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백업 격차만 확인한 토트넘, 유로파 원정 갈라타사라이전 ‘참사급’ 패배…손흥민 45분 헛심
토트넘이 갈라타사라이와의 유로파리그 원정에서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격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8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네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토트넘은 에이스 손흥민까지 투입했지만 2-3으로 졌다. 슈팅 수 3-27이라는 충격적인 기록이 이날 경기의 내용을 더 잘 설명한다.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변칙 라인업으로 나선 토트넘은 경기 내내 갈라타사라이의 일방적인 공세에 시달렸다. 주장 손흥민이 전반 45분간 고군분투했지만 팀의 무기력한 경기력을 바꾸진 못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전 데얀 쿨루세브스키, 로드리고 벤탄쿠르, 파페 사르, 도미닉 솔랑케 등 주축 자원을 총동원했고 오히려 10명이 된 후반전에 더 나은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이미 기운 경기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19살 신예 윌 랭크셔는 극과 극 활약을 펼쳤다. 히샬리송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랭크셔는 특유의 영리한 움직임으로 수비수를 따돌린 뒤 브레넌 존슨의 크로스를 침착한 발리슛으로 연결해 데뷔골을 터뜨렸다. 선발 데뷔전이었던 유로파 페렌츠바로시전에서 티모 베르너의 크로스를 놓쳤던 아쉬움을 완벽하게 만회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후반 들어 7분 만에 경고 두 장을 받고 퇴장당했다. 무리한 태클을 시도했다가 팀에 위기를 안겼다. 중앙 미드필더진의 지원 부족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은 점이 아쉬웠다.
수비진의 붕괴는 더 심각했다. 3900만파운드(약 700억원)의 대형 영입생 라두 드라구신은 미키 판더펜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빠진 공백을 전혀 메우지 못했다.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로 꼽히는 빅터 오시멘을 상대로 한 첫 테스트에서 연거푸 두 골을 내주며 실패했다. 첫 실점에서는 페드로 포로와 함께 오시멘의 침투를 막지 못했고, 두 번째 실점 때는 압박 상황에서 볼 컨트롤 실수로 직접적인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드라구신의 빌드업 능력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중앙 수비수의 정확한 패스와 침착한 볼 처리가 필수적인데, 드라구신은 전반전에만 여러 차례 치명적인 패스미스를 기록했다. 벤 데이비스와의 호흡도 맞지 않아 수비 불안정성이 더욱 증폭됐다. 지난 카라바크전에서 7분 만에 퇴장당했던 실수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공격 조율을 맡은 제임스 매디슨도 존재감을 완전히 잃었다. 지난 시즌 포스테코글루 사령탑 체제에서 팀의 창의적 엔진 역할을 했던 매디슨은 이번 시즌 들어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꾼 쿨루세브스키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다. 지난주 맨체스터 시티와의 리그컵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애스턴 빌라전에서도 후반 10분만 뛰는 데 그쳤다. 이날도 랭크셔와의 원투 패스 상황에서 움직임을 멈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거친 질타를 받았다. 이날 경기는 그의 부진한 흐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18세 루카스 베리발도 높은 경기 강도에 적응하지 못했다. 상대의 거친 압박에 쉽게 밀렸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베리발에게 최상위 레벨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는 귀중한 교훈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드필드진에서는 유일하게 이브 비수마만이 제 몫을 해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전반전 우리가 자초한 실수들이 패인”이라며 “불필요한 실수가 너무 잦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패배로 토트넘은 주전 없이는 제대로 된 경기조차 어렵다는 뼈아픈 현실을 마주했다. 특히 수비진의 불안정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부상자들의 빠른 복귀와 백업 선수들의 성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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