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심사 노리고 ‘작업 대출’…직업까지 둔갑
흔히 ‘사채’라고 말하는 사금융은 이자율이 수십%에 달해 제1~2금융권에 비해 이자가 몇 배나 비쌉니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금융권 에서 대출을 받고 싶어도 일정한 직업이나 소득이 없어 대출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급하게 돈이 필요할 경우 이런 '사채'를 찾게 됩니다.
"대출 심사만 통과하면 이자가 훨씬 쌀 텐데"라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서류를 위조해 대출 심사를 통과 시켜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을 ‘작업 대출’이라고 합니다.
경찰이 이런 ‘작업 대출’ 일당을 무더기로 검거했습니다.
■ 대출 심사 서류 위조…수수료로만 9억 챙겨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대부업법 위반과 범죄단체 등의 조직 혐의로 33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30대 총책 A 씨 등 2명을 구속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대출이 어려운 무직자와 대학생 등 617명을 모집한 뒤 대출 서류를 위조하는, 이른바 ‘작업 대출’ 방식으로 30억 원가량을 대출받도록 하고 9억여 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대출이 나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출을 받게 한 걸까요?
A씨는 친구와 선후배 등을 모아 조직을 꾸리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38곳의 상품 83개를 모두 비교해 대출 심사 과정이 허술한 곳을 추렸습니다.
대출 자격 심사는 대출신청서에 적힌 내용의 진위를 확인해 '대출 희망자의 상환 능력' 등을 확인하는 방식인데 보통 대출 희망자의 직장에 전화해 실제 직원이 맞는지 확인합니다.
A 씨 일당은 대출 심사 서류에 대출 희망자가 피시방이나 카페, 편의점 같은 사업장에 다니는 것처럼 쓰고 해당 사업장, 즉 대출 희망자의 직장 번호에 '작업 대출' 일당의 전화번호를 적었습니다. 일당이 고용주인 것처럼 꾸민 겁니다.
조직원은 심사 담당자로부터 확인 전화가 왔을 때 대출 희망자가 신청서에 기재된 가짜 직장에 다니는 것처럼 담당자를 속였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이들은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인터넷과 SNS 광고 등을 통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어려운 대출 희망자 617명이 300~500만 원의 소액 대출을 받게 중개하고 대출 원금의 30%가량을 수수료로 받았습니다.
이처럼 피해자가 많은 건 대출 이자 때문입니다.
원금의 30%를 수수료로 내면 빌린 금액에 비해 이자가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자만 수십%에 달하는 사금융에 비하면 훨씬 부담이 적은 겁니다.
피해자 대다수가 사회 초년생이나 저신용자 등 일정한 소득이나 직업으로 상환 능력을 검증할 수 없는 사람들인 만큼 한 푼이라도 적은 이자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겁니다.
한 피해자는 대학에 다니면서 자취방 월세를 비롯한 생활비를 내려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 불법대부업 운영하며 '호화 생활'…4개 조직 무더기 검거
부산에선 불법 사금융 조직도 적발됐습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불법사금융 특별단속을 벌여 323억여 원을 빌려준 뒤 수수료 121억 원을 챙긴 혐의로 불법대부업 4개 조직 90명을 검거해 6명을 구속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 조직의 총책 B 씨는 이렇게 벌어들인 수수료를 통해 70억여 원을 챙기며 호화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B 씨는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걸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고급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아파트에선 4억 원대 시계와 1,000만 원이 넘는 쓰레기통 등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대출 자격조건에 대한 심사가 약한 제2금융권 금융상품을 이용한 작업 대출과 불법사금융 조직 등 비슷한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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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서 기자 (j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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