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예감] 수술 장갑이 가장 로맨틱한 발명품인 이유 - 이낙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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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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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전염병은 어떻게 치료했을까? "마마신 왔다" 격리부터
- 19세기 중반, 경험이 빠져나갈까봐 손을 씻지 않았던 의사들
- '손 씻기' 중요성 발견한 의사 제멜바이스, 후엔 망상환자 취급
- 수술장갑의 유래, 손 씻기 힘들어하는 짝사랑 상대를 위해 개발
- 18세기 마취제 웃음가스, 파티하다가 마취 효과 발견
- 카이사르는 탈모 때문에 월계관을 썼다? 다양한 탈모 치료 역사
■ 프로그램명 :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
■ 방송시간 : 11월 8일(금) 09:05-10:53 KBS1R FM 97.3MHz
■ 진행 : 이대호
■ 출연 : 이낙준 작가
◇이대호>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 2부가 돌아왔습니다. 벌써 5년 전이죠. 2019년 11월 17일 중국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보고가 된 날입니다. 이후에 아시아로, 또 전 세계로 퍼지면서 우리의 삶도 문화까지도 많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어디 코로나뿐이겠습니까? 그 사이에 우리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질병과 사투를 벌여왔고 또 그러면서 발전도 해왔는데요. 의학의 역사, 그 역사 속으로 한번 같이 거슬러 가보시죠. <오마이갓 세계사>를 쓴 이낙준 작가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낙준> 안녕하세요.
◇이대호> 작가님이라고 소개를 해드렸는데 원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시죠?
◆이낙준> 맞습니다.
◇이대호> 그런데 웹소설 작가이시기도 하고 유튜버이시기도 하고. 직업이 몇 개신 거예요?
◆이낙준> 이렇게 하면 3개인 거죠. 사실. 근데 제가 진료를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2개입니다. 웹소설 작가 그리고 유튜버. 이렇게 2개.
◇이대호> 그런데 이비인후과 전문의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이낙준> 주변에서 진짜 많은 얘기를 들었는데, 저랑 와이프는 제가 진료할 때 정말 되게 힘든 병원에서 일했었거든요. 전문의 따고 나서도 365병원에서 일했기 때문에. 지금 너무 좋다. 그래도 남편이 출근을 그런 식으로는 안 하니까. 휴일에도 나가고 이러지 않으니까. 그래서 저희는 별 갈등 없이 중단하고 있습니다.
◇이대호> 그런데 이번에는 질병의 역사, 인류가 그 질병에 대처해 온 것도 재미있게 또 책으로 쓰셨는데요. 일단 우리가 가장 가까이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였던 건 코로나19 상황이죠. 특히 이비인후과 전문의셨으니까. 당시에는 그 현장에 계셨던 거예요?
◆이낙준> 저는 2018년까지 진료를 하고 2019년부터는 안 했는데, 2019년에 사실 우리나라에 타격을 줬잖아요. 그런데 2018년부터 관련 학회에 있던 사람들은 중국에 뭐가 있다. 지금 이상한 게 도는 것 같다. 괴질이다. 정부가 발표를 안 하는데, 이상한 게 있는 것 같아라고 해서 저희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2019년에 코로나가 넘어오면서 저희가 완전 타격을 받았죠. 저는 그래서 그때는 진료 현장에 코로나 전문병원에는 사실은 다른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가기가 어렵잖아요. 저는 그때 마침 진료를 쉬고 있었으니까 그때 제가 자원을 해서 진료를 본 적이 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되게 무서웠습니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도 좀 현장은 사람들이 되게 많이 죽고. 되게 무서웠어요.
◇이대호> 그때는 그랬죠. 그런데 그게 벌써 거의 5년 전이에요. 그때는 이게 끝날까? 어떻게 될까? 막연했는데, 지나고 나서 보면 어떻게 보면 잘 슬기롭게 잘 넘어온 것 같기도.
◆이낙준> 또 하나의 그냥 팬데믹이었던 거죠.
◇이대호> 그런데 그전으로 거슬러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게 메르스도 있었고 사스도 있었고. 훨씬 더 옛날로 따지면 천연두. 그게 호환마마 할 때.
◆이낙준> 호환마마죠.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이대호> 그러면 천연두가 창궐하던 시절은 어땠을까요?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웠을까요?
◆이낙준> 이게 소를 계속해서 접촉하는, 그러니까 농업 국가에서 주로 발생하는 전염병인데. 이게 돌면 일단 치사율부터가 다릅니다. 치사율이 치료 안 했을 때 낮으면 20%, 보통 한 60% 이렇게 나오고. 이게 출혈성 천연두로 넘어갔다 그러면 그냥 100% 죽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코로나는 치사율이 한 1~2% 사이인데 그것만 해도 이렇게 무서운데, 옆에서 20%, 30% 확률로 사람이 죽고. 그다음에 살아난다고 해도 이게 실명을 잘 일으켜요.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데 각막이나 이런 데 염증을 일으키니까. 살아나는데 눈이 안 보여. 그러면 이게 근대화 이전의 사회에서는 더 시각장애가 있으면 어려우니까. 정말 너무 무서웠겠죠.
◇이대호> 그래요. 그런데 그 천연두, 마마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라고 볼 수 있는 거예요?
◆이낙준> 지금은 박멸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연구소나 이런 데에 바이러스가 있기는 있죠.
◇이대호> 연구용으로?
◆이낙준> 네.
◇이대호> 그러면 당시에는 치료제나 백신이 없던 시절에는 그 천연두, 마마를 어떻게 치료를 했을까요?
◆이낙준> 이게 저도 조사하면서 좀 신기했는데, 일단 진단은 되잖아요. 이게 좀 특징적인 병으로 이렇게 물집이 잡히고 이렇게 곰보처럼 일어나는 질환이니까. 그래서 아, 우리 집에 천연두가 왔다, 마마가 왔다, 그러면 집 밖에다가 표시를 합니다. 우리 집에 마마신이 들어왔다. 너네 우리 집에 오지 마.
◇이대호> 마마신이라고 했어요?
