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앞두고 카드깡' 부추기는 로펌의 꼼수

강민우 기자(binu@mk.co.kr) 2024. 11. 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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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하는 50대 A씨는 지난 6월 개인회생 절차를 대리하는 B법무법인에서 수임료 15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A씨는 일주일 뒤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이 개인회생 제도의 허점을 노린 이 같은 악용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하지만 개인파산이나 신용회복지원 제도와 달리 개인회생은 구체적인 면책 불허 사유를 두고 있지 않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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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 막자"…회생법원, 근절대책 마련 착수
법무법인, 고객과 짬짜미해
과도한 수임료로 카드깡 도와
회생 직전 명품쇼핑·유흥 등
사치성 소비 급격하게 늘어
법원 "회생 전 부정행위 땐
강제로 시정조치 나서겠다"

식당을 하는 50대 A씨는 지난 6월 개인회생 절차를 대리하는 B법무법인에서 수임료 15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일반적 수임료인 200만~300만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에서 수임료를 뺀 나머지를 현금 대출처럼 쓰기 위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A씨는 일주일 뒤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갚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도 수임료를 카드로 결제한 것은 사기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개인회생 제도의 허점을 노린 이 같은 악용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서울·수원·부산회생법원은 전날 오후 열린 회생법원 실무협의회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를 비롯해 회생법원 실무와 제도에 대한 개선 사항을 논의했다.

실무협의회는 회생법원 간 도산 사건 현황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이 필요한 사안을 의논하기 위한 기구다. 실무협의회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가 다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인회생 제도가 일부 악의적인 채무자에 의해 오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자 실태를 점검하고 대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특히 신용카드 수임료 결제에 대한 금융권의 문제 제기가 많아 선제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법원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를 근절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의회에서는 채권자 보호를 목적으로 특정 채무를 재단채권으로 분류하는 방안이 새롭게 논의됐다.

재단채권은 회생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필수적 비용으로 간주돼 일반 채권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채권을 말한다. 앞선 사례처럼 신용카드 결제가 문제가 된 경우라면 카드사 채권을 재단채권으로 구분해 가장 먼저 전액 변제받도록 할 수 있다. 그만큼 카드사는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는 셈이다.

이 밖에 법원이 부인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채무자가 회생 절차를 밟기 전에 채권자에게 부당하게 손해를 끼친 것이 드러나면 법원이 부인권을 통해 해당 행위를 무효로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원이 A씨의 카드 결제를 부인하면 해당 금액은 카드사가 회수할 수 있다.

개인회생 제도는 과도한 부채로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가 변제 계획에 따라 빚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는 면책받을 수 있는 절차다. 하지만 개인파산이나 신용회복지원 제도와 달리 개인회생은 구체적인 면책 불허 사유를 두고 있지 않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원에도 오남용 사례를 잡아내기 위한 실무 지침이 있다. 개인회생 신청 전 1년간의 채무 내역을 제출받고 사용처를 채무자가 상세히 소명하게 하는 방식이다. 사용 내역이 불확실하거나 낭비와 도박 등 사행 행위에 쓰인 돈은 변제 금액에 포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앞선 A씨와 같이 제도의 빈틈을 파고든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법원도 고심이 깊다.

일부에서는 법을 개정해 제도의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를 유도한다는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 법원은 법 개정 대신 실무 지침 마련을 통한 대응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미래 소득으로 재기를 도모할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 법으로 면책 불허 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이유"라며 "도덕적 해이 문제는 재판에서 다루는 것이 제도 설계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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