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200명의 배우가 스쳐간 연극…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음침한 날, 지하 깊은 그곳에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한 여자가 찾아온다. 그녀의 아이디는 ‘마돈나’. 비를 맞고 오랜 시간 길을 헤맨 탓에 머리는 뒤엉켜버리고 마스카라는 엉망진창 번져버렸다. 그녀가 찾아간 곳은 한 자살사이트 회장의 은밀한 실험실. 그리고 그곳에서 수려한 외모의 사이트 회장 ‘안락사’, 마돈나가 부른 의문의 사나이 ‘바보레옹’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세 사람들 사이에서 기괴하지만 흥미롭고 유쾌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 연극은 ‘죽음과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무거운 이야기를 웃음으로 승화시켜 지친 삶에 위로를 받고 싶은 이들의 호응을 이끈다. 또 ‘관객 참여극’이란 점도 관전포인트이다. 기본적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관객이 참여해 배우와 함께 극을 만들어간다. 해서 매회 차 색다른 공연을 즐길 수 있어 재관람도 꾸준하다. 특히 ‘안락사석’에 앉은 관객은 자살사이트 회장 ‘안락사’의 잠재적 고객이 되어 극이 진행되는 동안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언제 안락사와 눈이 마주치고 무대에 올라갈지 모른다. 팁 하나, 객석 중 ‘배려석’이 있다. 바로 무대에 올라가거나, 배우와 눈이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운 관객을 위한 좌석이다. 오로지 연극만을 즐기고 싶다면 배려석을 추천한다.
[글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스튜디오 틈 주식회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4호(24.11.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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