◆이낙준> 네, 마마신. 왜냐하면 너무 무서우니까 호환마마, 마마신 이렇게 하면서 존칭으로 불렀거든요. 왜냐하면 그렇게 해서 나를 좀 덜 괴롭히고 가라. 이런 식으로. 그래서 바깥에다 이렇게 걸고. 그걸 고을 수령이. 어? 우리 고을에 이게 돌아? 그러면 바로 중앙정부에 보고를 하고 그럼 임금님이 상황을 봐서 이 고울하고 인접한 옆 고을, 옆 고을은 폐쇄를 해라. 봉쇄령을 하자 그러면 격리가 되는 거죠. 당시 조선 경제가 사실은 이렇게 막 유통이 활발한 시대는 아니었으니까 크게 부담은 없었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은. 그래서 그렇게 봉쇄를 하고 한 14일 정도 지나면 대개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이 마마가 낫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14일이 지나면 마을에서 무당을 불러서 마마 배송굿이라는 걸 했습니다. 마마가 떠나간다, 이렇게 굿을 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 마을에 마마가 끝났다라고 이런 식으로. 그래서 이렇게 격리를 하고 기다리는 걸로 치료를 했던 것 같아요.
◇이대호> 거의 2주간만 잘 버티면 나을 수 있었던. 그런데 치사율은 20%에 육박을 했고.
◆이낙준> 엄청 무서웠죠.
◇이대호> 그래서 당시에도 사실은 역병 돌면 격리하는 게 가장 또 수순이었던 거네요. 그 병자호란 당시에서도 이게 많이 돌았다.
◆이낙준> 예,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돌았어요. 사실은. 그러니까 매년 있었던 거거든요, 이게. 농업 국가들은 소랑 계속 접촉을 하는데 이게 인수공통 감염병이라서 계속 같이 돕니다. 그런데 유목민들이잖아요. 그 사람들은 천연두에 대해서 더 면역력이 없어요. 우리나라 사람은 걸려도 20% 정도인데, 여기는 걸리면 무조건 죽거든요. 그러니까 내려왔다가 누르하치 그러니까 청 태종이 무서운 거예요. 병사들이 자꾸 죽어나가는데. 이게 사실 형태도 무섭게 죽고 이러니까. 항복만 받고 더 뭘 안 하고 그냥 빠져나갔습니다. 여기서 더 있다가는 나도 죽겠다. 그래서 이렇게. 좀 도움이 된 면도 있죠. 자연 방벽처럼 이렇게.
◇이대호>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태종이 호환마마. 호환은 일으켰습니다만 마마가 더 무서워서.
◆이낙준> 네, 마마가 너무 무서워서 간 거죠.
◇이대호> 또 말라리아도. 최대 매년 5억 명이 감염된다고, 말라리아가.
◆이낙준> 이게 더운 지역에서 주로 생기는데 사실 열대우림이 있고 이런 지역들이 개발도상국들이 많다 보니까 의료 인프라도 조금 낙후된 부분들이 있고. 모기 기피지라든지 모기장 같은 것도 잘 안 되고 하니까. 5억 명 정도가 감염이 되고, 매년 수백만 명씩 죽어요. 말라리아로. 사실 지금까지도.
◇이대호> 지금도요?
◆이낙준> 인류를 제일 많이 죽인 질환입니다. 말라리아가.
◇이대호> 이게 모기한테 물려서 시작된 거로 알고 있는데. 그러면은 이게 말라리아 예방접종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어디 동남아 지역이나 이런 데 가시는 분들은 말라리아.
◆이낙준> 아, 접종이 아니라 예방약을 먹죠.
◇이대호> 약을 먹는 거예요? 그럼 그 효과는 어때요?
◆이낙준> 체류하는 동안에는 괜찮을 수 있어요. 며칠이다, 이러면. 계시는 동안... 오래 있어야 된다, 그러면 사실 모기한테 접촉하는 것 자체를 피해야 되고. 만약에 증상이 생긴다? 그러면은 좀 슬픈 얘기인데, 지역에서는 오히려 대응이 잘 안 되거든요. 우리나라로 와서 치료를 받아야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대호> 그러면 현지에서는 말라리아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지역에 계시는 분들은 이게 면역의 개념이 있는 병이에요?
◆이낙준> 면역이라기보다는 이게 씨클셀빈혈이라고, 겸상적혈구라고 이렇게 약간 낫처럼 생긴 게 있어요. 이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같은 위도다, 그러면 생존에 불리합니다. 왜냐하면 얘가 일반적인 적혈구에 비해서 산소를 이렇게 옮기는 게 떨어져요. 그런데 이렇게 생긴 게 이상하니까 말라리아에 강하거든요. 얘가. 그래서 동남아 지역에 가면은 다른 지역보다 그런 선천성 장애라고 하는데, 오히려. 그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많이 생존해 있어요. 좀 특이한 유병률이 있습니다.
◇이대호> 그러게요. 5***님이 이낙준 작가님 AI닥터 웹툰으로 잘 보고 있습니다.
◆이낙준> 감사합니다.
◇이대호> 재미있어서 밤에 보면 안 된다고, 잠을 못 잔다고. 다방면으로 또 활동을 하고 계시고 우리는 질병의 역사 이야기를 또 들어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재미난 이야기가 책에 나오더라고요. 지금은 당연히 화장실 갔다 와서 손을 씻는 문화가 너무나 당연히 돼 있고. 코로나19 겪으면서도 손 씻기에 대한 인식도 확실히 올라갔는데.
◆이낙준>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죠.
◇이대호> 그런데 200년 전만 하더라도 의사들이 손을 안 씻고 수술을 했다.
◆이낙준> 그렇죠. 이게 황당한 건데 사실 저희 어렸을 때는 아폴로 눈병 맨날 돌았잖아요. 손을 안 씻어서 생기는 거거든요.
◇이대호> 아, 그래요?
◆이낙준> 그런데 신종플루가 한 번 돈 다음에 그때 손씻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한 다음에 이후로 아폴로 눈병이 우리나라에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손 씻기가 되게 중요한 개념이고 지금 병원에서는 암행어사처럼 사복 입은 사람들이 환자처럼 꾸미고 각 병동에서 의사나 의료진들이 손 씻는지 안 씻는지 보고. 17층 몇 병동은 의사들은 손 씻는 확률이 92%, 간호사 93% 이런 식으로 기록을 해서 보고를 하게 돼 있거든요.
