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국어사전 다시 쓰라는 윤 대통령, 국문학자 모욕"

장재진 2024. 11.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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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영의 책사'로 통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해 "국민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를 감싸며 "국정농단에 대한 국어사전 개념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고 두둔한 데 대해 "국문학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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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담화·기자회견 때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국정 개입 의혹 해명에
"육영수 여사는 분수 지켰다"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보수 진영의 책사'로 통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해 "국민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를 감싸며 "국정농단에 대한 국어사전 개념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고 두둔한 데 대해 "국문학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일갈했다.

윤 전 장관은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이 담화와 기자회견에) 2시간 20분을 할애한 것은 엄청났다"면서도 내용에 대해선 "큰 기대를 안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이미 '메신저 거부 현상'에 놓여 있다"는 게 이유였다. 메시지(발언 내용)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메신저(발화자)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신뢰 기반이 없기 때문에 무슨 얘기를 해도 국민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자회견 주제 중 핵심이었던 김 여사의 '선거 공천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해명은 부실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윤 대통령은 전날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 여사가 국정에 개입한다는 지적을 두고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서 선거 잘 치르고 국정에서 남들에게 욕 안 먹고 원만하게 하기 위한 것이 '국정농단'이라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저는 그런 내조를 받아 본 일이 없어서 모르겠다"며 "국문학자들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건희(오른쪽) 여사가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폴란드 대통령 공식환영식에서 국빈방한 중인 안제이 두다 대통령의 배우자 아가타 콘하우저 두다 여사와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윤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의 내조 사례를 거론하며 "대통령에 대한 아내로서의 조언을 국정농단화했다"고 반박한 것도 비판받았다. 윤 전 장관은 "육 여사의 내조가 지금까지도 사람들한테 얘기가 되는 것은, 자기 분수를 기가 막히게 지켰기 때문"이라며 "'어디 불쌍한 사람이 있다'라며 대통령이 관심을 갖게 만들고 도와주는 것만 했지, 국정에 대해 개입한 일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 청와대 공보비서관을 지낸 윤 전 장관은 "이순자 여사도 영부인 홍보 업무에 대해 전권을 부여하고,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직접 소통하며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좌우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누구에게 공천을 주라고 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명씨와의 통화 녹취록에서) 본인 육성이 나오는데 그걸 부인하니까 사소한 곳에서 대통령이 진실을 감추려는 모양새를 만들었다"며 "다른 모든 공신력이 무너져버리게 돼 정말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며 웃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이 위기 상황 극복의 돌파구로 삼은 '4대 개혁' 추진의 경우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윤 전 장관은 "이제 4대 개혁 얘기는 그만해야 한다"면서 "역대 정부는 안 한다고 그랬나. 그중 한 가지도 쉽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15%까지 내려가면 국정 동력을 다 잃어버리고 정권 유지가 어렵다"고 경고했다. 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17%로 나타나 역대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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