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러시아 파병 북한군 관련 이미지 진짜다?

박성훈 2024. 11. 8. 14: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 추정 사진이 전 세계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와 우크라이나 매체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가짜 영상도 있지만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영상과 사진도 적지 않습니다.

북한의 참전이 기정 사실화되었지만 참전의 실상과 실패를 알리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심리전이란 주장도 나옵니다.

지난 6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과 첫 전투를 치렀다고 밝혔지만 관련 증거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JTBC 팩트체크팀은 소셜미디어에서 퍼지고 있는 북한군 영상 자료의 조작 여부를 확인해 봤습니다.

① 김일성ㆍ김정일 사진 두고 모인 북한군?


10월 28일 한 러시아 텔레그램 계정에 올라온 사진. ″이것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군 군복을 입고 있는 사진이다. 이미 쿠르스크 지역에서 촬영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사진=텔레그램 캡처〉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앞에 두고 군인 3명이 둘러앉아 있습니다.

이중 한명의 얼굴이 살짝 보이는데 동양인입니다.

지난달 29일 러시아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텔레그램 계정에 최초로 올라왔고, 이후 우크라이나 매체와 텔레그램,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북한군 추정 사진으로 퍼졌습니다.

사진 아래에는 러시아어로 “이것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군 군복을 입고 있는 사진이다. 이미 쿠르스크 지역에서 촬영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사진을 포렌식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해 봤습니다.

첫째, 합성 여부.

'포토포렌식'(FotoForensics)에서 군인 3명과 초상화의 이미지가 합성된 흔적이 확인됩니다.

'포토포렌식'은 기존 이미지에 추가로 이미지를 결합한 흔적을 픽셀(pixel) 분석을 통해 판단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원래의 이미지에 새로운 이미지를 합성할 때 픽셀 밀도 차이로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포토포렌식'에 올린 사진. 합성된 영역이 하얗게 표시된다. 〈사진=포토포렌식 캡처〉
AFP 통신이 개발한 '인비드(InVid) 포렌식'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조작 여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인비드 분석에서도 군인 3명과 초상화가 하얗게 표시됐습니다.
'인비드 포렌식'에서도 합성된 것으로 나타난다. 〈사진=인비드 포렌식 캡처〉

둘째, 유사 이미지 유무.

합성 이미지를 구글 팩트체크 툴인 구글 리버스와 인비드 디텍트 프로그램에 돌려본 결과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지난달 28일 텔레그램 러시아 계정으로 유포되기 전 해당 이미지를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유포자의 의도를 확인할 수 없지만 북한군 파병설이 확산될 무렵 합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셋째, 사진 속 정보 분석.

사진 속 초상화는 김일성이 오른쪽 김정일은 왼쪽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매체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주석궁으로 불리는 북한 금수산태양궁전 등에도 왼쪽부터 김일성, 김정일 순서로 사진이 걸립니다.
북한 금수산태양궁전 등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는 모두 왼쪽에서 오른쪽 순으로 걸린다. 〈사진(아래)=중국 관영 CCTV 캡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JTBC에 “북한의 일반적인 사진 배열상을 볼 때 아주 이례적이고, 이례적이라는 것은 상당히 신뢰성이 떨어지는 사진이라는 의미”라며 “(김정은 정권에서) 파병된 군인이 왜 지금 김일성, 김정일의 사진을 두고 충성을 맹세할까 하는 점에서도 상당히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관련 사진을 국내외 매체에서 인용 보도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합성인 것으로 판정했습니다.

② 러시아군 북한말 팸플릿에 '고이다'?



지난 10월 28일 ″러시아군과 북한군 소통을 제작된 유인물″이라며 소셜미디어 'X'에 올라온 사진.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 'X'에 올라온 팸플릿 사진입니다.

러시아어 옆에 '고이다(goida)', '우리 코끼리', '워밍업' 등의 한글 단어가 적혀 있습니다.

러시아군과 북한군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진을 올린 'X' 사용자는 “러시아와 북한 군인이 쉽게 의사소통하기 위해 제작된 유인물”이라는 설명을 적기도 했습니다.