◇이대호> 아니, 뭘 할 때. 어디 화장실에서 지켜보고 있는 거예요?
◆이낙준> 항상. 그러니까 환자를 보고 나서도 손을 씻어야 해요. 그리고 병실을 옮길 때도 손을 씻어야 되고. 그걸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
◇이대호> 아니, 회진이라고 하나요? 병실이 이렇게 들를 때.
◆이낙준> 계속 손을 씻어야 돼요.
◇이대호> 한 번 방 들어갔다 나왔다...
◆이낙준> 소독제로라도 계속해야 됩니다. 환자분 1번을 봤으면 그다음에 손 씻고 2번을 보고. 왜냐하면 옮길 수가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철저하게 하는 데, 한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병원에서 손을 안 씻었죠. 그냥, 왜 씻어? 이런 생각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내 손에 경험이 있는데 이걸 왜 씻지? 약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대호> 아, 그래요? 손을 씻으면 내 손에 있는 어떤 경험이 빠져나간다.
◆이낙준> 네,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피나 고름이 묻은 상태로 환자를 이렇게 봐야. 환자가, 이 사람 진짜 환자 많이 보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생각하겠지라고 해서 어필의 용도로도 쓰고 그랬습니다. 실제로 당시에 쓰던 수술 칼 같은 경우에 메스처럼 작은 게 아니라 이렇게 큰 곡도거든요. 왜냐하면 절단술을 해야 되니까. 그런데 여기에 다른 사람의 피나 살점들이 이렇게 일부러 덕지덕지 묻혀놓고. 이렇게 광고를 했어요. 내가 이렇게 많이 했다. 내가 이렇게 잘한다, 이런식으로.
◇이대호> 내가 이렇게 수술 많이 하는 사람이다. 아니, 그러면 이게 언제부터 인식이 좀 바뀌었을까요? 손씻기에 대해서는.
◆이낙준> 이게 19세기 정도 되면 산업화가 진행이 되면서 도시화가 이미 유럽은 엄청나게 진행이 됐을 무렵이거든요. 사람들이 많으니까 거기에 종합병원이 생기는 거예요. 종합병원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손을 안 씻으니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는데, 제일 취약한 게 산모입니다. 왜냐하면 애를 받으려면 의사가 이렇게 점막에 손을 대잖아요. 이런 경우에. 그런데 애를 낳다 보면 상처가 나는데 거기를 통해서 감염이 일어나니까 이 당시에 장갑도 없이 그냥 맨손으로 했는데, 안 씻고 하니까. 그래서 그 당시에 산모 사망률이 60%, 70% 이렇게 올라가요.
◇이대호> 60~70%요?
◆이낙준> 그러니까 병원에 입원하면 죽는다. 막 이런 식으로 소문이 나니까. 그중에 이제 그 병원에 청운의 꿈을 안고 입사를 했던 제멜바이스라는 의사가 나는 병원 들어와서 환자 살릴 줄 알았는데 너무 많이 죽으니까 이상한 거예요. 그래서 계속 부검도 하고 연구도 하는데 선생님들한테 물어보면 이게 공기가 안 좋아서 그렇다. 아니면 땅의 기운이 좀 안 좋다. 아니면 저 환자가 그냥 재수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만 설명을 하니까 혼자서 고민을 하다가 자기 동료가 우연히 그 시신 부검을 하다가 상처가 나가지고 죽어요. 그 감염으로. 그런데 동료 시신을 부검을 해봤더니 산모랑 똑같은 거예요. 아내가. 그래서 어, 이거 시신에 뭐가 있어서 이게 우리들한테 들어오는가 보다.
◇이대호> 그 감염이라는 개념이 그때서야.
◆이낙준> 아직은 없었을 때니까. 그래서 이게 뭐가 일으키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런 식으로 일으키는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가 적어도 시신을 부검하고 난 다음에는 손을 씻어야 된다. 그전까지는 해부학실에서 이렇게 부검하다가 1번 선생님 환자 애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러면 가서 그냥 그대로 해서 감염 일으키고 그랬으니까. 그거를 교정해야 된다라고 해서 그때부터 손을 씻기 시작한 거죠.
◇이대호> 아니, 그 수백 년 전에도 의술이라는 건 다 있었을 텐데. 그런데 가장 기초적인 위생에 대한 개념은 그럼 없었던 거네요.
◆이낙준> 이게 시대마다 달라요. 이게 산업화가 되면서 사람들이 좀 더 저는 좀 교만해졌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 시기 사람들이. 우리 다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이제 이전에 경험적으로 지켰던 절차들을 안 했던 거죠. 오히려 이때 조산사들은 손 씻었거든요. 물로라도.
◇이대호> 그래요?
◆이낙준> 물로라도 손을 씻었는데 아, 조산사들은 정규 교육 안 받은 사람이잖아. 우리 의사들은 과학자고. 19세기의 이 발전한 의학을 배웠으니까 우리 생각대로 하자라고 했던 거죠. 그러다가 이게 이제 이렇게 교정이 된 겁니다.
◇이대호> 신기하네요. 그런데 그게 또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었고.
◆이낙준> 심지어 제멜바이스가 자기 손 씻기 시켜서 개선이 됐다가 다른 의사들이 제멜바이스가 이제 이 시신에 있는 걸 죽여야 된다고 생각을 하니까 비누나 이런 것보다는 좀 독한 걸로 씻어야 된다라고 주장을 했거든요. 하다 보니까 짜증나는 거예요. 내가 봤을 때 손 안 씻어도 될 것 같은데. 그래서 얘 약간 망상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몰아세워서 제멜바이스는 사실은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쓸쓸하게 어딘가에 갇혀서 혼자 죽고. 이게 더 개선이 된 거는 조금 더 지난 다음이에요.
◇이대호> 처음에 손을 열심히 씻어야 됩니다라고 했던 사람은 저거 손에 이상한 거 있다. 망상.
◆이낙준> 망상이다라고 해서 죽었고 그 후에 개선이 됩니다.
◇이대호> 신기하네요. 그런데 요즘에 의학 드라마나 실제로 이제 병원 가서 수술 준비하시는 의사 선생님들 보면 수술해서 뭐가 피가 묻어서가 아니라 들어가기 전에도 빡빡 씻으시더라고요.
◆이낙준> 엄청 빡빡 솔로 이렇게.
