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FA 쇼핑 끝내다니…4년 78억 엄상백까지 영입한 한화, 128억 폭풍 투자 '대전 신구장에서 일낸다'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연이틀 외부 FA 영입으로 스토브리그를 후끈 달궜다. KT 위즈 창단 첫 우승 멤버인 유격수 심우준(29)에 이어 선발투수 엄상백(28)까지 이틀 사이 속전속결로 영입 완료했다. 두 선수에게 총액 128억원을 쓰며 FA 쇼핑을 빠르게 마쳤다.
한화는 8일 FA 투수 엄상백과 4년 최대 78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계약금 34억원, 연봉 총액 32억5000만원, 옵션 총액 11억5000만원으로 최대 78억원의 계약이 이뤄졌다.
한화는 전날(7일)에도 유격수 심우준을 4년 최대 50억원(계약금 24억원, 연봉 총액 18억원, 옵션 총액 8억원)에 영입한 데 이어 엄상백까지 이틀간 총액 128억원을 투자하며 FA 영입을 완료했다. 올겨울 FA 시장은 외부 FA 영입이 2명으로 제한돼 있다.
이로써 한화는 최근 3년간 무려 6명의 외부 FA 영입으로 큰손 행보를 이어갔다. 2022년 시즌 후 1루수 채은성(4년 90억원), 투수 이태양(4년 25억원), 내야수 오선진(1+1년 4억원), 2023년 시즌 후 내야수 안치홍(4+2년 72억원), 그리고 올겨울 심우준과 엄상백까지 3년간 외부 FA 계약 총액만 319억원에 달한다. 지난 2월 비FA 계약으로 돌아온 투수 류현진(8년 170억원)까지 포함하면 최근 3년간 외부 영입에 무려 489억원을 썼다.
한화의 이같은 대형 투자는 내년부터 대전 새 야구장 이전을 앞두고 이뤄진 계획적인 움직임이다. 기나긴 암흑기를 끝내고 신구장 시대를 맞아 명문구단으로 도약하기 위한 빌드업이다. 2020~2022년 전면 리빌딩 기간을 보내며 노시환, 문동주, 김서현, 문현빈 등 젊은 선수들을 확보한 한화는 공격적인 FA 영입으로 싸울 수 있는 전력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 최근 6년 연속 포스트시즌이 좌절되는 등 17년간 가을야구 한 번에 그친 암흑기를 청산하며 내년 신구장 첫 해부터 5강 이상을 노린다.
방산 수출 증가로 대호황을 누리는 한화그룹의 전폭적인 야구단 지원이 있어 가능한 투자이기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만 대전 야구장을 무려 9번이나 방문하며 엄청난 애정과 관심을 쏟았고, 그룹의 화끈한 지원 속에 한화는 2025년 신구장 시대를 열 수 있게 됐다. 김경문 감독에게도 제대로 힘이 실렸다.
엄상백은 한화가 내년에 바로 성적을 내기 위해 꼭 필요한 전력이었다. 올해 한화는 류현진을 제외하고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가 없을 정도로 선발진에 변수가 많았다. 외국인 투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2명 모두 교체됐고, 김민우가 4월에 팔꿈치 토미 존 수술을 받아 시즌 아웃됐다. 신인 황준서도 체력 저하로 후반기에는 선발에서 빠졌고, 문동주도 견갑골과 어깨 통증이 이어지며 시즌 막판 5강 싸움 때 시즌 아웃됐다.
내년에도 외국인 투수 2명에 류현진을 제외하면 선발진에 확실한 상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외국인 투수들도 뚜껑을 열어봐야 알고, 류현진도 내년이면 38세 노장이라 풀타임 시즌을 장담할 수 없다. 문동주와 황준서도 관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선발진 기둥이 되어줄 투수가 필요했다. KT에서 최근 3년 연속 풀타임 선발을 돌며 꾸준함을 보여준 엄상백만큼 잘 어울리는 전력이 없었다.
한화 구단은 ‘엄상백의 우수한 구위와 제구, 체력 등을 바탕으로 향후 팀의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책임져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손혁 한화 단장도 “구단 내부적으로 선발투수 뎁스 강화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져 빠르게 영입을 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었다. 엄상백의 합류로 기존 선발진과 시너지는 물론 젊은 선발 자원의 육성 계획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기대했다.
덕수고 출신 우완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은 시속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사이드암으로 주목받으며 2015년 1차 지명으로 KT에 입단했다, 올해까지 KT에서 9시즌 통산 305경기(107선발·764⅓이닝) 45승44패3세이브28홀드 평균자책점 4.82 탈삼진 670개를 기록했다. 2021년 7월 전역 후 제구 안정을 찾으며 선발진 자리를 꿰찼다. 2022년부터 풀타임 선발로 던진 엄상백은 그해 33경기(140⅓이닝) 11승2패 평균자책점 2.95 탈삼진 139개로 활약하며 승률왕(.846)에 올랐다. 올해는 29경기(156⅔이닝) 13승10패 평균자책점 4.88 탈삼진 159개를 올렸다. 데뷔 첫 규정이닝 시즌을 보내며 개인 최다승을 거뒀다.
엄상백은 “좋은 평가로 가치를 인정해주신 한화 이글스에 감사하다. 열정적인 팬을 보유한 좋은 구단에 올 수 있어 기쁘다. 선발투수로서 내년 시즌부터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모습으로 팬과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며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개인적인 목표를 세워본 적이 없다. 진부할 수 있겠지만 안 아프고 1년 동안 풀타임을 뛰는 게 개인적인 목표라면 목표다. 그렇게 한다면 좋은 성적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목표보다 팀의 가을야구 진출을 첫 번째로 생각하고 싶다. 최종적인 목표는 우승이다. 신축 구장에서 불꽃이 화려하게 터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FA 개장 3일 차에 빠르게 쇼핑을 끝낸 한화는 ‘외부 FA 영입 한도인 2명 영입을 모두 마침에 따라 내부 FA 및 외국인 선수 영입, 선수단 연봉 협상 등 다음 계획을 진행해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내부 FA로 B등급을 받고 시장에 나온 내야수 하주석과 협상 여지를 남겨놓은 한화는 심우준, 엄상백의 FA 보상 절차에 따라 KT에 전할 두 가지 버전의 25인 보호선수명단도 짜야 한다.
한편 엄상백은 FA B등급으로 한화는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 100% 또는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200%를 원소속팀 KT에 보상해야 한다. 엄상백의 올해 연봉은 2억5000만원으로 KT는 보상선수 1명과 보상금 2억5000만원을 받거나 보상선수 없이 보상금 5억원을 받을 수 있다. 보상선수 지명 절차는 FA 계약 공시에 따라 심우준에 이어 엄상백 순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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