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상생협의체 결렬, 배민·쿠팡 자영업자 고혈 더 빨지 말라[사설]
배달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의 상생 방안 도출이 결렬됐다. 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 등 배달앱 업체들이 상생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운 것이다. 소비 부진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들의 고혈을 포기할 수 없다는 배달업체들의 냉혹함이 서늘할 정도다.
이정희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중재 원칙에 부합하는 수준까지 상생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설득했지만, 이에 부합하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지금까지 진행된 11차례의 회의 결과를 브리핑했다. 배달 시장을 장악한 배민과 쿠팡이츠 등 배달앱 업체, 자영업 대표 단체, 공익위원 등이 참여해 지난 7월 출범한 상생협의체 논의가 결국 아무것도 매듭지은 것 없이 빈손으로 끝나게 됐다는 얘기다. 상생협의체가 마지막으로 11일까지 배달플랫폼 업체들의 수수료율 수정안을 받아보겠다며 불씨를 살려놨지만, 그동안 논의 과정을 봤을 때 타결은 불투명해졌다.
배민과 쿠팡이 제시한 수수료 인하안은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했다. 중개 수수료를 마지못해 ‘찔끔’ 인하하면서도 배달비를 올려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전혀 줄여주지 못했다. 특히 배민은 경쟁업체인 쿠팡이츠가 자신들이 제시한 수준의 상생안을 시행할 것을 전제로 삼았다. 털끝만한 이익 감소는 물론 시장점유율 하락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공익위원들은 “양사의 중개 수수료 인하가 배달비·광고비 등 다른 부담 항목으로의 풍선효과로 번질 수 있다”며 “양사 모두 상생협의체의 출범 취지에 충분히 부응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평가했다.
지금 자영업자들은 소비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개 수수료뿐 아니라 결제정산이용료·광고비 등을 합치면 음식값의 30% 이상이 배달 관련 비용으로 빠져나가고, 임대료·자재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자신의 노동력에 상당한 임금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빠듯한 이익으로 겨우 점포를 유지하거나, 각종 대출금 때문에 장사를 접고 싶어도 접을 수 없다는 자영업자들도 적잖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앱 업체 수수료 인하는 자영업자에겐 가뭄의 단비처럼 체감할 수 있는 상생안이다. 하지만 배달앱 업체는 상생은커녕 자영업자들의 ‘배달앱 지옥’ 문제를 외면하고 외려 심화시키고 있다.
소비자·자영업자 모두 배달앱 이용이 늘고 편해진 세상이지만, 그렇다고 배달 관련 수수료가 늘어날 합리적 이유가 없다. 단지 음식을 고르고 주문하는 데 앱 환경을 개선하는 비용이 증가하지도 않는다. 배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5% 급증한 6998억원에 달했다. 독일계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에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지불했으면서도 지난 7월엔 배달수수료율을 3%포인트 인상했다. 쿠팡이츠 등 성장 사업을 포함한 쿠팡의 3분기 매출도 10조69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2% 늘면서 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배민과 쿠팡 등이 자영업자 고통을 외면하고 상생안을 끝내 거부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수수료율 상한제’ 등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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