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는 말한다] 폭염에 울고 폭우에 폭삭…“폐작 인건비라도 지원해줍써”
[앵커]
지난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더니 최근엔 기록적인 가을 폭우가 쏟아졌죠.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농민들은 밭을 갈아엎는데 인력을 구해야 하는 처지인데요.
강인희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시 구좌읍의 한 콩밭입니다.
최근 내린 폭우에 상당수가 쓸렸습니다.
콩이 노랗게 여물기는커녕 비를 맞고 싹이 자라기까지 했습니다.
["이거 보세요. 콩이 있는지. 하나도 없어요."]
90% 이상은 건질 게 없어 인건비까지 대며 밭을 갈아야 할 처집니다.
[한영옥/콩 재배 농민 : "어느 일을 먼저 해야 할 건지 감이 안 옵니다. 이거 정말 제주도에서도 우리 농민들한테 보태주고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너무너무 속상해요."]
다른 콩밭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폭우 등 날씨 영향에 콩 수확도 한 달가량 늦어졌는데요.
바로 뒤이어 시작해야 하는 만생양파 재배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여름 폭염에 밤새 물을 대며 애지중지 일군 당근밭.
지난달과 이달 초 강풍과 폭우에 흙이 쓸려 내려가며 당근은 사라지고 길이 생겼습니다.
흙 밖으로 나온 당근들은 제 색을 잃었습니다.
다음 달 말 수확이지만 폐작을 준비해야 하는 농심은 타들어 갑니다.
[홍덕순/당근 재배 농민 : "반 이상은 인건비로 갈 거로 생각하고 제주도나 농협에서 인건비 좀 보태줬으면. 만약에 그렇게만 해줘도 조금 괜찮을 것 같은데."]
전국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무밭도 비상입니다.
색이 거무스름하게 변하는가 하면, 폭우 직후 햇빛을 맞아 무가 익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재해보험에 들었지만 기후 변화를 반영 못 한 기준에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숩니다.
[김옥진/무 재배 농민 : "(무가) 꽉 박혀 있으면 조사 대상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것을 어느 한 사람이 능력을 발휘해서 그것을 만들 수 있으면 참 좋은데 그게 안 되잖아요."]
이상기후로 해가 갈수록 그 형태와 규모가 커지고 있는 농작물 피해.
하늘만 탓하기보다 실질적으로 농가에 무엇이 필요한지 관계 당국의 실태조사를 통한 지원 방안 마련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강인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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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희 기자 (inh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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