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이긴다더니 트럼프 압승, 언론의 예측은 왜 빗나갔나
[해외 미디어 동향] 선거일 앞두고 쏟아진 "해리스 우세" 조사
여론조사에서 못 잡은 '샤이 트럼프'… "전문가들, 해명 필요하다"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승리를 예측한 미국 여론조사의 악몽이 재현됐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근소하게 앞설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결과는 트럼프 당선인의 압승이다. 특히 여론조사뿐 아니라 주별 경제 상황, 투표 성향, 인구 통계 등을 반영해 당선인을 예측하는 예측모델에서도 오류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샤이 트럼프'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해리스 후보 당선을 예측한 전문가들의 해명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리스 우세를 점친 대표적 조사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선거 예측모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컬럼비아대와 함께 주 단위 여론조사와 지역 경제, 과거 투표 결과, 인구 통계 등을 반영한 예측모델을 만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당선인의 승률을 5대 5로 예측했으나 지난 5일 대선을 100번 치를 경우 해리스 후보가 56번, 트럼프 당선인이 43번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해리스 후보가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 등 여론조사에서 평균적으로 앞서 나갔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개표 결과 트럼프 당선인이 3개 주에서 모두 승리했다.
미국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는 당초 트럼프 당선인이 해리스 후보를 근소하게 앞설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선거 당일인 지난 5일 해리스 후보가 선거인단 271명을 확보해 트럼프 당선인(267명)에게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을 바꿨다. 네이트 실버가 밝힌 해리스 후보 승률은 50.015%다. 미국 CNN이 지난 5일 발표한 출구조사에서도 해리스 후보에 대한 긍정평가가 46%로 트럼프 당선인(42%)을 앞섰다.
예측모델·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대선 결과와 달랐던 점을 두고 강정수 미디어스피어 AI연구센터장은 “미국 민주당은 저소득층이 아닌 중산층을 대표하고 있다. 미국의 60%가 넘는 저소득층을 트럼프가 대표하게 됐다”며 “이런 트럼프 지지층의 경우 여론조사에 잘 포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10월 초부터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선거 막바지 튀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두고 '막판 변수가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유권자들이 선거를 앞두고 마음을 급격하게 바꿀 가능성은 적다”며 “(그동안의 추세를 고려하지 않고) 갑자기 해리스가 이길 것처럼 이야기한 전문가들의 분석이 문제였다. 선거 막바지 해리스가 이긴다고 예상했던 전문가들이 해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준웅 교수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민주당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있었지만 결국 트럼프가 당선된 것을 언급하면서 “당시 반성이 약했던 것 같다. 당시 발견된 조사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와 함께 예측모델을 만든 앤드류 젤먼(Andrew Gelman) 컬럼비아대 통계·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에 <최근 선거에 대한 반성>이라는 글을 올려 여론조사에 민주당 지지층 의견이 과대 표집됐다고 설명했다. 젤먼 교수는 “민주당 지지층이 최근 선거에서 공화당 지지층보다 여론조사에 응답할 가능성이 더 높았고, 인구 통계적 조정을 넘어선 수준”이라고 했다.
선거 결과 예측 실패에 대한 언론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가디언은 지난 6일 <미국 여론조사, 트럼프 승리 예측 실패로 다시 비난받아> 보도에서 “당혹스러운 것은 선거일을 앞둔 마지막 며칠 동안 많은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해리스가 근소하게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는 것”이라며 “여론조사는 제 기능을 못하기에 사람들이 이를 무시하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는 미국 보수 역사학자 릭 펄스타인(Rick Perlstein)의 SNS 게시글을 소개했다.
BBC는 지난 7일 <미국 선거 여론조사는 실패했는가> 보도를 내고 “전국적인 차원에서 보면, 그들(여론조사 기관들)은 3번째 선거에서도 트럼프를 과소평가한 것처럼 보였다”며 “평균적인 여론조사 오류는 실제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치열한 선거운동에서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BBC는 미국 여론조사의 낮은 응답률이 정확도를 낮추는 요인이었다는 전문가 분석을 소개했다. BBC는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며 “알 수 없는 번호에서 걸려 오는 전화를 걸러내기가 쉬워지면서 설문조사 응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여론조사 응답) 감소 추세는 미디어와 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현상과 맞물려 나타났고, 이런 특징이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특히 두드러져 그들이 제대로 대표되지 못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더타임스는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여론조사가 또다시 틀렸던 이유는 무엇인가> 보도에서 “여론조사 기관은 자신들의 조사 방법이 민주당 유권자에게 맞춰져 있었다고 본다. 트럼프의 백인 노동자 계층 유권자 기반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언론은 여론조사가 '샤이 트럼프'를 잡아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8일 칼럼 <또 틀린 美대선 여론조사>에서 “올해도 여론조사는 '샤이 트럼프'를 집어내지 못했다. 선거 막판 '초박빙'을 예상한 조사가 많았지만, 투표함을 열어보니 트럼프의 압승이었다”며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지지한다고 말을 안 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7일 <미국 여론조사 '3연속' 예측 실패… '샤이 트럼프' 표심 놓쳤다>에서 “대선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샤이 트럼프' 파악에 이번에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트럼프 지지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문제를 극복 못 했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한국경제는 8일 <체면 구긴 미국 대선 여론조사> 칼럼에서 “(여론조사 업체들은 대선 결과 예측이 틀린) 가장 큰 이유로 독특한 미국 대선 방식을 꼽는다. 여론조사는 미국 전역의 평균적 의견을 반영하는데 미국 대선은 경합주 유권자들의 1~2%p 표차로 결정나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라며 “매번 조사 방식을 개선하지만 트럼프 출현 이후 미국 대선 여론조사의 성적표는 일기예보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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