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머리 꺾여 ‘용산’으로? 정작 대통령 행사는 연일 ‘청와대’에서

구민주 기자 2024. 11. 8. 16: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尹, 취임 동시에 ‘용산 시대’ 개막…“청와대, 국민에 돌려주겠다”
대통령 주요 행사, 여전히 용산 대신 청와대에서…관람객은↓
명태균 “청와대 가면 뒈진다” 녹취 파장…‘용산 이전 논란’ 재점화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월2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부인 아가타 코른하우저 두다 여사와 공연 관람 중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8일 명태균씨가 "청와대에 가면 죽는다"라고 발언한 통화 녹취를 추가 공개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명씨의 말에 따라 대통령실을 이전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이뤄진 '용산 시대' 개막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 또 한 번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대통령실이 여전히 국빈 맞이 등 대통령의 주요한 행사들을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까지 용산이 아닌 청와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시절 '연 2000억원 경제효과'를 내걸며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것과 달리, 청와대가 대통령실 행사와 오·만찬 장소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민주당이 공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대선 이후인 지난 2022년 4월경 명씨는 청와대 이전과 관련해 '지금 당선인(윤 대통령)이 광화문 쪽으로 (이전)할 모양인가'라는 지인의 질문에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명씨는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 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 있다니까"라고 부연했다. 청와대 뒤 북악산의 형상이 좋지 않은 만큼 청와대가 아닌 곳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라고 조언했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김 여사에 대한 명씨의 풍수적 조언이 최종 대통령실 이전 결정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통화 시점보다 조금 앞선 2022년 3월20일, 당선인 신분이던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청와대 국민 개방 기념행사가 열린 2022년 5월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정문이 열리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대통령실 이전을 두고선 윤 대통령 취임 후 계속해서 논란이 제기돼 왔다. 우선 '2000억 경제효과' 분석을 두고 부실한 예측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분석을 진행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연간 경복궁 방문객 수 300만 명이 모두 청와대를 방문할 것이라는 전제로 해당 수치를 추산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근 국립현대미술관 방문객이 1인당 평균 2만3000원을 지출하는 만큼, 청와대 근처에서도 이와 동일하게 소비할 것으로 추산한 '주먹구구식 전망' 이었다.

국내 관람객 수도 눈에 띄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개방 첫 달인 2022년 5월엔 57만 명 대에 이르던 관람객 수는 올해 들어 매달 10만 명대 선으로 떨어졌다. 물론 외국인 관람객 수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합산으로는 감소세가 뚜렷하다.

청와대 관람객이 개방 초에 비해 감소하는 현상은 일견 자연스러울 수 있다. 청와대라는 공간에 대한 국민적 호기심도 옅어진 데다, 관람객으로서 여러 차례 방문할 유인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관람객들 가운데, 청와대 주요 공간들에 대한 관람이 자주 제한된다는 불만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 내 손님맞이 공간이자 내부 관람의 묘미인 '영빈관'이 각종 대통령 행사들로 인해 자주 문을 닫은 탓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대통령실 청와대 영빈관·상춘재 행사 내역'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청와대 영빈관과 상춘재 등에서 행사를 연 날은 지난 8월까지 총 88일, 행사 건수는 91회에 달했다. 2022년도 18일, 2023년도 51일, 2024년도는 지난 8월까지 19일로 집계됐다.

대통령실 행사에 청와대 영빈관 등이 쓰일 경우, 이르면 전날부터 일부 및 전체 시설 관람이 제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관람객들이 실제 관람에 제한을 겪는 날은 행사일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통계를 종합했을 때 윤 대통령은 최소 열흘에 하루 꼴은 영빈관을 찾은 셈이다.

문체부는 대통령실 행사가 열리는 날에도 행사가 열리지 않는 구역 위주로 관람을 개방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행사가 열리는 건물 출입은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는 청와대 개방 이후 경제효과와 편익을 추산하는 작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방에 앞서 내놓았던 '2000억원 효과' 분석 이후 현재까지 문체부 등에서 새롭게 내놓은 경제 효과 추산치는 없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한 명씨의 통화 녹취를 공개한 민주당은 "이전을 서두른 데 대한 의구심이 설명됐다"고 평가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 이전 문제도 무속 조언한 명씨는 윤 대통령 부부에게 어떤 존재였던 것이냐"며 "(이전 추진 당시) 많은 국민들이 '왜 이렇게 서두를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는데, 명씨 녹취 발언대로면 명씨 조언을 김 여사가 완벽하게 신뢰했고 이 때문에 이전을 서둘렀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