이 사진도 검증해 봤습니다.

첫째 합성 여부.

인비드 포렌식에서 팸플릿에 적힌 글들이 모두 하얀 픽셀로 뜹니다. 인위적으로 합성된 겁니다.
'인비드 포렌식' 결과 사진(오른쪽)

비슷한 다른 사진도 확인해봤습니다.

팸플릿 디자인이 같고 단어만 다릅니다.

'한국어 : 이름이 뭐야?', '한국어 : 너는 어느 부대에서 왔어?' 등이 적혀 있습니다.

러시아군과 북한군에 필요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한국어:이름이 뭐야″ 등이 적힌 또다른 유인물 역시 포렌식 결과 합성 흔적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 사진 역시 합성이란 결과가 나왔습니다.

텍스트 영역이 모두 짙은 흰색으로 변환돼 기존 사진에 픽셀이 다른 사진이 결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둘째 유사 이미지 여부.

북한군 파병 보도 이전엔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역시 파병 소식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를 두고 국내외 매체들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팸플릿에 대해 '북한 소통용 소책자가 공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영상 속 북한과 러시아 말을 정리해 둔 종이가 합성물이 아닌 것으로 판정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 'X'에 올라온 영상. 러시아군 추정 남성이 대화를 한국어가 쓰인 종이를 들고 있는 대화를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친우크라이나 단체의 텔레그램(supernovaplus)에 올라온 27초 분량의 영상입니다.

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한 병사가 한글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러시아에서 왔습니다' 등 20개 이상의 표현과 러시아어에 대한 영어 발음이 적혀 있습니다.
인비드 포렌식 결과, 해당 사진은 흰색이 짙게 표시되지 않았다.

가장 선명해 보이는 유인물을 캡처해 포렌식하자 이번에는 흰색 부분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해당 영상 속 내용은 합성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③ '인민군 신분증'?



11월 3일 친우크라이나 성향 텔레그램에 올라온 '북한 군인 신분증' 〈사진=텔레그램 캡처〉
지난 3일 새벽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exilenova_plus)에서 처음 유포돼 화제가 된 북한 군인 여권 사진입니다.

숨진 것으로 보이는 군인을 내려다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적힌 '인민군 신분증'을 찍은 겁니다.

숨진 병사가 북한군이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듯 보입니다.

포렌식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해보니 신분증 부분이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인비드 포렌식 결과 '신분증' 영역만 확연히 하얗게 표시된다. 〈사진=인비드 포렌식 캡처〉
쓰러져 있는 군인 이미지에 신분증 이미지를 합성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④ 개고기 통조림?



11월 1일 친우크라이나 성향 텔레그램에 올라온 통조림 사진. 〈사진=텔레그램 캡처〉
이번달 1일엔 '누렁이 개고기'라고 적힌 통조림이 등장한 영상이 친우크라이나 매체의 텔레그램에 올라옵니다.

뒷면에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제조'라고 뚜렷이 새겨져 있습니다.

북한정보포털 '조선어사전'에 확인해보니 북한에서는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부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에 나온 홍보영상 등에서 '단고기 가락엿', '단고기료리경연' 등으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통조림 뒷면에 '제조 정보', '품질 관리' 등의 단어가 적혀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만든 통조림에 적지 않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사진=텔레그램 캡처〉
탈북민들의 정착을 돕는 부산하나센터장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 물건이나 최근에 떠밀려 오는 것들을 보면 '제조 정보'나 '철저한 품질 관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해당 통조림 영상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탈북민 단체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개고기 통조림을 본 일이 없고 개를 이용한 식품은 단고기 가락엿 정도가 있다"며 "통조림의 표기도 공장 정보를 넣지 '조선인민 등의 표기를 하진 않는데 북한이라는 걸 강조하려고 가짜로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해당 개고기 통조림을 가짜로 결론 냈습니다.

〈자료 조사 및 취재지원 : 이채리 박지은〉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