◇이대호> 솔 같은 걸로 손톱 사이도 하고 빨간 약으로 팔뚝까지 다 씻고.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이낙준> 이게 실제로 감염률의 차이가 있습니다. 장갑을 끼긴 하지만. 장갑이 제작하는 거니까 사람이. 이게 조금 뚫려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수술하다 보면 구멍 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 순간에 이게 감염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러한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이제 절차대로 손을 씻으면 한 5분에서 10분 정도가 걸려요. 이걸 이렇게 솔로 닦으면. 씻어내고 들어가게 돼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감염률의 차이가 나고 감염률이 결국에는 수술 후에 약해진 환자가 죽거나 사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게 절차적으로 다 그냥 마련이 돼 있는 거죠.
◇이대호> 그러면 한겨울에 손 많이 트고 막 이럴 텐데 매번 그렇게 5분씩 손을 씻으면 피부가 남아나나요?
◆이낙준> 그때는 따뜻한 물이 나옵니다.
◇이대호> 아니, 따뜻한 물이 나와도 막 건조해지고 막 그러잖아요.
◆이낙준> 그래서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외과를. 손이 너무 아파서. 약하고 건조한 애들은 하면 여기가 막 갈라지고 피나고 그래요. 그런데 그런 경우에서 내가 외과를 하기는 좀 쉽지 않잖아요. 사실.
◇이대호> 그렇죠. 손이 생명인데.
◆이낙준> 네. 그리고 저희끼리는 핸드크림 같은 거 겨울에 많이 선물하고 그럽니다. 그래서.
◇이대호> 의사분들한테는 핸드크림 선물이 최고네.
◆이낙준> 이게 많이 트니까. 그래서 외과는 저도 많이 발랐었어요. 예전에는.
◇이대호> 그래요. 아까 수술 장갑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진짜 수술 장갑, 그럼 생각해 보면 이거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던 거네요.
◆이낙준> 어마어마한 거죠. 생각을 못했던 거죠.
◇이대호> 특히 작가님은 이게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발명품이라고 하시던데요.
◆이낙준>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게 이제 손을 씻어야 될 것 같아요. 이게 합의가 된 게 19세기 말이에요. 야, 손 씻어야 된다. 게다가 배 같은 거 수술하려면 배는 원래 밀봉돼 있는 상황이고 안에는 균이 없는데 열었으니까 감염 생기면 죽잖아요. 손을 진짜 열심히 씻게 만듭니다. 이런저런 염화석, 그러니까 지금은 소독약으로도 잘 안 쓰는 독한 걸로 손을 씻고 이제 들어가서 수술을 하는데 그중에 이제 윌리엄 할스테드라고 이 사람이 하버드 의과대학 병원의 초기 창립자 중에 하나예요. 미국 외과 의사의 아버지고 엄청 유명한 사람이거든요. 실제로 뭐 유방 절제술도 이 사람이 완성했고 담낭 절제술도 현대적인 개념으로 만든 게 이 사람이고 대단한 사람인데 이 사람이 젊었을 때 이제 전신마취는 되는데 이때 국소마취가 없었어요. 그런데 국소 마취만 해도 되는 경우가 있을 거 아니에요? 그때 유럽에서, 당시에는 미국보다 유럽이 더 선진국이었으니까 유럽에서 논문이 하나 나오는데. 야, 코카인이라는 게 마취제로서 굉장히 훌륭하다. 국소마취로. 그래서 이 사람이 자기한테 실험을 해봐요. 코카인이 마약이라는 걸 이 당시에 몰랐으니까. 그래서 해봤더니 진짜 얼얼하니 마취가 되고 째도 모르겠는 거예요. 그런데 이 사람이 그때 코카인에 중독이 됩니다. 마약 중독이 된 상태에서 수술을 하려니까 본인이 똑똑한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코카인을 하고 하니까 수술이 잘 안 돼. 참아요. 평소에. 참으니까 하고 싶은데 참는 게 있으니까 성질이 점점 안 좋아질 거 아니에요. 원래도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는데. 화가 많아요. 그런데 화가 많은 걸 어떻게 풀까 하는데 손을 씻지 않는지를 보면서 정당하게 혼낼 수 있잖아요. 제자를. 너 내가 8번 하라 그랬는데 안 했지. 이렇게 해서 이 사람이 이제 그거를 이렇게 풀기 시작하는데 실력이 너무 좋으니까 제자들도 들어오고 팀은 잘 굴러가요. 그런 상황에서 어떤 간호사가 들어오는데 너무 예쁜 거예요.
◇이대호> 갑자기?
◆이낙준> 그래서 이 사람을 보면 내가 코카인 안 해서 지금 힘든데도 미소가 지어지고. 그러니까 사랑이 시작된 거죠. 짝사랑이.
◇이대호> 마약보다 더 좋은 사랑.
◆이낙준> 마약보다 더 좋은 사랑이 시작된 거예요. 할스테드 박사님이.
◇이대호> 좀 낫네요.
◆이낙준> 훨씬 낫죠.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이 간호사가 손 씻기가 너무 힘들어서 외과를 관둘 수도 있다. 할스테드가 심장이 쿵 떨어진 거죠. 야, 나 저 사람 보는 낙으로 사는데, 요새. 이거 어떻게 할까라고 하다가 장갑으로 손을 싸면 이렇게까지는 손을 안 씻어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해서 그때 이제 굿이어라는 회사에, 지금은 타이어 회사로 유명하지만 그때는 콘돔 만드는 회사였어요.
◇이대호> 고무를 다루니까.
◆이낙준> 가황 고무로. 그러니까 콘돔같이 얇고 단단한 고무를 만드니까 너네 장갑도 만들 수 있겠다. 그래서 석고상에 이제 그 간호사의 손을 본따서 이대로 만들어주세요. 가격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얼마가 들어도 내가 낼 테니까 만들어주세요. 그래서 그게 최초의 수술 장갑인데 간호사가 쓰는 걸 보니까 옆에서도 너무 좋아 보이는 거예요. 저렇게 하면 손도 비누로 씻고 대충 한 번 더 씻고 저거 끼면 될 것 같은데. 그래서 그때부터 이제 장갑이. 이렇게 할스테드도 쓰고. 하고 나중에 이제 할스테드 박사님은 그 간호사님이랑 이제 결혼해서.
