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근대의 실학에서 탈근대의 실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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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멀지 않은 경기 남양주에 실학박물관이 있다.
'실학, 우리 안의 오랜 근대'(푸른역사 펴냄)에서 이경구 한림대 교수는 세계주의와 정보화란 환경에 맞춰 실학을 고쳐 써야 한다고 말한다.
실학은 우리 안의 근대 지향이다.
이 교수는 근대의 실학 개념이 시효를 다했다고 말하고, 오늘날 우리가 추구할 실학을 탈근대의 실학으로 명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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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멀지 않은 경기 남양주에 실학박물관이 있다. 2009년 다산 정약용 생가 근처에 지어졌다. 15주년을 맞아서 서호미술관, 한강뮤지엄 등 주변 박물관과 함께 연합 전시회 '다산 정약용과 한강'이 열린다. 내년 3월까지 각종 전시와 행사가 진행된다. 정약용의 시와 글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현대적으로 고쳐 쓴 작품들을 보러 갈 생각이다. 계승되지 않은 과거는 유물이 된다. 이어받고 발전시켜 현재의 물질적·사회적 조건에서 재창조한 과거만이 전통이 된다.
'실학, 우리 안의 오랜 근대'(푸른역사 펴냄)에서 이경구 한림대 교수는 세계주의와 정보화란 환경에 맞춰 실학을 고쳐 써야 한다고 말한다. 실학은 우리 안의 근대 지향이다. 이익·정약용·박지원·홍대용 등의 사상이고 그들은 실사구시와 이용후생을 내세우며 토지 개혁, 기술 개발, 상업 중시, 서양 학문 수용 등을 주장했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지난 세기 우리는 피와 땀을 흘려 이미 실학의 목표를 넉넉히 달성했다. 곳곳에 실학자 이름을 단 기념관이 생기고 관련 축제가 열려서 실학을 편히 즐길 수 있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성취된 혁명은 모두 기념을 위한 클리셰 또는 과소비 대상이 되는 까닭이다. 우리는 모두 뼛속까지 실학자다. 우리는 실학 속에서 살아간다. 문제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점이다. 실학이 유물로 전락하거나 관람 대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대 한국의 담론으로 고쳐 써야 한다. 실학 역시 변통 과정을 밟아 오늘에 이르렀다.
14세기에 우리 역사에 처음 등장했을 때 실학(實學)은 진실한 학문, 즉 불교에 반대되는 성리학을 말했다. 15세기엔 실학이 문장 공부에 반대해 유교 경전을 학습하는 경학(經學) 또는 출세를 지향하는 공부가 아니라 세상 이치와 인간 도리를 탐구하는 순수 공부를 의미했다. 17세기에 이르러서야 실학이 비로소 현재와 유사한 의미, 즉 공허한 담론에 반대해 실천과 실용을 공부하는 경세학(經世學)을 뜻하기 시작했다. 이념보다 실질을 강조하는 이 학문적 흐름은 18세기엔 하나의 학파로 발전했다. 이들이 새삼 주목받은 건 20세기 이후부터다. 자주독립과 근대화라는 현실의 목표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근대의 실학 개념이 시효를 다했다고 말하고, 오늘날 우리가 추구할 실학을 탈근대의 실학으로 명명한다. 인류가 하나로 묶여 살아가는 시대에 맞도록 공존의 가치를 강조하고, 생태주의를 지향하며, 문화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실학이 먼지 묻은 유물이 될지, 고쳐 쓸 전통이 될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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