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의 궁리] 인공지능과 시간의 역사

김규식 기자(dorabono@mk.co.kr) 2024. 11. 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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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는 신을 믿을까.

기억을 더듬어보면 두 사람 정도는 신을 언급했던 것 같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간단히 말하면 인간의 신경망이 운영되는 구조를 전기신호로 구현한 것이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세상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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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는 신을 믿을까. 기억을 더듬어보면 두 사람 정도는 신을 언급했던 것 같다. 스티븐 호킹은 저서 '시간의 역사'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만약 하나의 완전한 이론을 발견한다면, 인간 이성의 궁극적 승리가 될 것이다. 그것은 신의 마음을 알게 됨을 뜻하기 때문이다." 또 한 명의 인물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양자물리학의 확률론적 세계관에 반대하면서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두 사람이 유신론자인지, 무신론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들이 말하는 신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완전무결한 어떤 이론이라는 것을. 사물을 탐구하고 지식을 창출하는 물리학자들은 그 여정의 말로에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방정식이 있다고 여겼던 것 같다.

완미(完美)에 대한 동경은 동양 또한 마찬가지였다. 동양권 최고(最古)의 유희인 바둑을 예로 들면, 수천 년 동안 쌓인 기보를 연구한 뒤 기사들은 '모양'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이를 풀어서 얘기하면 좋은 바둑의 모양은 최대한 활짝 편 형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만약 바둑돌 세 개를 'ㄱ' 모양으로 뭉쳐서 놓으면 집을 지을 때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이를 '빈삼각'으로 부르며 금지했다. 그들은 바둑의 신이 있다면 단 하나의 뭉침이 없는 완벽한 모양을 둘 것이라고 상상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문명은 인간의 이성으로 진리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 위에 놓여 있다. 마치 밤하늘 움직이지 않는 단 하나의 별, 북극성을 찾으면 망망대해에 놓인 항해사가 목적지에 닿을 수 있듯이 말이다. 이런 관념은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간단히 말하면 인간의 신경망이 운영되는 구조를 전기신호로 구현한 것이다. 물론 현대 뇌과학으로 100%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두뇌와 비슷한 구조로 인공신경망을 구축하니 인공지능은 그럴듯하게 지식을 창출해내고 있다.

만약 훗날 인공지능 시스템을 더욱 방대하게 구현하고, 세상 모든 지식을 데이터센터에 넣고 알고리즘으로 돌려본다고 가정해보자. 어쩌면 그때는 어떤 물리학자보다 현실에 부합하는 이론을 인공지능이 제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이론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인간 이성의 최종 종착지와 비슷한 형태일 수 있다. 인공지능이 문명사를 심연에서 뒤흔들고 있다는 수사(修辭)는 이런 상상에서 비롯된 공포와 같은 의미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세상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과거 알파고가 수많은 바둑 고수를 상대할 때 둔 기보를 보면, 빈삼각 같은 엉터리 수를 서슴없이 구사하는 어린아이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그동안 '좋은 모양'이라고 상상했던 바둑이 고정관념에 불과했던 것처럼, 현재 인간이 '옳은 일' 혹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또한 편린의 경험에 따른 단견일 수 있다.

결국 인공지능이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인간은 그래 왔던 것처럼 인간의 삶을 살면 그뿐이다.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인간이 별에 닿더라도 삶의 의미는 퇴색하지 않는다. 삶은 누구나 가슴에 하나씩 있는 별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 정해진 종착지는 없기 때문이다.

[김규식 디지털테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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