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0.25%P 인하...파월 “사퇴 안 한다”
연준 “최근 경제지표 계속 확장”
인플레 2% 자신감 표현은 삭제
파월 “대통령에 해임 권한 없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사퇴를 요구해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련기사 3·4·5면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4.75∼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데 이은 두 차례 연속 인하다. 이에 따라 한국(3.25%)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1.50%포인트로 다시 줄었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올해 초부터 노동시장 상황은 전반적으로 완화됐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인플레이션은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FOMC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9월 성명에서 언급됐던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다”는 표현은 이번 성명에서는 빠졌다. 연준은 그러면서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며 FOMC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양대 책무의 양쪽 측면에 대한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번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는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어서 시장의 관심은 트럼프 대선 승리가 연준 행보에 미치는 영향에 쏠렸다.
트럼프 당선인이 (파월의) 사퇴를 요구할 경우 그만둘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노(No·안 하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이사진을 해임하거나 강등시킬 법적 권한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본인 정책 성과에 트럼프 당선인이 비판적인 게 연준의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선 “오늘은 정치적인 문제는 언급하지 않겠다”라고 답변을 피했다.
이런 질문이 나온 것은 대선 기간 트럼프가 파월 의장을 향해 불만을 표출하며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파월 의장을 임명했지만, 첫 임기 동안 파월 의장이 금리를 충분히 빨리 인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파월을 수차례 비난했었다. 지난달 블룸버그 인터뷰에서는 “재선되면 파월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될 경우 해고하지 않을 것이나 2026년 임기가 끝나는 그를 재임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준이 9월에 빅컷을 단행하자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정치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고, 연준 통화 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발언할 권리가 있다고 여러 차례 발언해 중앙은행의 독립성 침해 우려를 사왔다.
이와 관련해 파월 의장은 이날 미 대선 결과 때문에 연준의 통화정책이 단기적으로 급변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단기적으로 볼 때 선거가 우리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시점에서 우리는 향후 정책 변화의 시기와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하고 따라서 경제에 대한 영향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정책들이 고용 극대화와 물가 안정이라는 우리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느 정도 중요한지 알지 못한다”며 “우리는 추측하지도, 예측하지도, 가정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세금·지출·이민·무역에 대한 광범위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공화당의 미 의회 상·하원 장악과 함께, 경제 전망을 재편할 잠재력이 있다”며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정책의 조합이 성장을 촉진할지, 아니면 성장을 약화하고 물가를 끌어올릴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짚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 대선 캠페인 기간 내놓은 10% 보편적 관세 등 각종 경제 공약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경고가 많은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가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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