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적 허경민, 잠실 찾아 ‘마지막 인사’··· 이제는 정말 현실로 닥쳐온 세대교체

심진용 기자 2024. 11. 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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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시절 허경민. 두산 베어스 제공



‘종신 두산’을 약속했던 3루수 허경민(34)이 KT로 전격 이적했다. KT는 8일 허경민과 4년 총액 40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18억원, 옵션 6억원)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허경민은 앞서 두산과 2020시즌 종료 후 ‘4+3년’에 총액 85억원 계약을 맺었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옵트 아웃 권리를 얻었고, 두산과 남은 ‘3년 20억원‘ 계약을 포기하고 FA 시장에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계약기간이 1년, 금액은 총액기준 20억원이 더 늘었다. 허경민은 KT 구단을 통해 “10년 이상 몸담았던 팀을 떠난다는 건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며 “그동안 응원해주신 두산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프로 선수로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며 원소속팀 팬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두산은 허경민에게 ‘3+1년’에 총액 30억원 규모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전 계약에 비해 두산도 기간과 금액을 올려 제안했다. 허경민이 2009년 드래프트 신인 지명 이후 16년간 두산에서 ‘원클럽 맨’으로 활약해온 점을 강조하며 이후 은퇴식과 지도자 연수 등을 덧붙였고 ‘영구결번까지 진지하게 고려하겠다’는 제안을 내놨지만, KT의 조건에 미치지는 못했다.

당초 허경민이 FA 시장에 나올 때만 해도 두산 잔류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1990년생으로 허경민의 나이가 적지 않고, KBO리그 대부분 구단이 확실한 주전 3루수를 갖췄다는 이유였다. 1987년생으로 ‘에이징 커브’ 조짐을 보인 황재균이 3루를 지키는 KT 정도가 변수로 분류됐다.

8일 KT와 FA 계약한 허경민이 수원 KT위즈파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그러나 하나의 변수 정도로 평가되던 KT가 결국 허경민을 품에 안았다. 유격수 심우준(29)의 FA 이적으로 KT 역시 내야에 비상이 걸리면서 전격적,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군 제대 후 가을 무대까지 KT 내야를 지켰던 심우준은 전날 4년 50억원에 한화로 FA 이적했다. 그 연쇄 결과로 KT 역시 허경민에 대한 필요성이 훨씬 더 커졌다. 허경민의 이적으로 내년 시즌부터 황재균이 1루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예 허경민을 유격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광주일고 시절 빼어난 수비의 유격수로 주목을 받았고, 프로 와서도 3루로 완전히 정착하기 전까지 한동안 유격수를 겸업했다. 두산에서 허경민은 유격수로 113경기를 소화했다.

10년 이상 3루를 지켰던 허경민이 이적하면서 두산도 본격적인 야수진 세대교체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내·외야를 불문하고 새 얼굴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안이 되어야 할 선수들의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쳤다.

두산 시절 허경민. 두산 베어스 제공



시험해 볼 자원은 적지 않다. 지난해 FA 보상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박준영(27)이 우선 후보로 꼽힌다. 유격수로 주로 나섰지만, 3루수도 충분히 가능하다. 내년 시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허경민의 빈 자리를 메울 최우선 후보로 꼽힌다. 이유찬(26), 박계범(28), 전민재(25) 등도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2024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을 받은 임종성(19)은 두산 미래의 3루 자원으로 평가 받아왔다. 임종성과 같은 해 2라운드로 입단한 2루수 여동건(19)을 3루로 쓸 수 있을지도 비시즌 기간 충분히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훈(24)과 오명진(23) 역시 살펴볼 만한 젊은 내야수다. 현재로선 외부 영입으로 구멍을 메우는 계획은 없다. 결국 기존 자원 중에서 3루의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 최근 2년간 계속해온 ‘포스트 김재호’ 발굴 작업도 당연히 계속된다.

두산은 허경민을 붙들기 위해 적잖은 공을 들였지만, 옵트아웃을 선언하고 FA로 나서는 상황은 진작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내년이 계약 마지막해인 이승엽 두산 감독도 지난 6일 이천 베어스파크 마무리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나 “FA에 대해 드릴 말씀은 없다”며 “어떻게 하면 어린 선수들 1명이라도 더 내년 1군 무대에서 많이 볼 수 있을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더 가팔라질지 모를 세대교체 가능성에 방점을 찍는 발언이었다. 이날 이 감독이 ‘기대주’로 언급한 이름 중에도 주전급인 박준영을 비롯해 여동건, 오명진 등 내야수가 특히 많았다.

허경민은 이날 KT와 계약 후 잠실 구장을 찾아 두산 구단과도 작별 인사를 나눴다. 두산 관계자는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다. 그간 허경민이 두산에서 얼마나 헌신했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KT에서도 건강하게 훌륭한 플레이를 이어가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두산 시절 허경민. 두산 베어스 제공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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