◇이대호> 해피엔딩이네.
◆이낙준> 백년해로 했습니다.
◇이대호> 그래요? 그래서 로맨틱한 발명품이구나.
◆이낙준> 장갑으로 이루어진 사랑.
◇이대호> 그전까지는 수술 장갑이 없었던.
◆이낙준> 없었습니다.
◇이대호> 그러면 손도 엄청나게 씻어야 되고 장갑도 껴야 되고 이중 장치를 해야 되는 거네요. 그런데 저 하나 궁금한 거 있습니다. 왜 그 드라마 보면 특히 하얀거탑 이런 데 의사 선생님이 수술 들어가기 전에 장갑 낄 때 딴딴따다딴, 막 음악 장엄하게 깔리고. 그런데 왜 손을 항상 이렇게 세우고 장갑은 혼자 못 끼고 항상 간호사가 대신 끼워주고.
◆이낙준> 이게 수술방이 깨끗하게 멸균 처리가 되어 있고 계속 공기를 바깥으로 빼고 있어요. 그래서 깨끗한 곳이라고 저희가 생각을 하지만 허리 밑에는 오염이 됐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신발이 왔다 갔다 하고 뭐 이러니까. 그래서 보통은 손을 이렇게 올리는 이유가 허리 밑으로 내려가면 나가서 다시 씻고 와야 돼요. 그러니까 손을 올려야 되고. 혹은 옆에서 장갑 끼고 대기하는 사람은 팔짱을 끼고 있잖아요. 이것도 밑으로 내려가면 내가 나가야 되니까 팔짱 이게 건방져서 그런 게 아니고 안 내려가려고, 그리고 다른 거 안 만지려고. 뒤에 있는 벽 같은 거 만지면 또 나가서.
◇이대호> 다시 씻고 와야 되니까.
◆이낙준> 가운 다 벗고 다시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하고 있는 거고. 장갑을 끼워주는 이유는 사실은 혼자 끼는 법 다 배우거든요. 그런데 이게 혼자 끼다 보면 이게 엄청 복잡해요. 이렇게 안쪽에 장갑을 잡고 이렇게 낀 다음에 그다음에 장갑 낀 손은 깨끗하니까 어디 닿으면 안 되고 이렇게 해서 껴야 되는데 이게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다른 사람이 도와주면 금방금방 끼니까. 처음 사람만 그렇게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누가 됐든지 간에 다 도와줘서 딱딱딱딱딱 하게 만드는 거죠. 왜냐하면 이게 멸균법으로 하면 옆에서 보고 있으면 모르는 사람 보면 되게 답답해요. 이거 뭐 하는 건가. 왜 저렇게까지 하나. 그게 어쩔 수 없습니다.
◇이대호> 그래서 양손도 이렇게 위로 들고 있었던 이유가 다 있는 거네요. 그런데 수술용 장갑이 수술하다가 찢어지기도 합니까?
◆이낙준> 가끔 찢어지기도 해요. 그게 뭐 예를 들어서 좀 내가 긴장을 하고 있다든지 아니면 뭐 이게 수술하는 사람한테 잘 보여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나는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보조의면. 집도의한테 잘 보여야 되니까 막 자세가 막 묘하게 틀어지고 막 이렇게 되다 보면 얘가 어디 걸려서 찢어지거나 이렇게 됩니다. 그러면 찢어지면 교수님이.
◇이대호> 혼나는 거예요.
◆이낙준> 나가. 나가서 손 씻고 다시 들어오고. 그렇게 되는 경우죠.
◇이대호> 또 수술실은 기본적으로 다 멸균이고.
◆이낙준> 멸균이고. 그 수술대를 완전 멸균으로 유지하죠.
◇이대호> 그거를 계속 뭐 알코올로 닦는 거예요?
◆이낙준> 항상 일회용 멸균된 그 드랩천이라고 해서.
◇이대호> 커버.
◆이낙준> 환자의 이 수술 부위만 빼고 다 가리잖아요. 이건 다 드랩으로 다 가리고. 그다음에 계속해서 음압기를 돌려서 안에 균을 계속 제거하고. 그런 식으로.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리 밑은 우리가 완전하지 않다라고 생각을 하니까 손을 항상 올리고 있어야 되는 거죠. 그래서 수술과 한번 가보면 그래도 안심이 되실 것 같아요. 저는. 이 정도까지 하는구나 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구나. 약간 그런 느낌이 들 거예요.
◇이대호> 그럼 뭐 바닥 청소도 다른 곳과는 당연히 다를 테고.
◆이낙준> 네. 완전 소독해서 하고 기구도 소독 엄청 빡세게 해요. 예를 들어서 환자가 일반적인 환자다. 그러면 고온 살균 한 다음에 적외선 살균하고 그다음에 이제 소독액으로 닦아내고 그다음에 끝인데 이 사람이 예를 들어서 감염 환자다. 에이즈 감염 환자나 C형 감염같이 아직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명확하지 않은 그런 질환자다. 환자가 그렇게 수술을 했다. 그럼 그런 경우에는 아예 따로 또 감염관리실에 보내서 거기서. 아예 다른 소독 장치를 하거나 할 수 있으면 일회용 팁을 사용하고 버리게 그냥. 그런 식으로 하게 됩니다.
◇이대호> 이번에는 상처 치료 쪽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사실 상처 나면 약 바르고 밴드 붙이고. 이건 뭐 어린아이들도 다 이렇게 하고 있는데.
◆이낙준> 다 하죠. 유치원 가면 밴드부터 이렇게 배워 오잖아요.
◇이대호> 이거 없던 시절에는 뭐 된장을 바르던 시절도 있었고. 소주를 붓는 시절도 있었고. 뭐 목에 먼지 꼈을 때는 삼겹살 먹으면 된다라는 민간요법들도 하고 있는데. 옛날에는 어떻게들 했을까요, 실제로?
◆이낙준> 지금 말씀해 주신 거는 근대화 이후에.
◇이대호> 이것도 최근 거예요?
◆이낙준> 그래도 사람들이 고등 교육을 받은 이후에 어떤 기전을 생각해서 이렇게 하는 겁니다.
◇이대호> 된장도 그 이후에.
