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공세 반격카드 갖췄지만···어려운 경제가 복병" [트럼프 2.0시대]

정혜진 기자 2024. 11. 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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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교역관계 초긴장
1차 무역전쟁 겪고 준비에 만전
농산물 수입 다각화 등 대비하고
갈륨·게르마늄 등 원자재 무기화
장기 침체 내수시장은 불안 요소
관세 위협 강화땐 경기부양 부담
[서울경제]

대(對)중국 관세 폭탄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미중 교역 관계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섰다. 다만 중국은 1차 무역 전쟁이 발발했던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미국을 상대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수입 다각화를 통해 대미 무역 및 투자 의존도를 낮춘 데다 미국의 공세에 반격할 수출통제 카드 역시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책과 별개로 현재 중국의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미국과의 무역 전쟁은 과거보다 더 큰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 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트럼프와 시진핑이 순조로운 출발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미중 관계는 첫 100일 동안 긴장이 고조되며 관세·수출통제·수출제재 등 경쟁 조치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 유세 기간 동안 수차례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의 초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이 경우 타격을 받을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5000억 달러 이상으로, 중국 전체 수출액의 15%에 육박한다. 탕쉬핑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중국 정부와 많은 전문가들이 ‘거대한 폭풍’에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에 무엇을 할지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1기를 혹독하게 거친 중국이 이번에는 오랜 준비를 통해 트럼프 2기에 대응할 태세를 갖췄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의 대중 관세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의 첫 번째 표적은 미국산 농산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중국은 1차 무역 전쟁 발발 후 서둘러 농산물 수입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미국은 2016년만 하더라도 중국 대두 수입의 40% 이상을 책임졌지만 올해 첫 9개월 동안 해당 비중은 18% 미만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은 브라질산 대두 수입을 대폭 늘렸다. 브라질은 현재 중국의 최대 대두·옥수수 공급국으로 올라섰다. 중국의 미국산 돼지고기 의존도도 크게 하락했다. 저우샤오밍 전 주제네바 중국대표부 대사는 “중국은 안정적인 대체 공급처를 발전시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2018년보다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통제 역시 중국의 반격 카드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칩 제조와 통신·방위 장비 등에 널리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은 물론 전기차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흑연에 대한 수출통제에 들어갔다. 중국은 9월부터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의 원료로 쓰이는 안티몬에 대해서도 수출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이 새로운 핵심 원자재 수출제재에 나설 경우 그 대상은 전략산업 및 기술에 핵심적인 원자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외국 기업을 제재하기 위한 공식적인 절차도 마련한 상태다. 중국 규제 당국은 9월 신장자치구 면화 구매를 중단한 PVH(타미힐피거·캘빈클라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중국의 대비와 별개로 침체가 장기화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2차 무역 전쟁은 트럼프 1기 때보다 강한 충격파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 충격이 가시지 않은 데다 오랜 내수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2년 가까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전기차·배터리 등 저가 상품의 수출 공세에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위협을 강화할 경우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중국 정부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창슈 블룸버그이코노믹스(BE)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국 제품 대부분 또는 전부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내수 침체와 가격 하락에 직면한 중국 기업들에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퉁자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 역시 “현재 중국의 매우 어려운 내부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위한 포괄적인 노력들은 오히려 중국 경제의 경쟁력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TSMC는 중국의 인공지능(AI) 칩 생산을 중단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TSMC가 7나노미터 이하의 AI 칩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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