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도 어선 침몰 생존자 “순식간에 배 뒤집혀… 동료들 바다로 떠내려가”

김영헌 2024. 11. 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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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박하는 사이에 배가 넘어가 버렸다."

8일 제주 비양도 북서쪽 해상에서 침몰한 '135금성호'(129톤급)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선원 A(63)씨는 배가 전복되면서 선원들이 한꺼번에 새벽 시커먼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배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갑판에 있던 선원 모두 바다에 빠졌다"며 "그때 외국인 선원 2명이 뒤집힌 배 위로 올라가 주변에 있던 선원을 한 명씩 끌어 올렸다"고 긴박했던 사고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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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호 어획물 이적 작업 중 뒤집혀
구조선원 “파도에 밀려 구조 못해”
8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에 마련된 현장통제소에서 135금성호 생존 외국인 선원이 보건소로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눈 깜박하는 사이에 배가 넘어가 버렸다.”

8일 제주 비양도 북서쪽 해상에서 침몰한 ‘135금성호’(129톤급)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선원 A(63)씨는 배가 전복되면서 선원들이 한꺼번에 새벽 시커먼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운반선에 어획물 1차 하역을 끝내고 다른 운반선이 들어오기 전에 그물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그물에 남아 있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배가 넘어갔다”며 “처음엔 서서히 기울어지더니 어느 지점에 다다르자 순식간에 넘어갔다. 배가 복원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설명했다.

금성호는 이날 오전 4시쯤부터 어획물 이적 작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그물이 있던 오른쪽으로 배가 기울어지면서 전복됐다. A씨는 “배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갑판에 있던 선원 모두 바다에 빠졌다”며 “그때 외국인 선원 2명이 뒤집힌 배 위로 올라가 주변에 있던 선원을 한 명씩 끌어 올렸다”고 긴박했던 사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10여 명이 구조됐는데 2명은 물을 많이 먹어 심정지가 왔다. 정말 몇 초 사이에, 찰나의 순간이었다”며 “배에서 떨어져 있던 선원들은 파도에 밀려 자꾸 멀어졌다. 뒤집힌 배 위에서 아무런 장비도 없고,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8일 오전 4시 33분께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4㎞ 해상에서 부산 선적 선망 어선 금성호(129t)가 침몰 중이라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승선원 가운데 인근 선박에 구조된 이들이 한림항에서 병원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4시 33분쯤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4㎞ 해상에서 부산 선적 대형선망 어선 금성호(129톤급)가 침몰했다. 금성호에는 출입항관리시스템상 27명(한국인 16, 인도네시아 11)으로, 현재 15명은 인근 선박에 구조돼 제주 한림항으로 후송됐다. 이들 중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A(57·경남 통영)씨 등 한국인 선원 2명은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졌다. 나머지 13명은 의식이 있는 상태로 구조됐으며 오한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나머지 12명(한국인 10, 인도네시아 2)은 실종 상태다.

금성호 선체는 이날 오전 5시 13분쯤 완전히 침몰했다. 현재 사고 해역에서는 해경 함정 18척과 항공기 4대, 제주해경청 특공대와 제주해경경찰서 구조대, 해군 함정 3척과 항공기 1대, 공군 항공기 1대, 어업지도선 2척, 민간 어선 13척 등이 동원돼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고 해역에는 북동풍이 초속 4∼6m로 불고, 물결이 1m 높이로 일고 있다.

제주=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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