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프랑스, 유럽의 멕시코 될 위험에 처했다"

곽상은 기자 2024. 11. 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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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프랑스 중서부 도시 푸아티에에서 마약 밀매 조직 간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건이 벌어지기 약 일주일 전, 프랑스 북서부 도시 렌에서는 마약 조직 간의 싸움 와중에 5살 아이가 총에 맞았습니다.

방송 뉴스에 출연해 "우리는 '마약 조직과의 전쟁' 혹은 '프랑스를 멕시코처럼 되도록 놔두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전통적으로 마약 조직의 폭력으로 가장 악명 높은 도시는 마르세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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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조직 범죄와 전쟁' 선포한 프랑스


지난주, 프랑스 중서부 도시 푸아티에에서 마약 밀매 조직 간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싸움 가담자는 50~60명에 달했고, 5명이 총상을 입었습니다. 부상을 입은 이들은 모두 10대였는데, 이 가운데 머리에 총을 맞은 15살 소년은 이틀 뒤 끝내 병원에서 사망했습니다. 당시 현장엔 경찰이 출동했지만, 한 시간 가까이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에 나선 뒤에야 겨우 싸우던 무리들을 해산할 수 있었습니다. 인구 9만 명의 도시 푸아티에에선 전례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벌어지기 약 일주일 전, 프랑스 북서부 도시 렌에서는 마약 조직 간의 싸움 와중에 5살 아이가 총에 맞았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프랑스 내 마약 조직 간의 폭력이 갱단 내부를 넘어 일반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 겁니다.

한 달 전인 10월 초엔 남부 항구 도시 마르세유에서 15살 소년이 50차례 흉기에 찔린 채 산 채로 불에 타 숨지는 끔찍한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이틀 뒤엔 이 소년의 복수를 위해 고용된 14살 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기다리라는 자신의 요구를 거부한 택시 기사를 총으로 쏴 살해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라이벌 마약 조직원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SNS를 통해 소년들을 모집한 마약 밀매 조직에 의해 고용된 상태였습니다.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해, 브뤼노 르타이오 프랑스 내무장관은 프랑스 마약 조직의 폭력이 '전환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했습니다. 방송 뉴스에 출연해 "우리는 '마약 조직과의 전쟁' 혹은 '프랑스를 멕시코처럼 되도록 놔두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전통적으로 마약 조직의 폭력으로 가장 악명 높은 도시는 마르세유입니다. 프랑스 제2의 도시이자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 중 하나인 이 아름다운 항구 도시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불립니다. 지난해 마르세유에선 마약 관련 살인 사건이 49건이나 발생했는데, 숨진 이들 가운데 7명은 미성년자였습니다.

프랑스에서 마약 조직 관련 폭력은 날로 흉포해지고 가담자들의 연령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마약 관련 강력 사건들은 마르세유를 넘어 프랑스의 다른 주요 도시들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프랑스의 상황은 아직 멕시코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마약 범죄로 악명이 높은 멕시코는 2006년 군대까지 동원하는 대대적인 마약 조직 소탕 작전에 나섰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습니다. 마약 밀매 조직들이 더 잔혹한 방식으로 이권 보호와 위력 과시에 나서면서, 이후 멕시코에선 마약 관련 45만 건 넘는 살인 사건이 발생했고 수만 명이 실종됐습니다. 멕시코는 현재 세계에서 살인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르타이오 장관이 '프랑스의 멕시코화'를 우려한 건, 그만큼 프랑스 내 마약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르타이오 장관은 마약 조직과 전면전을 선포하며, 법무부와 협의해 조만간 보다 구체적인 방안들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에선 앞서 마크롱 대통령도 마약 범죄로 10대 소년들이 잇따라 숨지자 2021년 마르세유를 방문해 치안 강화를 약속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시민 안전 강화를 주요 과제로 내건 현 내각이 마약 범죄 도시란 마르세유의 오명을 씻고 프랑스 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곽상은 기자 2bwith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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