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에 베팅한 러…잔혹한 현실 직면하게 된 우크라[트럼프 시대]

김성식 기자 2024. 11. 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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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러, 도네츠크 병력 무리하게 증원…美 무기지원 중단 믿은 것"
우크라, 트럼프 의지로 평화협상 개시해야…남동부 영토 러에 내줄판
2018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 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악수를 하는 모습<자료사진>. 2018.07.1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자 3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러시아는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중단될 것이라 보고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트럼프가 공약한 '24시간 내 전쟁 종식' 공약이 불러올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일대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한 건 트럼프 당선에 '다걸기' 한 방증이라고 보도했다. 서방 관료들은 러시아군에서 매일 1200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격전지에 병력을 늘리면 병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내년부터는 기갑무기 생산과 탄약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럼에도 러시아가 병력 증원을 강행한 건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중단될 거란 믿음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시절 확고한 고립주의 외교정책을 펼쳤던 걸 잘 알고 있다. 트럼프는 특히 분쟁 지역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식보다는 '톱 다운식' 해결책을 선호해 왔다. 재임 기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과 미군 철수를 골자로 한 평화협상 타결하고, 북한 김정은과 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갖고,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드론으로 암살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에도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을 종용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당선으로 러시아의 정치적 도박은 크게 성공했다는 게 이날 CNN의 평가다. 실제로 미국 대선 다음 날인 지난 6일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러시아 크렘린궁은 의례적으로 행했던 당선 축하조차 자신들의 계획에 없다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7일에는 푸틴이 직접 나서 "그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축하하며, 미국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모든 정상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당선 이후 자신들의 앞날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트럼프는 올해 선거 운동 내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단'과 '백악관 재입성 시 24시간 이내 전쟁 종식'을 약속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D.밴스 부통령 당선자는 지난 9월 러·우 국경 내 비무장지대를 설치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배제하는 방안을 종전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측이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우크라이나 종전 구상을 실현하려면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영토를 상당수 포기해야 한다. 이는 온전한 영토 보전과 주권 회복, 러시아군 철수를 골자로 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평화 공식'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전쟁이 끝나더라도 협상 과정에서 나토 가입은 좌절될 게 분명해 언제든 재침공 당할 확률이 높다.

우크라이나도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대비했다. 지난 8월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를 개전 이후 처음으로 역침공한 게 그 일환이었다. 전쟁 종식을 공약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로선 좋든 싫든 평화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는데, 러시아 내 점령지 한 곳 정도는 갖고 있는 편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와 맞교환 할 수 있어 유리하다.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이 현실화한 지금, 우크라이나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젤렌스키와 트럼프의 악연도 향후 양국 협력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2019년 젤렌스키와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에 재직했던 바이든 차남에 대해 현지 검찰의 표적 수사를 청탁했다가 미국 연방하원에서 탄핵 소추를 당했다. 정상 간 통화 내용이 어떻게 공개된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측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먼저 폭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9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도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모습. 2019.09.2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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