정부 R&D 사업이 우주청 뿐만 아니라 복지부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우주의학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해외 주요 우주기관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9월 한국을 방문한 샤르미 왓킨스 NASA 화성탐사 프로그램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우주의학 분야에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과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한국의 우주의학 청사진을 알게 될 기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우주의학 분야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보령은 2030년 이후를 목표로 지구 저궤도(LEO)에 민간우주정거장을 설치하고 우주 미세중력 환경에서 다양한 의학 실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우주의학 스타트업인 스페이스린텍은 2026년 우주의약품 위탁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 우주의학은 탐사선 등 다른 우주 분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우주개발 관련 글로벌 시장에선 이미 유망한 신흥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우주청이 우주개발 분야에서 국내외 기관의 실효성 있는 소통창구가 되기 위해선 우주청이 담당하는 R&D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주의학의 경우 현재 우주청에는 이 분야 전문가가 1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청 초기 핵심 우주임무 인력을 충원하기에도 벅찬 상황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글로벌 우주개발 시장의 시간은 지금도 빠르게 흐르고 있다.
우주청의 업무 범위에는 이미 일부 부처의 우주 관련 사무가 제외됐다. 외교부와 국방부가 담당하는 외교·안보·국방 분야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항공 정책과 규제 등이다. 명시적으로 업무 범위에서 제외된 분야 외에도 광범위한 R&D 사업이 우주청에 집중되지 못하면서 출범 당시부터 제기됐던 '반쪽짜리 컨트롤타워'가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다.
R&D 사업이 여러 부처에 흩어지면 성과를 활용하는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주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일관적인 정책 추진과 산업계와의 조율이 필요한 만큼 하나의 주무기관이 단일한 지휘역을 수행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현재 상업용 위성은 우주청 소관이지만 군사 위성 기술은 국방부의 소관이다.
우주청이 우주개발 분야 전반을 아우르기 위해선 기관의 힘을 지금보다 키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장기적인 조율이 필요한 국방·안보 분야 외에 당장 우주 분야 R&D 영역을 폭넓게 관할하기 위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주청의 내년도 예산은 9649억원이다.
국내 한 우주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는 "소행성 탐사나 재사용 발사체와 같은 대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예산은 지금도 빠듯하다"며 "현재 우주청은 다양한 우주 분야에 대한 인력이나 자원을 투자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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