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처 “향후 5년 고소득층 세부담 4.4兆↓” vs 정부·여당 “1664억 불과”

조용석 2024. 11. 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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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예정처 주최 '2024 세법개정안 토론회'
상속세 감세 수혜 대상 두고 예정처-정부 의견 갈려
예정처 "상속세 대상은 고소득층" VS 정부 "판단불가"
野 "정부 세제개편 근간, 낙수효과…사망선고된 이론"
정부 "낙수효과 주장 한번도 안해…고소득층 감세 ...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정부·여당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 대대적인 상속세 감세를 추진하는 가운데,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와 기획재정부의 세부담 귀착 효과 분석이 크게 엇갈렸다. 예정처는 순액법 기준 향후 5년(2025년~2029년) 고소득자의 세부담이 4조4042억원이 줄어든다고 분석했으나, 정부여당은 1664억원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상지원 예정처 추계분석실장은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예정처 주최 ‘2024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예정처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개인 4조7308억원, 법인은 1207억원의 세부담 감소를 전망한다”며 “구체적으로 서민·중산층은 3266억원, 고소득자는 4조4042억원 세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예정처는 총급여 8400만원 미만을 서민·중산층으로 분류해 세부담 귀착 효과를 추산했다.

(자료 = 국회예정처)

이는 정부가 추산한 세부담 효과와 크게 대비된다. 정부는 2024년 세법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순액법 기준 향후 5년 서민·중산층의 세부담 감소는 6282억원, 고소득자는 1664억원으로 분석해 제출했다. 개인과 법인을 더한 전체 세부담 감소 효과는 예정처(4조1658억원), 정부(4조3515억원)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예정처-정부의 고소득자 세부담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는 까닭은 상속세 감세 효과를 어느 계층에 포함하느냐를 두고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속세 개편에 따른 세부담 감소액 중 대부분을 기타(귀착 분석이 곤란한 항목)로 분류, 기타 항목에서 3조2260억원의 세부담 귀착 효과가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고자산가를 고소득자로 볼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반면 예정처는 현재 상속세 일괄공제(5억원) 및 배우자공제 최저한도(5억원) 등이 적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속세 과세대상은 고자산가이자 고소득층으로 판단하고 세부담 귀착효과를 분석했다.

이에 토론회에 참석한 박수영 기재위 국민의힘 간사는 “상속이란 소득을 상속하지 않고 자산을 상속하는 거다. 하지만 예정처는 자산이 많은 전부를 고소득자로 보고 있다”며 “예를 들어 강남에 좋은 아파트 하나 있고 소득이 하나도 없는 노인 분들을 모두 고소득자로 분류하면 자칫 미스리딩(오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정처의 판단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정부세법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세의 고소득층 편중이 가장 심화했다”며 “근본원인 상증세 감세로,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기타’로 분류했으나 상속세 과세대상 등을 고려하면 예정처럼 ‘고소득자’로의 분류가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자료 = 국회예산정책처)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세부담 귀착 추산방식을 순액법으로 하느냐 감액법으로 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순액법은 직전연도 대비 증감액을 더한 것이고, 누적법은 기준연도 대비 증감액을 말한다.

예를 들어 2024년 자녀 용돈을 120만원으로 했다가 2025년과 2026년 각각 100만원만 줬다면 순액법 기준으로는 20만원이 감소(2026년은 전년 대비 동일해 감소가 없다고 판단)하나, 순액법 기준으로는 40만원이 줄었다고 본다. 이에 따라 향후 5년 정부 세부담 감소효과도 순액법으로는 4조1658억원이나 누적법으로는 19조5060억원이다.

김현동 교수는 “순액법과 누적법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세법 개정을 통해서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세부담의 변화 방법은 누적법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순액법-누적법에 대한 김 교수님의 지적은 정확하다”면서도 “다만 정부는 계속 용돈을 20만원 줄일 거라고 했지 2년간 20만원 밖에 안줄었다고 표현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정부의 기업 감세가 낙수효과가 없다고도 비판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보면 그 근저에는 낙수 효과에 대한 기대가 있다”며 “하지만 낙수효과는 이미 국제기구에서도 사망을 선고한 이론이다. 기재부도 2019년 보도자료에서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감세조치는 소비투자 등 다른 지출증가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2019년은 문재인 정부로 당시 법인세 인상 등 적극적 증세정책을 폈다.

이에 정정훈 세제실장은 “내용에 따라서는 낙수효과라고 느꼈을 수 있는데, 저희들(정부)이 낙수효과라 주장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다만 대기업이나 고소득층 자산가에 대한 감세가 부작용만 있다면 상속세율을 50%에서 60,70%로 더 올려도 되는 것인가라는 고민도 해주셨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조용석 (choju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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