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美 역사상 최초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수지 와일스

정미하 기자 2024. 11. 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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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캠프 공동 선대 본부장
트럼프 2기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1957년 플로리다 출신, 아버지는 프로 풋볼 선수
로널드 레이건 캠프, 론 디샌티스 캠프 등에서 40년
트럼프와 2016년 이어 2020·2024년에 함께 해
온화한 말투에 똑똑한 사람이라는 평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트럼프 2기’ 첫인사를 내정했다. 주인공은 수지 와일스(67) 트럼프 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이다. 와일스는 트럼프 당선 이후부터 비서실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 인물로 2024년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미국 역사상 여성이 백악관 비서실장이 되는 것은 와일스가 처음이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7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수지 와일스는 내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승리를 거두는 데 도움을 주었고, 2016년과 2020년의 성공적인 캠페인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라며 “수지는 강하고, 똑똑하고, 혁신적이며, 보편적으로 존경받고 있다. 수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트럼프의 선거 슬로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수지를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비서실장으로 모실 수 있어 매우 영광이다. 그녀가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만들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수지 와일스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는 모습. 트럼프는 와일스를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했다. / AP 연합뉴스

◇ 프로 풋볼 선수 출신 아버지 둔 플로리다 출신, 22살에 정치 입문

와일스는 1957년 유명 프로 풋볼 선수 출신 스포츠 캐스터 팻 서머롤의 첫째로 플로리다에서 태어났다. 밑으로는 두 명의 남자 형제가 있다. 와일스는 어린 시절 농구와 테니스를 즐겼다. 하지만 유년 시절은 행복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이었고, 와일스가 어린 시절 어머니와 이혼했다. 여기다 남동생 중 한 명은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았고, 또 다른 동생의 눈은 어두웠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도 와일스의 어머니 캐서린 제이콥스는 자녀들을 살폈다. 와일스는 지난 4월 보도된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훌륭한 정원사이고 요리사였으며 아름다운 재봉사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와일스가 메릴랜드대를 졸업하고 22살에 뉴욕 출신 공화당 하원의원 잭 켐프 의원실에서 일을 시작하며 정치에 입문할 수 있었던 데는 아버지의 도움이 있었다. 서머롤이 켐프와 인연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와일스는 30대였던 1990년대, 알코올중독이던 아버지 서머롤에게 “당신과 내가 같은 성을 쓴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이후 서머롤은 자서전에서 “딸의 편지를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서머롤은 이후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났으나, 간 이식이 필요한 상태였고 2013년 사망했다. 이에 대해 와일스는 “아버지로부터 좋은 것을 배웠다. 내 금욕주의는 아버지로부터 온 것”이라고 했다.

◇ 40년 정치 이력…레이건 캠프와 백악관, 시장·주지사·대통령 캠프서 일해

와일스는 40년 이상 공화당 의원 보좌관, 지역 시장 자문은 물론 주지사 후보, 대통령 후보를 위해 일했다. 22살에 정치에 입문한 이후 이듬해인 1980년에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로널드 레이건 선거 캠프 부국장으로 대선을 처음 치렀다. 해당 대선에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재선에 나선 민주당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을 누르고 압승했다. 레이건 당시 공화당 후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Let’s Make America Great Again)’는 구호를 내걸었다. 트럼프의 대선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원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월 27일(현지 시각)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리처드 그레넬, 수지 와일스 등과 함께 회담하고 있는 모습. / AP 연합뉴스

와일스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잭슨빌에서 중도파였던 존 딜라니 시장, 존 페이튼 시장 밑에서 커뮤니케이션 및 정부 간 업무 책임자 등으로 일했다. 이때 와일스는 레이건 캠프와 레이건 정부에서 일정 관리자로 일한 경험을 가진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 무렵 레이건 캠프에서 함께 일했던 래니 와일스와 결혼했다. 슬하에는 두 딸이 있다.

와일스는 2008년에 존 매케인의 대선 캠페인을 도왔고, 2009년에는 잭슨빌 지역의 TV토크쇼에 정기적으로 패널로 출연했다. 2011년에는 로비스트 브라이언 발라드가 세운 회사에 합류해 잭슨빌에 사무실을 열기도 했다.

