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선주의 특효약은 기업 환경 개선[포럼]

2024. 11. 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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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2기 트럼프 시대'를 맞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외에서 생산된 차량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에 반도체·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짓는 외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정책 폐지를 공언해서다.

그렇다고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2기가 우리에게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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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2기 트럼프 시대’를 맞게 됐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국민이 겪는 물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호무역을 주장하고 소득세·법인세를 대폭 내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실행되면 우리 경제를 포함한 세계 경제가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 같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는 60%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관세 조치는 1930년대 미국 경제를 대공황으로 몰아넣은 스무트-홀리관세법과 유사하다. 당시 이 법을 통해 관세를 대폭 올리자 다른 국가들이 미국 제품 수입금지 조치를 하면서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커다란 불황을 겪었다. 만약 그의 공언대로 관세 조치가 실행되면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국제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세 조치는 미국의 기업과 경제에 해를 끼쳐 미국 내 일자리를 오히려 감소시킬 수도 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팁과 사회보장 혜택에 대한 세금 폐지와 함께 전반적인 감세를 공약했다. 또, 법인세율을 21%에서 15%로 낮추겠다고 했다. 이러한 감세정책은 그의 주장대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세 효과는 관세 조치의 효과에 의해 상쇄됨으로써 그가 의도한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다. 그리고 관세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오르므로 미국 물가가 낮아질지도 의문이다.

2기 트럼프 시대는 특히 우리 경제와 기업에 커다란 충격을 줄 것 같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외에서 생산된 차량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에 반도체·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짓는 외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정책 폐지를 공언해서다. 자동차에 100% 관세를 매기면 자동차 수출 중 미국 비율이 50%에 이르는 우리 자동차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보조금을 믿고 현지에 공장을 지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반도체·배터리 업체들이 큰 손해를 볼 것 같다.

그렇다고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2기가 우리에게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조선업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할 좋은 기회다. 우리가 조선업을 비롯해 다방면으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트럼프 2기와 같은 외부 여건의 변화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소용돌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기업의 혁신을 통한 제품의 품질과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는 데에 가장 필요한 것이 기업 환경의 개선이다. 기업의 혁신 활동을 가로막는 수많은 규제를 완화하고, 소득세·법인세 등을 인하해야 한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 등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개선하고, 불법적이고 전투적인 노조 활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한다. 악화일로인 경제 환경으로 인해 많은 기업과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닥쳐올 소용돌이에서 절대 헤어나기 어렵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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