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금 지급 기준, 보험사 마음대로

이학준 기자 2024. 11. 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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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손해보험사가 2022년 지급한 실손보험금 중 안과의 비급여 비중은 4546억원이었다.

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은 입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25만원 한도인 통원의료비만 지급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껏 왜 4500억원이 넘는 보험금이 지급된 걸까.

보험사가 보험금 부지급의 근거로 삼는 것은 2022년 6월 대법원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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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손해보험사가 2022년 지급한 실손보험금 중 안과의 비급여 비중은 4546억원이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314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은 입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25만원 한도인 통원의료비만 지급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껏 왜 4500억원이 넘는 보험금이 지급된 걸까. 고객들은 “보험사 주장이 맞다면, 지금껏 포괄수가제를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한 게 전부 다 문제가 된다”라고 하소연한다.

보험사가 보험금 부지급의 근거로 삼는 것은 2022년 6월 대법원판결이다. 그런데 판결문에는 백내장이란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사건에서 환자는 입원실조차 없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백내장 수술이 의학적으로 입원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와 별개인 셈이다. 분쟁을 중재해야 할 금융감독원은 2019~2023년 백내장 관련 분쟁 4400여건을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고 자체 종결 처리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보험사가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하다가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해 선량한 고객에게조차 보험금을 주지 않는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비슷한 치료를 받은 다른 사람에게는 보험금을 지급하다가 갑자기 여러 이유를 들어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한다면 어떤 고객이 쉽게 수긍할 수 있을까.

보험사는 상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경쟁이 있었던 때로 돌아가 보자. 당시 일부 보험사의 전산망이 마비될 정도로 가입 문의가 폭주했는데, 보험사 관계자들은 기쁘기보단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고 한다. 고금리 상품인 단기납 종신보험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 역마진 규모는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보험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라며 “일단 상품을 판매하고 보험료를 거둬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암주요치료비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암주요치료비는 치료비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비례형’으로 설계됐다. 최근에는 한도가 10억원이 넘는 상품까지 나왔다. 되도록 고가인 신의료기술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고객의 이기심을 자극한다. 판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손해율은 낮지만, 의료비용 증가로 이어지면 언제든 문제가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보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암주요치료비를 두고 “과거 백내장과 최근 자가골수연골재생치료와 비슷한 사례라고 본다”라며 “병원에서 ‘실손보험에 가입했느냐’고 묻는 것처럼, 이제는 ‘종합병원 암주요치료비에 가입했느냐’고 물어보는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일부 보험사는 도덕적 해이 우려가 있는 상품에 대한 지적을 받을 때마다 과잉진료 가능성까지 고려해 상품을 출시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손해율이 높아진 것은 보험사의 예측이 틀렸다는 것이고, 보험사는 이에 대해 일부라도 책임이 있다. 선량한 고객의 고지의무 위반을 찾아내 계약을 무효로 하거나, 약관을 과거와 다르게 해석하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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