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의 궁리] 인공지능과 시간의 역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물리학자는 신을 믿을까.
기억을 더듬어보면 두 사람 정도는 신을 언급했던 것 같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간단히 말하면 인간의 신경망이 운영되는 구조를 전기신호로 구현한 것이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세상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물리학자는 신을 믿을까. 기억을 더듬어보면 두 사람 정도는 신을 언급했던 것 같다. 스티븐 호킹은 저서 '시간의 역사'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만약 하나의 완전한 이론을 발견한다면, 인간 이성의 궁극적 승리가 될 것이다. 그것은 신의 마음을 알게 됨을 뜻하기 때문이다." 또 한 명의 인물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양자물리학의 확률론적 세계관에 반대하면서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두 사람이 유신론자인지, 무신론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들이 말하는 신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완전무결한 어떤 이론이라는 것을. 사물을 탐구하고 지식을 창출하는 물리학자들은 그 여정의 말로에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방정식이 있다고 여겼던 것 같다.
완미(完美)에 대한 동경은 동양 또한 마찬가지였다. 동양권 최고(最古)의 유희인 바둑을 예로 들면, 수천 년 동안 쌓인 기보를 연구한 뒤 기사들은 '모양'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이를 풀어서 얘기하면 좋은 바둑의 모양은 최대한 활짝 편 형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만약 바둑돌 세 개를 'ㄱ' 모양으로 뭉쳐서 놓으면 집을 지을 때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이를 '빈삼각'으로 부르며 금지했다. 그들은 바둑의 신이 있다면 단 하나의 뭉침이 없는 완벽한 모양을 둘 것이라고 상상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문명은 인간의 이성으로 진리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 위에 놓여 있다. 마치 밤하늘 움직이지 않는 단 하나의 별, 북극성을 찾으면 망망대해에 놓인 항해사가 목적지에 닿을 수 있듯이 말이다. 이런 관념은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간단히 말하면 인간의 신경망이 운영되는 구조를 전기신호로 구현한 것이다. 물론 현대 뇌과학으로 100%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두뇌와 비슷한 구조로 인공신경망을 구축하니 인공지능은 그럴듯하게 지식을 창출해내고 있다.
만약 훗날 인공지능 시스템을 더욱 방대하게 구현하고, 세상 모든 지식을 데이터센터에 넣고 알고리즘으로 돌려본다고 가정해보자. 어쩌면 그때는 어떤 물리학자보다 현실에 부합하는 이론을 인공지능이 제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이론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인간 이성의 최종 종착지와 비슷한 형태일 수 있다. 인공지능이 문명사를 심연에서 뒤흔들고 있다는 수사(修辭)는 이런 상상에서 비롯된 공포와 같은 의미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세상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과거 알파고가 수많은 바둑 고수를 상대할 때 둔 기보를 보면, 빈삼각 같은 엉터리 수를 서슴없이 구사하는 어린아이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그동안 '좋은 모양'이라고 상상했던 바둑이 고정관념에 불과했던 것처럼, 현재 인간이 '옳은 일' 혹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또한 편린의 경험에 따른 단견일 수 있다.
결국 인공지능이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인간은 그래 왔던 것처럼 인간의 삶을 살면 그뿐이다.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인간이 별에 닿더라도 삶의 의미는 퇴색하지 않는다. 삶은 누구나 가슴에 하나씩 있는 별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 정해진 종착지는 없기 때문이다.
[김규식 디지털테크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방송이고 뭐고 그만 둬”…김용건, 신현준에 뼈있는 일침, 무슨일이 - 매일경제
- “강남경찰서에 고소장 제출, 법적 대응할 것”…배우 한지민, 무슨일이 - 매일경제
- 오늘의 운세 2024년 11월 8일 金(음력 10월 8일) - 매일경제
- “‘신음소리’ 어떻게 리허설 하냐”…전 남편 간섭 폭로한 여배우의 정체 - 매일경제
- ‘1조3808억 재산분할’ 오늘 확정되나...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대법 판단은 - 매일경제
- “3년새 3배 급증”…‘미분양 무덤’ 대구 아닌 이곳이었다 - 매일경제
- 벼랑끝 몰린 트럼프, 한국 대우건설이 살려냈다. 美대통령 당선 숨은 공신 [월가월부] - 매일경제
- 올림픽 위원들 머물던 그 아파트, 6600가구 대단지로 재건축 - 매일경제
- 용변 실수했다고…네 살배기 딸 걷어찬 20대 아빠 결국 - 매일경제
- UFC 회장의 케이팝 댄스 강사는 여자아이들 소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