◆이낙준> 된장도 이제 발효가 된 거니까 거기에 유익균이 있고 나쁜 균이 없잖아요. 사실은. 그러니까 이걸 바르면 뭐 적어도 나쁜 일이 생기지 않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고. 그리고 소주를 붓는 거는 훨씬 더 진보한 거죠. 여기 알코올이 있으니까. 소독을 하자. 그러니까 소독을 해야 된다는 개념이 있는 거잖아요. 대단한 거죠. 사실. 이거는 의학의 역사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 진보한 최근에 가까운 그런 거고. 옛날에는 일단은 피가 나니까 피를 막자. 피가 나면 죽는다는 거는 알고 있으니까. 주변에 보면 뭐 나뭇가지도 있고 이러잖아요. 그럼 이게 무슨 성분이 있고 뭐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냥 이런 걸로 막아요. 그런데 그러면 나무 위에 있는 균하고도 우리는 싸워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그런 상황이 되고. 이집트 때는 미라를 만드는 기술이 있으니까 붕대가 있습니다, 여기는. 린넨으로 이렇게 붕대를 만들잖아요. 이거는 상당히 진보한 거지만 그 붕대가 깨끗했는지 안 했는지는.
◇이대호> 또 모르죠. 그거는.
◆이낙준> 아마도 더러웠겠죠. 이걸 그냥 보관하다가 쓰는 거니까. 그리고 이 사람들이 녹색을 되게 신성시했어요. 이집트 사람들이. 그래서 이 사람들이 했던 것 중에 구리가 산화가 되면 녹색이 되거든요. 이거를 바르면 나을 거다라고 해서 구리를 바르기도 하고. 비소가 산화가 되면 녹색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비소는 독인데 그걸 바르기도 하고. 우연히 빵에 곰팡이가 폈는데 녹색으로 피면 그걸 발라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거는.
◇이대호> 녹색이면 다 좋은 줄 알고.
◆이낙준> 페니실린의 원료가 되잖아요. 이런 경우에 또 낫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야, 녹색 바르면 낫는다더라 해서 산화구리 바르고 이렇게 했던 거죠.
◇이대호> 약간은 이제 맹신이 있었던 건데.
◆이낙준> 맹신이 생겼죠.
◇이대호> 어쩌다가 한 번 그게 통하니까 이게 또 확률적으로 옳은 줄 알고 착각을 했었던.
◆이낙준> 그게 막 너무 또 와전이 돼서.
◇이대호> 그런데 아까 그 말씀하셨던 그러면 그래도 최근 근대화로 와서 된장 바르고 소주 붓고 이런 민간요법이 괜찮았던 겁니까?
◆이낙준> 사실 된장은 괜찮지는 않죠. 된장은 이제 이전보다, 그러니까 산화구리 바르는 것보다는 된장 바르는 게 낫지만 뭐 멀쩡히 소독약이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고. 소주는 그런데 예를 들어서 전쟁터예요. 없어,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면 소주라도 부으면 좀 낫습니다. 그거는 뭐. 그런데 이제 지금은 그러지는 않으니까.
◇이대호> 정말 전장 수준 아니면 그럴 필요는 이제는 없는 거고요. 재미있습니다. 3*** 님이 쉽게 듣지 못하는 의학계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귀가 쫑긋 세워집니다. 재미있다고 보내주셨고요. 이비인후과 전문의, 그리고 현재는 작가인 이낙준 작가님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까 잠깐 마취 이야기를. 옛날 코미디 영화 심형래 씨 나오는 코미디 영화에서는 마취약 없을 때는 머리를 뒤로 쳐서 기절 시킨다 이런 거 있었는데 실제로 그랬던 시절이 있었어요?
◆이낙준> 실제로 그랬습니다. 이게 왜냐면 예를 들어서 우리 마을이랑 저쪽 마을이랑 싸우다가 전쟁을 하다가 다쳤어요. 나 얘 살리고 싶어. 그런데 상처를 만지려고 하면 막 아프다고 난리를 치는데 가만히 있어야 될 것 같으니까 그런 경우에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거든요. 왜냐하면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니까 어디를 때리면 얘가 늘어진다. 저게 치는데 이것도 잘 치고 잘 맞아야 되는데 잘못 치면 그것 때문에 가는 경우도 있고 안 움직인다 했는데 계속 안 움직여 이렇게 되면 죽은 거니까 되는 경우도 있고 해서 이 방법보다는 조금 더 신뢰성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한 게 아편이나 상추나 이런 것들. 그런데 상추는 사실 별로 소용 없었겠죠. 우리나라 서적에 있긴 한데 상추 먹으면 졸리긴 한데 칼 대도 졸리는 건 아니니까.
◇이대호> 상추를 거의 코끼리처럼 먹어야.
◆이낙준> 그렇죠, 뭐 이만큼 먹어야 되는데 아픈 와중에 그 정도 먹을 수 있으면 사실 아픈 게 아니니까.
◇이대호> 와, 그런데 그게 마취약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해서든 수술은 했어야 됐으니 뭐라도 찾았던 시절. 이게 그래도 마취약이 언제부턴가는 개발이 됐던 거잖아요.
◆이낙준> 이게 19세기까지도, 19세기 초반까지도 마취제가 없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마취를 시킬 수 있는 물건은 나와 있었어요. 그런데 그거를 의사들이 몰랐던 거예요. 심지어 그걸 사용을 하면서도. 지금 치과 가면 애들 웃음가스라고 그래서 이렇게 코뚜레처럼 이렇게 씌워놓고 애들이 약간 몽롱한 상황에서 치과 치료하는 어린이 병원들이 있거든요. 그게 18세기에 나왔습니다. 1700년대 말에 나왔는데 그거를 이 당시에는 파티 했었어요. 술도 먹고 가스도 마시면 기분 좋아지니까 이렇게 막 하다가 어떤 치과의사가 놀고 들어왔는데 이마가 찢어진 거예요. 그런데 전혀 몰랐던 거예요. 그래서 이걸 왜 내가 몰랐을까. 왜 하나도 안 아팠을까 혹시 어저께 가스가 그랬나. 그래서 가스를 다시 마셔보고 했더니 안 아픈 거예요. 그래서 동료 치과의사를 불러서 나 가스 마셨으니까 내 이빨 한번 뽑아봐. 어금니 생니 한번 뽑아. 이거 엄청 아플 텐데. 뽑았더니 모르는 거예요. 이거 대박이다라고 해서 그런 식으로 이제 마취제가 발전이 됐죠. 그전까지는 수술이 발전하기가 어려운 게 마취가 안 되니까 환자를 일단 빨리 끝내야 되는 거예요. 수술을. 잘하고 자시고가 아니고 빨리 끝내야 되니까 아까 제가 잠깐 말씀드렸듯이 메스가 지금은 블레이드가 요만한데 한 2cm 정도밖에 안 되는데 그 당시에는 곡도. 진짜 이런 칼로 사람을 팔을 잘라야 된다. 그러면 이렇게 쳐가지고 동그랗게 돼 있으니까 돌려가지고 근육과 이걸 뼈만 남기고 잘라낸 다음에 이제.
