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지대 OTT...폭력·욕설에 손 놔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11. 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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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 성적 묘사가 포함된 영화 '인피니티 풀'은 넷플릭스가 청소년관람불가로 등급을 정하고 공급했지만 지난 3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이 작품의 등급분류결정을 취소했다.

최근 한국방송학회·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주최한 '유료방송시장 정상화를 위한 공정경쟁 환경 조성 방안' 세미나에서 심미선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욕설·비속어가 그대로 방영된 사례를 들며 "지상파나 종편 방송사들은 사전 자율규제와 사후 법적 규제의 대상이 되는데, OTT 사업자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등급 분류만 받으면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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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자체 등급 분류 14개월간
법률위반·행정지도 수백건
영향력 지상파·종편 웃도는데
규제 수준은 한참 못 미쳐
아동·청소년 발달에 악영향
넷플릭스 예능 ‘코미디 로얄’의 포스터. 넷플릭스
노골적 성적 묘사가 포함된 영화 ‘인피니티 풀’은 넷플릭스가 청소년관람불가로 등급을 정하고 공급했지만 지난 3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이 작품의 등급분류결정을 취소했다. 선정성과 폭력성이 지나쳐 한 단계 위인 제한관람가로 보인다는 것이 이유였다. 영등위는 지난해 11월에도 넷플릭스가 15세이상관람가로 자체 분류한 예능 ‘코미디 로얄’ 1~3화의 등급을 청소년관람불가로 재분류했다.

OTT 콘텐츠 상당수의 영상물 등급 분류가 엉터리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OTT 자체등급분류제가 시행된 뒤 청소년관람불가 콘텐츠의 비중은 제도 시행 전(2022년 1월~지난해 5월) 20.6%에서 시행 후 14.2%(지난해 6월~올해 8월)로 줄었다. 반면 전체관람가는 21.7%에서 40.8%로 크게 늘었다. OTT가 자체적으로 영상물 등급을 정하게 하자 제한 없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급증한 것이다. 콘텐츠업계에서는 OTT들이 시청자 유입을 위해 등급 분류에 느슨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영화 ‘인피니티 풀’의 포스터. 네이버영화
정부는 OTT에서 방대한 영상 콘텐츠가 쏟아져 영등위의 등급 심사 지연이 잦아지자 이 제도를 도입했다. 영등위는 사후 모니터링 과정에서 문제를 인지한 경우에만 개입하는데, 그 전까지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에 아동과 청소년들이 노출될 수 있다. 영등위의 사후 모니터링도 인력의 한계로 전수 조사가 아닌 일부 콘텐츠에만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OTT들의 자체 등급 분류는 상당수가 엉망으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OTT 자체등급분류가 시행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OTT들의 법률위반 건수는 152건, 행정지도는 221건에 달했다. 법률위반은 넷플릭스가 76건(50%), 애플 33건(21.7%), 디즈니 23건(15.1%)으로 해외 사업자가 대부분(86.8%)이었고, 행정지도 역시 넷플릭스 131건(59.3%), 디즈니 67건(30.3%), 애플(0.9%)으로 해외 사업자가 90.5%를 차지했다.

출연자의 문신을 그대로 방영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넷플릭스
등급 분류가 제대로 이뤄진 OTT 콘텐츠들도 폭력과 욕설, 문신 등 자극적 장면들을 무분별하게 노출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한국방송학회·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주최한 ‘유료방송시장 정상화를 위한 공정경쟁 환경 조성 방안’ 세미나에서 심미선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욕설·비속어가 그대로 방영된 사례를 들며 “지상파나 종편 방송사들은 사전 자율규제와 사후 법적 규제의 대상이 되는데, OTT 사업자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등급 분류만 받으면 된다”고 지적했다.

‘흑백요리사’ 일부 출연자의 문신이 여과 없이 나온 것에도 심 교수는 “방송심의규정에 명확히 문신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은 없으나 방심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혐오, 불쾌감 지양을 위한 품위유지 조항과 청소년 모방을 우려한 수용 수준 조항으로 규제를 적용한다”며 “방송사들은 문신 장면이 있을 경우 긴팔을 입거나 파스로 가리거나 블러(blur) 처리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계에서는 OTT의 영향력이 지상파·종합편성채널 방송사를 웃도는 만큼 이에 준하는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 교수는 “현재의 내용 규제는 영향력이 큰 매체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못하고 영향력이 작은 매체에 대해서만 규제가 이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내용 규제가 콘텐츠의 영향력에 비례해야 한다면 비보도 부문 콘텐츠의 영향력은 매체별, 플랫폼별로 다르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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