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장기 보유한다”
장기 보유 통해 배당 늘리는 전략
美선 활성화된 사모펀드 투자방식
거버넌스 개혁 위해 집행임원제 도입
집행임원과 이사회 분리해 견제·균형
“고려아연 더 잘 경영하자는 취지”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한 뒤 수년 내로 해외기업에 팔아 ‘단기 차익’을 추구할 것이란 비판이 그동안 제기됐었는데, MBK는 ‘장기 보유’를 통해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더 높이며 수익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란, 기존 사모펀드의 GP(운용사)를 그대로 유지하고, 기존 펀드가 보유한 우량한 자산이나 기업을 신규 펀드로 이전해 투자하는 전략이다.
MBK가 이를 검토하는 이유는 고려아연 인수 후에 외국 기업에 파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특히 고려아연이 현재 시가총액 20조원대에 달할 정도로 대형 기업이어서, 자금여력이 되는 외국계 기업·펀드 혹은 국내 대기업만이 인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외국 기업, 특히 ‘중국 기업’이 향후 고려아연을 인수할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MBK는 컨티뉴에이션 펀드 조성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회사를 보유하고 기업가치를 높여서, 배당액을 늘려가며 수익을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먹튀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주로 인수하는 비스타에쿼티파트너스(Vista Equity)가 2014년 43억 달러에 인수한 ‘TIBCO 소프트웨어’와 2022년에 165억 달러에 인수한 ‘Citrix Systems’를 합쳐서 ‘Cloud Software’를 만들고, 이를 컨티뉴테이션 펀드를 통해 지속 투자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 사모펀드 EQT파트너스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같이 2019년에 인수했던 Waystar도 컨티뉴테이션 펀드를 통해 유지 중이다.
국내에선 한앤컴퍼니가 쌍용 C&E를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통해 운용 중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 보유하면서 매각 차익을 얻기보다는, 빠른 배당을 통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계속 창출하는 게 핵심”이라며 “최근 LP들도 내부수익률(IRR)보다 납입금 대비 분배율(DPI)을 더 중시하고 있어서,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PI란 배당 등을 통해 얼마나 빨리 자금을 회수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다.
최근엔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넘어 ‘에버그린펀드(Evergreen Fund)’도 거론되고 있다.
에버그린펀드란 펀드 만기가 없이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출자와 환매가 이루어지는 개방형 펀드다. 이른바 ‘영구 펀드’인 셈이다.
지난 2021년 글로벌 VC운용사인 세콰이어캐피탈이 운용사 최초로 에버그린펀드를 결성했다. 운용사(GP) 입장에선 회수 시점 선택을 신축적으로 할 수 있고, 펀드해산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도는 MBK·영풍 연합이 38.47%,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측이 17.05%, 최 회장측 우호지분(한화·현대자동차 등)이 18.35%, 국민연금이 7.48%, 기타주주 및 자사주가 18.65%인 상황이다.
MBK가 영풍과 계약에 따라서, 38.47% 지분의 ‘절반+1주’를 가져가게 된다. MBK가 영풍지분까지 합쳐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쥐게 되는 셈이다.
MBK는 직접 경영에 나서기보다는 기업 거버넌스 개혁(지배구조 개혁)에 더욱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 최 회장이 2022~2024년에 대략 3조원을 투자했는데, 이 중 원아시아파트너스 등에 1조원이 이상을 투자했다”며 “최 회장과 장씨 일가, 그리고 MBK 모두 경영진에서 한발 물러나 이사회에 남고, 집행임원을 새로 두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고려아연이 잘해왔는데, 거버넌스 개혁을 통해 더 잘할 수 있게 만들겠다”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매출액은 지난 2019년 6조6948억원서 지난해 9조7045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 5년간 꾸준히 8000억~1조원을 기록 중이다.
기존 제련업은 13조원까지 매출액을 늘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인 TD(트로이카 드라이브·배터리 소재, 자원순환, 신재생에너지)서 12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겠다는 것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증가하게 되면, 그만큼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도 높아지게 된다.
MBK 뜻대로 된다면, 14명 중 2명은 집행임원이 되고, 나머지 12명은 기존 13명의 이사회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측 인사 12명과 MBK·영풍측 인사 1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MBK안이 실현될 경우, 이사회는 25명으로 꾸려지고, 2명은 집행임원이 된다.
이사회 25명 중엔 최씨 가문 2명, 장씨 가문 2명, MBK측 1명, 현대차 1명, 그리고 나머지는 사외이사로 채워진다. 25명 중 6명만 주주측 추천 인사인 셈이다.
집행임원은 집행을 주로 하고, 의사결정은 이사회에서 다수결 표결로 간다.
이렇게 거버넌스 개혁을 하게 되면, 최 회장이 원아시아파트너스 등에 투자한 것처럼 본업과 무관한 투자를 줄일 수 있고, 고려아연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해서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게 MBK측 입장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재벌 가문들은 소수지분만을 들고 그룹 전체를 경영하면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다”라며 “MBK측이 제시하는 집행임원제는 ‘제왕적 CEO’를 없애고, 합리적 의사결정에 기반해 회사를 운영하자는 취지다. MBK측이 한국 사회에 새로운 경영모델을 제시하고자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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