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건설노조, ILO 권고 놓고 입장 엇갈려…“적법 조치” vs “사과 촉구”

최유경 2024. 11. 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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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가 건설노조의 정당한 노조 활동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권고문을 채택한 데 대해, 정부와 건설노조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권고문이 ‘협약 위반’ 판단은 아니라며 건설노조에 대한 정부의 감독·제재 조치가 적법하다고 강조했고, 건설노조는 정부가 ILO 권고마저 거부했다며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 ILO “정당한 노조 활동 방해하지 않도록 정부에 요청”

앞서 건설노조는 2022년 10월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을 동원해 노조를 탄압했다며 진정을 제기했고,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2년 만인 현지 시각 어제(7일) 이와 관련한 권고문을 채택했습니다.

권고문에는 “정부가 건설업의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건설 현장에서 고용에 관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건설 산업의 노동자와 사용자를 대표하는 단체와 협의를 시작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공정위가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위원회의 행위를 조사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특히 “교섭 가이드라인의 제정이 결사의 자유를 행사하고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인정을 위한 명확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견이 담겼습니다.

아울러 “자신들의 요구를 협상하기 위해 평화적인 단체행동을 조직했거나 현장의 산업안전보건상 문제점을 신고하겠다는 언급을 이유로 단 한 사람도 체포, 기소 또는 형을 선고받는 사람이 없도록 보장할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는 내용도 채택됐습니다.

■ 정부 “ILO 협약 위반 판단 아냐…정부 조치 적법”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ILO는 건설노조 행위를 정당하다고 하거나, 정부 조치를 협약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정부 조치는 건설 현장의 질서 확립 목적의 정당하고 적법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는데, ILO의 권고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기존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고용부는 “건설노조는 그동안 건설 현장에 대한 정부의 감독과 제재 조치가 단체교섭을 제한하는 등 ILO 제87조·제98호 협약 위반이라며 진정을 제기했으나, ILO 결사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관련 내용도 결사의 자유를 침해(infringe)했다거나 관련 조치를 촉구(urge)한 것이 아니라, 건설 현장의 채용 불안정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요청(request)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조합원 채용 및 자기 기계 장비 사용 요구 ▲금품 요구 등 관철을 위해 출입구 봉쇄 및 공사 방해 ▲타워크레인 점거 ▲비조합원 신분 검사 ▲고의적 업무태만 ▲다른 노조와 일자리를 두고 폭력 충돌 ▲가격담합 등 경쟁 제한 등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를 지적했습니다.

고용부는 “정부는 그동안 국민적 우려가 컸던 건설노조의 자기 조합원 채용 강요, 공사 방해 등의 행위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는 점과 노사 불문하고 정당한 활동은 적극 보장하되, 불법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한다는 노사 법치의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결사위가 요청한 내용에 대해서 관계 부처와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공식 답변을 통해 추가적인 사실관계, 그간의 협약이행 노력과 개선 내용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건설노조 “정부가 ILO 권고 거부한 것”…노조 개입 중단·사과 촉구

건설노조는 오늘(8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과연 위원회의 권고를 제대로 읽기나 했는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위원회의 권고를 왜곡하여 설명하는 보도자료”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정부를 상대로 노동조합이 제소한 사건에서, 정부가 노동조합의 요구를 해소할 방안을 강구하고, 공정위를 통해 노조 활동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고, 정당하지 않은 조치로 39명의 건설노조 조합원을 구속했으니,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판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특히 “단체교섭 대상을 정부가 지금과 같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정 협의를 통해 노동조합의 노동권 보장 방안을 찾으라는 권고”라며 “건설노조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완전한 단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했습니다.

건설노조는 “정부가 ILO의 권고를 실질적으로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이해한다”며 “마침 ILO 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된 한국 정부가 이렇게 대놓고 권고를 거부하겠다는 말을 쉽게 할 줄은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건설노조의 고용 요구를 노사 간 자율적으로 협상할 수 있도록 건설노조가 추진 중인 고용 입법 수용 ▲노조법 2·3조 개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노조 활동 개입 중단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무분별한 형사처벌에 대해 건설노조와 양회동 열사의 유족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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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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