◇이대호> 너무 구체적이셔서.
◆이낙준> 이거를 이제 뭐 몇십 초 내에 끝내야 되니까. 그래야 그만큼만 아플 거 아니에요? 계속 아프면 안 되니까.
◇이대호> 그런데 그거는 의사 입장에서는 빨리 끝내주려고.
◆이낙준> 네, 왜냐하면 환자의 고통을 덜려고. 그래서 그 당시에 외과 의사들은 보통 덩치도 크고 약간 이게 완력이 중요했습니다. 왜냐하면 환자가 발버둥치는 걸 누르고 빨리 잘라야 되면 평균 체격이 더 커야 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그랬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데 마취가 나오고 나서는 불과 20~30년 만에 막 확 발전하거든요.
◇이대호> 진짜 마취약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습니까? 0***님이 긴급 질문 주셨습니다. 병원에서 엉덩이 주사 맞을 때 주사 놓기 전에 엉덩이 세게 때리는 게 바늘의 고통을 못 느끼게 하려는 건가요?
◆이낙준> 맞습니다.
◇이대호> 맞는 말이에요?
◆이낙준> 헷갈리잖아요. 탁 치면 이렇게 하고 들어가면 주사가 되게 얇기 때문에 그리고 엉덩이는 피하지방도 있고 근육도 많아서 바늘이 그렇게 아프지 않은 곳이에요. 저희가 골라서 찌르면.
◇이대호> 재미있네. 그래서 간호사 선생님이 엉덩이를 세게 때리는 게 오히려 좋은 거네.
◆이낙준> 탁 때리면 하면 끝나잖아요. 노련한 사람일수록. 찰싹.
◇이대호> 오늘 할 얘기가 되게 많은데 탈모의 역사도 있습니다. 탈모도 일종의 병.
◆이낙준> 질환 이거를 자꾸 막 희화하고 놀리고 막 이렇게 사석에서 놀리는 거는 괜찮은데 막 공적인 자리에서 놀리고 하는 거는.
◇이대호> 큰일 나죠.
◆이낙준> 이거는 질환입니다. 사실은.
◇이대호>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건 얘기하면 안 돼요.
◆이낙준> 이제 너무 친하면 놀리기도 하는데.
◇이대호> 그런데 꽤 오래전부터 이 탈모와의 전쟁이 있었다고요.
◆이낙준> 이거는 사실은 남성 호르몬이랑 연관이 있기 때문에 그냥 고대부터 인간의 탄생부터 있었을 텐데 기록에 나온 거는 기원전 12세기에 이집트 파라오가 있어요. 이 당시에 그나마 이집트 문명권을 보면 그 그림 보셨어요? 그림 보면 사람들이 이렇게 머리 미는 거 많죠. 이 사람들이 제모의 진심이었거든요. 겨드랑이 털도 밀고 심지어 사타구니 털도 밀고 이렇게 할 정도로 그거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라서 그나마 이때는 탈모가 크게 문제가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민 게 아닌데 빠진 거잖아요. 파라오가. 이게 속상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여러 가지를 찾아오는데 그 당시에 그러면 의사들이 무슨 짓을 하게 되냐. 보통 이럴 때 못 고치잖아요. 솔직히. 그럼 이 사람이 구하기 어려운 걸 구해오라고 해요. 못 구해오면 네 탓이다라고 하려고 그래서 하마 기름, 악어, 고양이 털 이런 이상한 것들을 해서 머리에 바르면 낫는다 이렇게 하는데.
◇이대호> 막 지어내낸 거예요?
◆이낙준> 네, 별로 효과는 없었겠죠. 그래서 그렇게 그냥 내려오고 또 유명한 게 카이사르, 줄리어스 시저. 로마의 이 사람이 월계관을 항상 쓰고 있거든요.
◇이대호> 월계관.
◆이낙준> 이게 이 사람이 탈모가 심해서 항상 머리에 뭘 써요. 이렇게 머리에 뭘 쓰고 이분이 갈리아 지방에 원정을 나갔었잖아요. 갈리아 지방의 원정을 나갔는데 이 사람이 피부가 워낙 좋아서 그 햇빛도 강하고 한 곳에 있어도 피부가 뽀얗대요. 그런데 머리가 없는 거예요. 이 사람이 이게 너무 스트레스인데 갈리아 포로를 잡았는데 얘가 머리숱이 너무 많은 거예요. 야 너네 혹시 탈모약 있냐 그랬더니 갈리아 포로가 제가 봤을 때는 침략자가 물어보니까 엿 먹이려고 한 것 같은데 당나귀 고추를 빻아서 먹으면 납니다. 그래서.
◇이대호> 역사 속에 있던 얘기입니다.
◆이낙준> 네, 카이사르가 당나귀를 먹기도 하고. 나지도 않고 그랬던 거죠.
◇이대호> 당시 이거 탈모 때문에 이상한 치료법들 되게 많았었다고 하는데 이게 이상하게 거의 전 세계적으로도 많네요.
◆이낙준> 예, 많죠. 이게 뭐. 왜냐하면 고민을 가끔 서양에서는 탈모 신경 안 쓴다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보면 되게 절박하게 치료를 많이 했어요.
◇이대호> 그렇죠. 특히 그래서 그냥 민머리 자체가 되게 스타일인 줄 알고 있는데 그분들 나름대로는 스트레스가 있었던 거죠.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더라고요. 비만 얘기해 보죠. 특히 비만 치료제가 전 세계적으로 지금 엄청납니다. 살 빼는 약. 일주일에 한 번씩 뱃살에다 꽂아 넣으면 식욕이 떨어진다 이건데.
