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尹, 기자 눈높이 맞춰" MBC "이번에도 질문 기회 없었다"
KBS, 대통령 발언 단순 전달…현장 질문 못한 MBC·JTBC, 적극 '팩트체크'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을 가진 7일 저녁, 주요 방송사들은 메인 뉴스에서 윤 대통령 답변이 의혹을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팩트체크' 형식의 보도들도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용산(대통령실) 낙하산 사장' 의혹이 끊이지 않는 KBS 뉴스는 대통령 발언을 거의 그대로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가장 주목된 현안은 윤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정치 브로커'로 불리는 명태균씨의 관계와 이들의 공천개입 의혹, 김 여사에 대한 특검법 등이다.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김영선이 좀 (공천)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육성 녹취도 공개된 상태였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날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며 고개 숙여 사과하면서도, 무엇을 인정하고 사과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KBS '뉴스9'는 여러 건의 리포트를 통해 기자 설명과 윤 대통령 육성을 번갈아 전했다. 공천개입 의혹과 창원 국가산단 유치 개입 의혹 등은 구체적 근거 없이 부인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위헌적'이고 '정치 선동'이라는 윤 대통령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형식의 보도였다.
반면 MBC '뉴스데스크'와 JTBC '뉴스룸'는 윤 대통령의 주요 발언이 사실인지 검증하는 '팩트체크' 순서를 뒀다. 윤 대통령은 공천 관련해 누군가를 추천한 적이 있지만 이는 '외압' 아닌 '의견'이라고 주장했는데, MBC는 “공천 개입으로 징역 2년이 확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단순한 의견 개진'이었다 주장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공천이 대통령 직무가 아니라' 문제 없다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라는 법원의 유죄 판단을 받았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한 번 수사한 걸 또 하면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하고,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은 헌법에 반한다고 주장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보도가 나왔다. JTBC는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이던 때, 과거 무혐의 처분된 BBK·다스 사건을 수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사례를 짚었다. MBC는 2012년 내곡동 특검, 2016년 최순실 특검, 2018년 드루킹 특검 모두 야당이 추천한 인사들이었고, 최순실 특검은 여당 등이 빠져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가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이번 국회 개원식과 시정연설 등에 가지 않은 이유로 야당의 '악수 거부' '야유'를 문제 삼았는데, JTBC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번 대선 당선인)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도 탄핵안 통과 시점에 국회 연설에 나선 사례를 제시했다.
SBS '8뉴스'는 두 방송사에 비해선 윤 대통령 발언을 전달하는 비중이 높았지만, 문제적 답변을 짚는 별도 리포트를 배치했다. 윤 대통령이 공천 관련 의견을 낸 적 없다고 말해놓고는 지난 4월 총선 땐 추천 받은 인사를 당 인재영입위원회에 넘겼다고 하거나, 김 여사 처신이 부적절했다면서 향후 조치로 “앞으로 부부싸움을 좀 많이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한 대목 등이다.
이날 기자회견 형식에 대해서는 KBS 뉴스에서 대통령실 관점의 설명이 두드러졌다. KBS는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서 서 있지 않고 의자에 앉아 “장시간 질문을 쏟아내는 기자들과 눈높이를 맞췄다”고 했다. 이어 “지난번 42분이었던 담화 시간은 15분으로 대폭 줄었다. 임기반환점임에도 정부 성과 설명은 최소화했다”고 의미를 뒀다.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냈다는 KBS 표현과 달리 자사 뉴스에 출연한 MBC, JTBC의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줄곧 질문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MBC 기자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올해 열린 세 차례 기자회견에 모두 참석했는데 모두들 예상했듯 질문 기회는 없었다”고 했다. JTBC 기자도 “계속해서 손을 들긴 했지만 호명되지 않았다. JTBC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오늘까지 총 4차례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단 한 번도 질문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MBC는 이날 정혜전 대변인이 분야별로 질문자를 지목한 기자회견 방식을 두고 “대통령의 미진한 답변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할 수 없게 되고, 결국 맥이 끊길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대통령이 입장하면 출입기자들이 박수로 맞이하는 통상의 관례와 달리 이날 윤 대통령의 입장과 퇴장 때에는 박수가 나오지 않았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KBS와 유사한 호평을 전한 뉴스로 TV조선 '뉴스9'가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해 “과거 어중간한 표현으로 논란을 빚었던 '사과'를 이번엔 좀 더 진솔하게 하려고 신경쓴 듯”하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 단상과 기자들 자리 사이 간격이 이전보다 1미터가량 좁아졌다며 “국민과 더 가까워지겠단 대통령 결정”이라는 대통령실 설명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TV조선도 “'명태균 의혹'에 대한 실체를 비롯해 인적쇄신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답변이 두루뭉술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대체 무엇에 대한 사과를 한 건지' 되묻는 기자도 있었다”며 “소위 '여사라인' 의혹에 대해선 실체 자체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은 것도 향후 야권은 물론 당내 친한계의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정호 TV조선 앵커는 '앵커칼럼' 코너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게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면서도 “달라졌다. 그런데 민심에 더 가까이 가는 길 복판에서 멈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그간 김 여사 문제에서 실패 요인만 골라 가는 듯한 행보였다. 거기서 시원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개론은 괜찮은데 각론을 너무 깊이 팠다. '대통령이라는 것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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