◇ 트럼프와 2016년 일한 뒤 디샌티스에 해고되고 2020년 재합류

트럼프와의 인연은 2015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를 처음 만났고, 지인에게 “트럼프에게서 뭔가를 보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와일스의 지인은 폴리티코에 “와일스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렇게 와일스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플로리다 경선에서 승리하도록 도왔고 백악관에 입성하는 길을 닦았다.

이후 와일스는 2018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도 했다. 하지만 와일스는 디샌티스가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밀려났고 외면받았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디샌티즈 주지사의 ‘정치 고문’으로 불리던 부인 케이시 디샌티스가 와일스를 해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디샌티스 주지사 측은 트럼프 측에게도 와일스와 거리를 둘 것을 요청했다. 와일스는 2017년 이혼한 상태로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기였다. 와일스는 폴리티코에 “제 명예부터 생계까지, 모든 것이 두려운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나는 일이 필요했다”고 회고했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 AP 연합뉴스

어려움을 겪던 와일스에게 손을 내민 건 트럼프였다. 2020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렸던 트럼프는 플로리다에서 디샌티스 주지사를 상대로 경선에서 이겨야 했고, 와일스가 2016년에 했던 일을 또 해주길 바랐다. 와일스는 디샌티스 주지사 밑에서 자신과 함께 일했던, 이른바 ‘수지 사람들’과 함께 트럼프 측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패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2021년 1월 6일, 미 의회 앞에서 대선 불복 소동이 발생한 다음 와일스에게 다시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2021년 3월, 와일스는 트럼프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슈퍼PAC(정치자금 모금 단체)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2024년 대선을 준비했다. 트럼프의 한 고문은 당시 상황에 대해 “트럼프가 (자택인) 마라라고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수지가 이제 책임자’라고 말했다”고 했다.

◇ 똑똑한 사람이 트럼프와 왜? “트럼프 통제할 유일한 인물”

와일스는 트럼프 캠프 공동 선대 본부장으로서 메시지·예산·조직·유세 계획은 물론 부통령 후보 심사, 트럼프 2기 정책을 총괄했다. 정치권에서 와일스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페이튼 시장의 수석 보좌관인 스티브 디베노는 폴리티코에 “와일스는 뛰어난 전략가이자, 상사가 우선순위를 정하고 달성하도록 돕는 지원자”라고 했다. 또 다른 수석 고문 역시 “와일스는 내가 함께 일해 본 사람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다. 전략, 계획, 실행에 있어서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했다.

도널드 2기 행정부의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수지 와일스 트럼프 캠프 공동 선대 본부장이 대선 전인 3일(현지 시각) 노스캐롤라이나주 킨스턴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한 모습. / 로이터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월 와일스를 집중 조명한 기사에서 “플로리다에서 공화당이 당선되도록 수십 년간 도운 67세의 할머니 와일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통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며 “와일스는 냉정하고 조직력이 뛰어나며 문제 해결사다. 네모난 블레이저, 선글라스, 때로는 은색으로 보일 정도로 금발인 머리카락 때문에 엄격해 보일 수 있지만, 모든 면에서 따뜻하고 상냥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녀는 겸손한 관리자이지만 높은 직책을 얻을 수 있다”고 예견했다.

이에 와일스가 트럼프를 위해 일하는 것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동시에 와일스야말로 트럼프를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무엇보다 알코올 중독으로 통제 불능 상태였던 와일스의 아버지가 트럼프와 일견 비슷한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는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폴리티코의 설명처럼 “혼돈과 갈등의 중독자”다. 폴리티코는 “와일스는 불안정하고 유명한 남자에 대한 전문가”라며 “와일스는 언제 도울 수 있는지, 언제 돕지 말아야 하는지 알고 있으며, 그들(아버지와 트럼프)은 그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폴리티코는 “와일스는 영리한 운영자, 유능한 관리자, 유망한 인재를 발견하고 육성하는 사람, 기자와의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사람”이라며 “미국에서 가장 두려운, 가장 덜 알려진 정치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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