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하·트럼프 재선…한국 기준금리 동결할 듯
금융당국·정부, 24시간 합동점검체계…변동성 적기 대응할 것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전날 0.25%포인트(p) 금리인하를 단행한 가운데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눈길이 쏠린다. 지난달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왔으나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하면서 ‘동결’ 전망이 우세해지는 분위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이 6~7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를 4.75∼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p) 낮췄다. 지난 9월 0.5%p 인하한 데 이어 두 차례 연달아 내린 것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FOMC의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FOMC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췄으나 한국은 이달 28일 금리 동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달 들어 계속 강달러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6일 원·달러 환율은 7개월 만에 1400원대를 돌파했다. 7일에도 뚜렷하게 떨어지지 않고 1400원 안팎을 오르내렸다.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이탈해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 방향 결정 과정에서 환율 수준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거라고 예상되는 점도 금리 동결에 힘을 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관세 인상과 이민자 추방 등 정책에 따라 인건비와 물가가 오르면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리기는 어려울 거란 분석이다.
전문가들도 강달러 영향으로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점쳤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경기 악화보다 환율 상승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11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만 해도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3분기 성장률은 한은의 전망치인 0.5%를 하회한 수준이다. 정부는 한은이 금리를 낮춰 내수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에 더해 9월 들어 치솟던 물가도 안정세를 나타냈다. 10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3% 올랐다. 9월(1.6%)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 상승률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 변동성이 커질 위험을 고려해 적기에 대응할 방침이다.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 대선 이후 금융·외환시장의 향방 관련해 “당분간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는 만큼 그간 중동 상황 중심으로 운영해오던 관계기관 24시간 합동점검체계를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개편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도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세부내용 등에 따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필요시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