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미래칼럼] 소멸하는 대한민국, 책임은 어디에

2024. 11. 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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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21년도 국회미래연구원 미래크리에이터

(서울=뉴스1) = '고추밭을 한번 뒤집어엎어야 돼.' 아버지가 이른 아침에 추석 일정을 공표한다. 어머니는 전을 부치다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아버지를 주시한다. '저번 주에 모종 심었는데, 뭘 뒤집어?' 아버지는 모든 고추 모종의 오와 열을 정확히 맞춰 모든 모종에 자리를 충분히 주겠다 했다. 하지만 농사 경험이 많은 어머니는 강한 모종이 살아남아야, 더 좋은 품질의 고추를 내놓으니 내버려두라고 했다.

한국의 출생률 문제를 떠올려보자. 지금껏 정부는 선진국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경쟁력 있는 국민을 양성해 내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주입식 발전의 폐해였는지, 사회 곳곳에서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자살률 1위의 자리를 꽤 오래 지켜왔으며, 최근에는 출생률 최하위국의 위치도 선점하였다. 팍팍한 삶을 사는 청년세대는 '한국에서 자녀를 잘 키울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세계가 한국을 통해 인구 소멸의 미래를 점치는 지금, 한국은 밭을 뒤집는 변화를 꾀할 수 있을까?

합계 출생률 0.72. 정부는 청년세대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청년세대도 어쩌다 이렇게 아이를 낳기 힘든 사회가 되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결혼과 출산을 경험한 이들이 입을 모아 한탄해 온 문제들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세대에 걸쳐 축적된 이 흉터를 덮어두고 질 좋은 노동인구를 양성해 내는 성과에 집중했다. 결국 출생률의 문제는 그간 '가정의 문제'로 치부되었던 불만이 '사회의 문제'로 드러난 지점이다. 그러니 여학생을 1년 조기 입학시키자는 황당한 국가주도 소개팅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

출생률 하락의 원인을 보다 깊이 있게 통찰하려면 정부는 가족과 관련된 소소하지만, 뿌리 깊은 불만 사항을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로 여성 중심 양육 문화다. 한국은 가정 내 여성에게 양육이라는 책임을 부과해 왔다. 결혼 전 사회의 노동 인구였던 여성들은 '부모의 돌봄'이 강조되는 유교 문화와 '모성애 신화'의 특수성 속에서 출산 후 경력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평균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여성은 양육 대신 노동을 선택했고, 이는 자연스레 출생률 저하로 이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가사 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는 가정 내 여성의 지위를 격하시켰다. 결국 사회적으로 어머니는 '양육자' 이외의 역할에서 환대받지 못해 왔다.

둘째로 과열된 교육 경쟁이다. 자녀의 부모 부양 문화가 강조되는 한국 사회에서 양육은 일종의 투자로 여겨진다. 한국은 지난 몇 년간 1인당 GDP 대비 양육 비용 세계 1위를 차지하였다. 사교육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학벌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며 교육 경쟁의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지역별 학군이 형성되고, 해당 지역의 부동산 지표가 폭등하면서 '돈이 있어야 자녀를 제대로 양육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가시화되었다. 어찌 보면 청년세대에게 출산과 양육은 더 이상 선택할 수 없는 선지가 된 셈이다.

양육도 성과주의로 변질된 한국 사회에서 청년세대는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장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한국 사회는 누군가 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출생률의 하락은 이러한 지점에서 사회에 대한 청년세대의 냉정한 평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미래가 그려지는 사회를 청년세대에 제시해야 한다.

10월 8일 개최된 KBS 미래인구포럼에서 폴 크루그먼 교수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연방총리는 지역 균형 발전을 제안했다. 특히 독일 전 총리는 지역별 대표대학을 만들 것을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교육 불평등을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학벌주의를 개선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해당 방식이 과열된 교육 경쟁 문제 해결에 효과적일 것이라 기대하는 이유는 미국, 유럽 등의 긍정적인 선례가 있을 뿐 아니라 청년세대에 이상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도전은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덧붙여, 지역별 특화 교육이 지역별 특화 산업단지 형성으로 확장된다면 보다 견고한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예시로 대전광역시를 과학도시로 지정한 뒤 과학 인재 육성에 필요한 추가 교육, 인프라를 해당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관련 산업군 본사를 주변 지역에 배치한다. 과학 도시로서의 특색은 물론, 산업별 인재 결집으로 R&D 기간의 단축을 이끌 것이라 예상된다. 나아가 이를 활용한 지역 행사 및 축제를 개최하는 등 지역 특화 이미지를 대중에게 이를 각인시키기 위한 홍보 전략 또한 수립해야 한다.

현재 여성 중심의 양육 문화가 남녀 갈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 또한 시급하다. 특히 국민들이 가정 내 양육 노동을 재분배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 시작으로 청소년 대상 성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개설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의 성폭력, 성관계 등의 교육 주제에서 나아가 사회 및 가정 내 존재하는 성 고정관념을 인식하고 열린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주기적으로 진행해 청소년들의 성 인식 발달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인당 평균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중앙 육아 종합 지원센터를 소지역별로 개설해 결혼 인구의 상담, 설루션 등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이상향이다. 국가는 사회가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세계적, 역사적으로 새로운 위기 국면을 맞이한 한국이 세계 인구문제의 청사진을 제시하기를 소망해 본다.

/김수민 21년도 국회미래연구원 미래크리에이터(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인문학과 문화산업 전공)

※청년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청년미래위원들의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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