◆이낙준> 그 회사가 비만 백신을 만들겠다 이렇게도 지금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대호> 비만 백신이요?
◆이낙준> 네, 맞으면 이제 비만을 예방할 수 있는 그렇게 만들겠다 이런 식으로도 주장을 하고 있죠.
◇이대호> 그럼 과거에는 이 비만에 대한 인식은 어땠을까요? 그래도 옛날에는 좀 살 집 있는 사람이 좀 잘 살아 보이고 좀 더 있어 보이고 그러지 않았을까요?
◆이낙준> 북한을 보면 수령 동지님들은 다.
◇이대호> 일부러 그렇게도 만든다고 하잖아요, 덩치를.
◆이낙준> 그게 이제 먹을 게 부족한 시기에는 아무래도 살집이 있고 풍채가 있는 사람들이 좋아 보이죠. 이 사람한테 권력이 있어 보이고 힘이 있어 보이고 더 건강해 보이고 그래서 천편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왜냐하면 문화마다 또 달랐어서. 그런데 그래도 일반적으로 먹을 게 부족했던 시절에는 적당히 살 집이 있는 거는 좀 좋게 봤다 이런 경향성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양반들은 좀 풍채라고 하잖아요. 이렇게 지식 주머니 약간 이렇게 배 인덕 주머니. 이렇게 달고 다니시고 하면 좀 좋게 보고.
◇이대호> 인덕이라고 그랬죠. 옛날에. 언제부터 이 비만을 병으로 인식하게 됐을까? 역사 속에서?
◆이낙준> 사실은 이집트도 좀 날씬한 체형을 선호했는데 이게 거기는 정확하게 문헌에 안 나와요.
◇이대호> 왜 벽화 같은 거 보면 팔, 다리 가늘고.
◆이낙준> 네, 다 말랐잖아요. 그런데 그런 걸로 유추해 보는 거지 문헌에는 없는데 로마 제국을 보면 로마 제국은 전쟁을 통해서 영토를 계속해서 확장을 하는데 그래서 그 군인들한테 막 개선식도 해주고 엄청 대우를 해주잖아요. 그런데 그 군인들이 이 로마에서 나가서 원정을 나가면 거긴 아무래도 먹을 것도 부족하고 내가 계속 전쟁을 해야 되니까 날씬하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을 우대를 하다 보니까 너무 뚱뚱한 거는 조금 안 좋아 보이는 거예요. 로마 시대 때는 그래서 뭘 먹을 걸 먹더라도 토를 하게 하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먹다가 그냥 껍질만 씻고 뱉었다라고 돼 있는데 그것도 있지만 문헌을 보면 초대받은 귀족들이 많이 먹고 이렇게 종을 치면 어떤 노예가 가서 이렇게 토를 도와주는 노예가 전용 노예가 있었어요. 손가락으로 이렇게 혀 끝을 이렇게 해서 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대호> 맛있는 거 먹고 삼키는 것까지는 하고 다시 개워내는. 그 정도로 살찌지 않으려고 노력을.
◆이낙준> 네, 노력을 많이 했던 거죠. 그때 먹토를 했던 거죠. 그때 이 사람들이.
◇이대호> 신기합니다. 이 이야기도 또 해야 되는데 우리나라의 수출 상품 중에 하나 성형 수술 있잖아요.
◆이낙준> 장난 아니죠. 어마어마하죠.
◇이대호> 외국인들도 이제 많이 들어오고 있고 과거에도 성형 수술이 있었을까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이낙준> 이게 저도 옛날에는 뭐 마취도 없는데 이걸 했겠어.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했겠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게 기원전 9세기 인도 기록을 보면 이때 성형 수술을 했습니다. 그 당시 인도의 형벌이 코를 자르는 게 있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만약에 도망갔어요. 내가. 아니면 상황이 바뀌어서 내가 지금은 역적의 자식이라 코가 잘렸는데 아니야 내가 다시 돌아왔어요. 그런데 코가 잘려 있으면 사람들은 저거는 큰 잘못을 한 사람이다라고 인식을 하니까 이걸 고치고 싶잖아요. 이때 그런데 수슈루타라는 의사가 지금도 이비인후과에서 코 재건할 때 쓰는 방법을 씁니다.
◇이대호> 코 재건술.
◆이낙준> 네, 이마에 보면 이렇게 혈관이 올라가거든요. 그중에 하나를 이렇게 따서 피부 편을 돌려서 코에 이렇게 맞춰준 거예요. 이거는 사실은 엄청나게 진보된 수술이거든요. 그런데 그거를 기원전에 인도에는 했다는 기록이 그냥 남아있어요. 그래서 저는 수슈루타라는 사람은 시간여행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데 왜냐하면 다른 역사에도 계속 나오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은 그런 생각을 하고 이게 유럽에도 전래가 된 거는 대항해시대 때 신대륙에서 콜럼버스 아저씨가 가서 좋은 것만 들고 온 건 아니고 가서 원주민들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고 매독에 걸려서 유럽에 돌아오거든요. 그런데 유럽에서도 콜럼버스 아저씨가 완전 슈퍼스타였잖아요. 신대륙을 발견한 사람. 너무 대단하다. 그래서 인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매독이 번지는데 이런 병이 원래 인류하고 접촉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더 독합니다. 지금 매독보다 훨씬 심해서 그때는 코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어요. 썩어가지고. 그러니까 이게 이제 그런 환자가 너무 많아지니까 유럽에서도 코 성형 수술이 그때부터 이렇게 시작이 된 거죠.
◇이대호> 사실은 치료가 시작이 되었다가 그게 언제부터인가 이제 미용.
◆이낙준> 얼굴만 내놓고 싸우잖아요. 그래서 그때 성형 수술이 진짜 많이 발전을 하고 그다음에 전후 전쟁이 끝나고 그 시대에는 특히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경우에는 서양인의 어떤 그런 걸 좀 동경하게 되는 게 있었나 봐요. 아무래도 잘 살고 하니까. 그런데 서구형으로 우리는 바꾸고 싶고 그래서 그런 식으로 우리나라는 성형 수술이 또 발전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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